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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주년, 1단계 의무조항 발효
공공기관 홈페이지 '문턱' 수정 의무화

조원정 기자 vega576@ysnews.co.kr 275호 입력 2009/04/07 10:23 수정 2009.04.07 10:25
11일부터 의무조항 발효, 개선않으면 과태료 부과

병원ㆍ복지시설 홈페이지 뒤늦은 수정 '우왕좌왕'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1년이 지났지만 홍보 부족으로 의무조항 발효 후 대규모 진정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난해 시행한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오는 11일부터 1단계 의무사항이 발효된다.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보장하는 1단계 의무사항이 발효되면 공공기관과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 장애인전담보육시설 등은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홈페이지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데, 보건복지가족부가 이 사실을 빨리 알리지 않아 해당기관 측에서 뒤늦게 수정에 들어가는 등 허둥거리는 모습이다.
 
시 홈페이지의 경우는 지난해 1억4천500만원을 들여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강화했지만 여기에 링크되어 있는 개별 홈페이지는 수정되지 않은 상태다. 가장 많은 정보가 집약된 메인 홈페이지부터 접근성을 강화했기 때문에 나머지 홈페이지는 하반기께 수정한다.
 
종합병원 역시 홈페이지 수정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장애인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이달 초 홈페이지 수정 작업을 발주했다. 4월 중순께 업체를 선정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홈페이지 수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삼성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두 병원 모두 의무조항 발효시기를 정확히 전달받지 못해 준비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복지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 정신지체장애인시설인 무궁애학원은 올해 초 홈페이지를 처음 구축하면서 예산 문제로 웹 접근성을 강화하지 못해 올해 안에 수정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담고 있는 내용 가운데 웹 접근성은 일부뿐이다.
상시 300명 이상 근로자 사업장 장애인은 고용에 필요한 편의제공이 의무화되고, 국ㆍ공ㆍ사립특수학교, 특수반 설치 국ㆍ공립 유치원, 특수학급 설치 국ㆍ공립학교, 장애아전담 보육시설 등은 교육상 정당한 편의제공이 의무화된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축소시키면서 힘들게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후 장애인 인권 침해 신고 사례가 지난해 696건으로 2007년 두 배가 넘었고,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시기인 2001년 13건에 비하면 기하급수적이다.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인원 20명 확충 계획을 확정해 국회에서 의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인권위원회 정원 21.2%를 감축시킨다는 조직 축소안을 통과시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현실에 밀려 뿌리내리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사)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헌철 소장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입니다"

 
ⓒ 양산시민신문 
(사)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헌철 소장(사진)은 지난 1년을 아쉬움과 부족함이 많았던 해라고 말했다.

장애인단체들이 수년간 노력해 온 결과물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년은 의무조항이 발효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를 대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홍보기간과 같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센터 내에서 장애인권리침해구조사업 등을 진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권 소장은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무관심이 가장 아쉬웠다고 밝혔다.
 
"저희 단체에서 금융기관 경사로 설치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아직 시정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의무조항이 발효되면 즉각 시정해야겠지만 조금만 배려하면 되는 부분인데 장애인에게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또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계획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인권위 축소가 기정사실화 된 것이 가장 안타깝고 울분이 터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세상을 꿈 꾼 결과물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1년 만에 어려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인권위를 축소하면 가뜩이나 의무조항 발효로 장애인들의 진정 서류가 넘쳐날 텐데 제때 처리되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이 사회가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는 씁쓸함을 전했다.
 
권 소장은 "장애인도 사람이다. 이 세상의 모든 비장애인은 예비 장애인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특별할 것이 없다"며 "장애인이 살기 좋은 곳은 비장애인에게는 천국과도 같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서로 손을 맞잡고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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