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탄광 사라진 영월, 박물관 프로젝트로 관광의 중심에 서다..
기획/특집

탄광 사라진 영월, 박물관 프로젝트로 관광의 중심에 서다

조상현 기자 althuss@paran.com 352호 입력 2010/10/26 10:55 수정 2010.10.26 10:55
탄광촌 이미지 변신… 도시재생, 주민 삶에 큰 영향

박물관만 무려 20곳… 국내외 관광객 유입 ‘대성공’




지역마케팅이 지역을 살린다

강원도 태백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영월군. 과거 탄광촌이었던 이곳이 ‘박물관 특구 도시’로 새롭게 거듭났다. 지역소득이 늘어났으며 급감하던 인구수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1,127㎢ 안에 무려 20곳의 박물관이 있다. 폐광을 딛고 선 박물관은 탄광촌 영월군의 암울한 과거, 그리고 문화도시를 향한 희망을 동시에 웅변한다.

-----------------------------------------------------

↑↑ 탄광촌에 불과한 도시가 불과 몇년 사이에 '박물관 고을 특구'로 변모했다. 사진은 영월사진박물관 기획전시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 양산시민신문
10여년 전 탄광촌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영월군. 그리고 단종 유배지(장릉)와 동강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도시라는 생각만 갖고 영월을 찾았다. 그러나 단종도 아니고, 동강도 아니었다. 뜬금없는 ‘박물관 창조도시’란다.

영월군에는 현재 20개의 공ㆍ사립 박물관이 있다. 이들 박물관을 살펴보면 조선민화박물관ㆍ동강사진박물관ㆍ아프리카미술박물관 등 미술관련 박물관이 7곳, 단종역사관ㆍ김삿갓문학관 등 문화관련 4곳, 곤충박물관ㆍ별마로천문대 등 자연사 관련 5곳, 그밖에 도자미술관ㆍ세계민속악기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이 즐비하다.

그런데, 대체 어느 누가 박물관을 보러 영월까지 갈까?

이에 대해 영월군은 ‘No repent 정책’이라고 답한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정책’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호수 시드니는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블루마운틴으로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지만 정작 돈을 버는 것은 오페라 하우스이다. 마찬가지로 수려한 자연환경과 역사문화 유적을 보러 몰려온 관광객들을 박물관으로 유도하여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영월군의 계산인 것이다.

실제로 영월을 찾는 관광객 중 절반가량이 가족단위의 교육관광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자체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영월군이 추진한 ‘박물관 고을 특구’ 전략은 효과적인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장릉이 있는 영월은 지역마케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정책발상의 대전환 ‘신기원’

영월군은 지난 1989년 석탄합리화 조치로 인해 광산이 잇따라 폐쇄되는 등 지역경제의 주축을 이뤘던 석탄산업이 하향세를 걸으면서 ‘떠나는 지역’이 됐다. 그 결과 당시 15만명에 달했던 올해 4만명으로 인구수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무너져 가는 지역경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영월군은 2005년 ‘박물관 고을특구’ 정책을 마련하게 됐다. 이와 관련, 이형수 영월군 문화관광과장은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면서 이를 관광상품화하는 방안이 절실했다”며 “3차 산업이 1ㆍ2차 산업을 견인하는 시대적 흐름을 추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단지 보여주는 박물관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방안까지 세세하게 추구했다. 이를 위해 영월군은 문화관광(박물관)과 먹거리 관광(영농조합법인 다하누촌)을 연계하는 마케팅을 마련하게 됐다. 즉 ▶박물관과 지역 농특산물을 연계하고 ▶주차료를 폐지하고 카드결제를 도입하는 것 등이다. 예를 들면 박물관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포인트가 적립(캐시백)돼, 한우고기와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마케팅 덕분에 지난해 영월군을 방문한 관광객이 200만명으로 전년도보다 24% 증가했다. 지역경제 파급효과 또한 다하누촌은 연 8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월군은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향후 박물관과 연계한 캐시백 서비스를 숙박시설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 야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별마로천문대 전경.
ⓒ 양산시민신문
↑↑ 해마다 외국인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동강사진박물관 전경.
ⓒ 양산시민신문


지역브랜드↑소득창출↑ 효과 거둬


이런 박물관 사업이 소도시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었던 것은 건립 이전부터 착실한 준비단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화와 경제를 융합(컬쳐 이코노믹스)하는 소득연계방안을 마련했던 것. 이 결과 2009년말 현재 농가매출액이 31억여원이었으며, 명가ㆍ명품(참숯ㆍ한우) 등 11개를 육성하게 됐다. 또 관광수입료만 해도 929억원에 달했다. 이와 같이 소도시에 불과했던 영월군의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게 되자 최근 인천광역시 등 자치단체들이 지역마케팅을 통한 소득창출 방안 등에 대해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2005년부터 박물관 도시 기반을 조성하기 시작한 영월군의 이러한 시도는 아직 현재진행형이고 넘어야 할 난관도 많다. 군은 앞으로 술샘박물관ㆍ불화박물관ㆍ참숯역사관ㆍ거미관 등 7개의 박물관을 더 건립할 예정이다. 영월군의 사례는 언뜻 건축물 몇 개가 낳은 기적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영월군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사실은 단지 허허벌판에 멋진 건물 몇 개 짓는다고 해서 저절로 도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고 이들 주민과 상생하는 방안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이형수 영월군 문화관광과장은 “박물관이라는 3차 산업이 1ㆍ2차 산업을 견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도시 재생이 시설 짓기보다는 지역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일깨워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

인/터/뷰/
이형수 영월군 문화관광과장


“도시의 미래는 창조성 발휘에 달렸다”

 
↑↑ 이형수 영월군 문화관광과장
ⓒ 양산시민신문 
“과거의 영월군은 회색의 도시였습니다. 미래를 쉽게 점칠 수 없는 도시였죠. 그러나 창조성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집니다”

‘박물관 고을특구 만들기’를 진두지휘하는 이형수 영월군 문화관광과장은 성공적인 도시브랜드 마케팅, 창조적인 도시계획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탄광촌의 도시였던 영월군이 먹고 살기 위한 생존전략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다. 과연 어떤 정책을 통해 도시가치를 확대시킬 것인지를 숱하게 고민하고, 고민했다. 여기서 그는 문화와 경제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관광소재를 발굴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박물관 도시’였다.

여기에 지역사회와 연계함으로써 관 주도의 정책이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거듭나 한층 더 성숙한 정책이 될 수 있었다. 이 과장은 “문화가 사라지면 경제적 자립도 사라지고 결국 다른 도시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만들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이래 6년동안 일관되게 문화관광 분야에 천착해 온 그는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온리원(Only One) 도시’로 일구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