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로나 - 문화유산을 즐기는 21세기 르네상스
가면 축제(카니발)와 영화제로 유명한 바다 위의 도시 베네치아. 세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으로 알려진 베로나. 이들 도시는 관광 비수기에 축제를 펼치거나 한밤 중에 야외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치는 등 상식을 벗어난 마케팅으로 대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도시마케팅의 성공 덕분인지 베네치아와 베로나에는 늘 활기가 넘친다. 무엇보다 도시가 지닌 풍부한 역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문화의 기운을 불어넣어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한 결과, ‘제2의 르네상스’라고 일컫는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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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마르코 광장에서 베네치아 가면축제를 즐기는 관광객들. |
ⓒ 양산시민신문 |
사실 베네치아는 1년 내내 축제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년회를 비롯해 전통축제, 미인선발대회, 여름축제, 종교축제, 곤돌라축제, 영화제 등 계절별·주기별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가면축제로 널리 알려진 베네치아의 ‘카니발’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손꼽히며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100만 인파’를 불러 모으는 카니발에서는 매년 300여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며 수백 가지의 쇼를 펼친다. 게다가 카니발 기간중 노벨수상자들을 초청해 이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마저 제공해주고 있다. 단 12일 동안 열리는 카니발 기간 중 베네치아가 거둔 경제적 효과는 무려 4천만유로(한화 620억원)에 달한다.
2월에 열리는 카니발 베네치아 가면 축제
이처럼 카니발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자치단체의 전략적 선택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 18세기 이후 명맥이 끊겼던 가면축제를 지난 1979년 복원시켰다. 당시 베네치아 상인들이 가면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꾀하자는 여론이 제기됐다. 이에 베네치아시는 여론수렴을 거쳐 ‘카니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 축제 개최시기 또한 의외였다. 활동하기 좋은 봄·여름을 선택하지 않고 비수기나 다름없는 2월 개최를 택했다. 연중 관광객이 붐비는 점을 역이용해, 관광객을 분산시키기 위한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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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치아는 BI를 개발해 라이선스를 팔고 있다. | ||
ⓒ 양산시민신문 |
베네치아는 최근 축제기획만을 담당하는 기구 ‘S.P.A’를 설립했다. 지자체에서 행사를 주관하기에는 기업 후원, 대행업체 관리 등에 한계가 있었다. 시에서 100% 출자한 이 기구에 민간인을 대표로 앉히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장 루카 S.P.A 디렉터는 “카니발이라는 축제가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도시 이미지 만들기의 일환이 됐다”며 “특히 관광 비수기에 축제를 개최한 점은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적 접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의 도시에서 갖가지 숍이나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는 의미도 있지만, 그 도시 내부에서 어떤 스토리가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베네치아는 전통적인 관광 성수기인 여름이 아니라 비수기인 2월이 가장 바쁜 성수기로 떠올랐으며, 주민소득도 한층 높아졌다. 게다가 생활기반으로서의 도시기능이 사실상 전무한 ‘물 위의 도시’가 지역 전통문화를 되살려 지역혁신전략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 텔링의 힘 ‘로미오와 줄리엣’의 베로나
세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르는 이가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베로나다. 여기에다 베로나는 세계 3대 극장으로 손꼽히는 아레나 원형극장을 가지고 있다. 베로나에 ‘문학과 오페라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입힌 공신은 바로 이 둘이다.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한갓 소설속의 인물이다. 그러나 베로나에는 줄리엣의 집이 있고, 아레나 원형극장에서 울려퍼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세레나데’가 있다. 베로나시는 카펠로가 21번지에 있는 한 고풍스런 주택을 ‘줄리엣의 집’이라 꾸미고 동상까지 세워 전 세계 연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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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로나에 오면 누구나 찾는 줄리엣 동상 |
ⓒ 양산시민신문 |
가브리엘 렌 베로나시 문화관광과장은 “문학 속 허구의 인물인 줄리엣의 집은 없다. 지방정부가 관광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 놓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근에는 로마시대 검투사들의 결투장이었던 ‘아레나 원형경기장’에 대형무대를 설치하고 매혹적인 춤과 노래로 오페라를 낯설어 하는 사람들까지 유혹하고 있다. 유혈의 격투장이 예술무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묘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끔 한다.
렌 과장은 “문화도시를 지탱하는 콘텐츠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동반된 작은 소재를 통해서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현대 도시에서는 손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에서 돈이 만들어진다”는 말로 문화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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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로나에서는 검투장이었던 곳이 오페라 극장으로 재탄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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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 루카
베네치아 마케팅이벤트 S.P.A 디렉터
“전통에 기반한 아이템 찾아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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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장 루카 베네치아 마케팅이벤트 S.P.A 디렉터는 카니발의 성공요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베네치아의 카니발은 18세기 후반까지 이어오다 명맥이 끊겼다. 전통문화를 다시 복원시켜 집중시킨 결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가면뿐만 아니라 베네치아의 전통산업인 유리제품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었다.
카니발 행사가 근래까지 행정기관 주도로 이뤄져오다가 3년 전부터 민간기구 주도로 바꿨다. S.P.A는 축제의 성공은 결국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소득증대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카니발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이가 바로 지역상공인들”이라며 “지금은 상인들이 기금을 내고 있다. 상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