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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독자적 테마 내세운 ‘마을의 혁명’..
기획/특집

독자적 테마 내세운 ‘마을의 혁명’

조상현 기자 althuss@paran.com 353호 입력 2010/11/02 10:42 수정 2010.11.02 10:42
단양 한드미마을, 조합 만들어 공동으로 경영수익 올려

안동 고택 체험, 전통문화와 추억여행 테마로 관광객 끌어





지역마케팅이 지역을 살린다

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소백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두 마을이 있다. 한 곳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고, 또 다른 곳은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지역 주민들이 이주한 마을이다. 젊은이들이 속속 빠져나가면서 쇠락일로를 걷고 있던 마을이 되살아난 건 ‘그들만의 것’을 찾아낸 결과였다. 지금은 ‘행복한 마을’로 탈바꿈한 그들의 철학과 마케팅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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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드미마을 안쪽에서 발견된 이 동굴은 무려 길이가 8㎞에 달한다. 체험프로그램 중 하나인 이 동굴탐험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충북 단양의 한드미마을은 소백산 자락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산골마을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고작 33가구에 불과했다. 여느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줄어들어 공동화 현상·농가부채 증가 등 ‘고단한 현실’ 그대로였다. 급기야 인근 학교마저 폐교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이 마을 출신인 정문찬 씨(현 마을이장)가 귀향하면서 조금씩 마을이 바뀌기 시작했다.


만장일치 ‘화백제’ 도입


정문찬 이장은 쇠락해가는 농촌을 부흥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바로 ‘조합’이었다. 마을이 공동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에 주민들이 합심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마련한 셈이다. 계획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마을주민들의 견해를 묻고 만장일치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 즉 과거 신라시대의 ‘화백제’를 도입했다.

실제로 마을주민들은 모두 쌀을 비롯해 상황버섯·마늘·잡곡 등 친환경농사를 짓고, ‘대강 막걸리’, ‘자연방사 유정란’ 등 특산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해말 기준 4억5천여만원이다. 전체 주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함으로써 농촌생활의 보람과 소득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얻게 됐다.
경제적인 문제가 점차 해소되자 관광지 개발에도 탄력이 붙었다. 마을 한가운데 90년 된 물레방아를 테마공원화하고, 이곳 마을부터 영주시 풍기읍까지 무려 8㎞에 달하는 동굴을 발견해 관광자원화했다. 실제 이 동굴은 TV드라마 ‘연개소문’의 촬영지로 활용됐다. 게다가 옛 삼국시대 때 고구려의 영토였던 이 마을은 고구려 군사들의 식사방식이었던 삼굿구이를 선보이고 있었다.


홈스테이 신청 쇄도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하다. 아이들이 없는 농촌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었다. 2007년 인근 학교에 대한 폐교 결정이 내려지자 대안으로 인구유입책을 모색했다. 일본의 ‘산촌유학’을 본 따 ‘한드미마을 농촌유학센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머루따기 등 생태체험도 하고, 미국·필리핀 출신의 원어민 교사를 채용해 대도시 못잖은 외국어 교육도 받을 수 있다.

홈스테이와 함께 병행하는 농촌유학센터는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대전 등 대도시에서 1년가량 전학을 오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전학 대기자수만 무려 130명에 달했다. 농촌유학센터가 활기를 띠자 폐교 처분됐던 학교를 지킬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정 이장은 “마을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농촌이 되기 위해선 교육환경이 밑받침돼야 한다”며 “이 결과 33가구에서 45가구로 늘어나는 등 다시 돌아오는 농촌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이 마을을 방문하면서 일약 ‘전국구 스타마을’로 떠오른 이후 해마다 3만여명이 찾고 있다. 특히 삼성코닝·SK 등 기업과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어 일손돕기·마을가꾸기 등 상생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함께 풀어나가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

대개 농가가 개별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데 반면, 이곳 마을은 ‘조직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촌공동체 회사’라는 모델이 되고 있다. 새삼 한드미마을이 내세우고 있는 구호인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문화를 공유할 때 현대농촌은 보존되고 더욱 발전한다’가 더욱 공감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 안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식혜인 안동감주.
ⓒ 양산시민신문


집 개방해 보전 ‘역발상’


‘선비의 고장’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경북 안동은 최근 하회마을 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경북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에 자리잡고 있는 수애당(水涯堂·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56호)은 이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고택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마을은 안동의 고택이 보여주는 선과 중후한 팔작지붕에 널찍한 마루를 갖춘 한국미(美)를 물씬 풍긴다.

사실 이곳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될 뻔한 전주 류 씨 집성촌의 옛집을 마을 뒷산 자락에 옮겨 지었다. 고택을 현대에 맞게 개조했지만 고풍스러움은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 후손인 류효진 씨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8년 귀향해 수애당을 맡고 있다.

류 씨는 종가집을 개방하는 것이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마을을 보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그는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외지인을 대상으로 한식체험, 차도문화, 떡방아찧기 등 민속놀이 등을 선보였다. 점차 관광객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마을 주민들은 “유서깊은 가문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안동에서만 느끼는 즐거움일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수애당에서는 전통고택에서의 민박체험만 하는 게 아니라 국화차·안동술 등 지역특산물을 접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와 같이 주민들은 전통가옥 보존을 지역마케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안동은 전통문화와 옛 추억을 찾아 떠나는 ‘고택체험 관광’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에는 47곳의 종택과 고택이 있으며 해마다 5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이렇듯 주민들의 자생적 보존 노력도 안동을 지키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안동시 차원에서 전통가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음악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불편을 감수하고 기꺼이 가옥의 개방과 전통의 보존에 앞장선 주민들의 존재가 바로 오늘 안동이 ‘정신문화유산의 고향’으로 남게 된 배경이다.

↑↑ 팔작지붕의 수려함을 더해주는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에 자리잡은 수애당의 전경.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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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문찬
한드미마을 이장

“앞으로 방향은 생태마을이다”

 
ⓒ 양산시민신문 
한드미마을 출신인 정문찬 이장은 30여년 전 양계농사에 실패하면서 생계를 위해 부산으로 떠났다. 이따금씩 고향을 그리워했던 그는 심훈의 ‘상록수’를 다시 읽고 귀농을 결심했다. 농촌부흥의 꿈을 안고 귀향한 그는 당시 젊은 나이에 이장직을 맡게 됐다.

“행정관청의 지원을 받아 주차장 건립 운영 등을 하면서 눈이 트였다. 산촌종합개발, 녹색농촌체험마을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좋은 경험이 됐다”

전체 주민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해 ‘조합’도 만들고자 했을 때 처음엔 십시일반 출자하는 것에 반발이 심했고, 회의에서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수고’는 필수적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수고스럽지 않았다. 꿈이 현실로 되어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라고 웃음지었다.

그는 “10년째 왔는데, 마을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며 “친환경농사도 처음엔 나만 지었지만 지금은 100% 모두 우렁이농법을 쓴다”고 귀띔했다.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고, 참여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이장은 생태마을이 미래의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방향은 생태마을이다. 생태마을이 대안이고, 미래의 방향임은 너무 자명하다. 어떻게 차별화해서 만들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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