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레드 호수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동력선 사용을 철저히 금하고 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블레드 호수에서 조정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4> 슬로베니아 블레드·노바고리차 - 아픈 역사를 딛고 기적을 낳다
1990년대 ‘유럽의 화약고’로 불렸던 발칸반도.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로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한 슬로베니아는 연방을 유지하려는 세르비아와의 격렬한 내전을 겪어야 했다. 슬로베니아의 전쟁의 역사는 그 상처가 깊다.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항상 전란에 휘말렸던 기억이 그것이다. 국토 곳곳에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유산으로 삼아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포츠와 컨벤션 기능 집약↑↑ 아이스하키·체스·태권도 등 다양한 스포츠대회가 개최됐던 스포츠복합시설. ⓒ 양산시민신문
알프스의 남쪽 자락에 위치한 슬로베니아의 작은 도시 블레드(Bled)시는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시대 성곽, 별장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근래 들어 20개 이상의 회의실이 갖춰진 컨벤션센터가 들어섰다.
블레드시는 이를 바탕으로 스포츠·관광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른바 자연을 활용한 콘텐츠를 갖춰 놓고 행사 유치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등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셈이다. 이런 까닭에 최근 유럽에서는 블레드시가 자연환경을 활용한 사계절 스포츠마케팅과 숙박시스템이 잘 된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블레드 호수와 알프스의 오염을 막기 위한 환경보전정책은 인근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보다 더 엄격하다. 예를 들면, 호수에서는 모터보트 사용을 엄격히 금할 정도다.이 때문에 블레드시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골프, 축구, 사이클링, 패러글라이딩, 등반, 수영, 낚시, 카누, 썰매 등 다양한 스포츠마케팅을 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ITF국제태권도연맹대회, 2002아이스하키국제대회, 국제조정경기, 국제수영대회 등 한 해 평균 30개의 국내·외 대회를 유치하고 있다.최근에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지원으로 축구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으로부터 350만유로를 지원받아 조정경기장을 건립했다. 블레드시의 연간 재정규모가 900만유로임을 감안할 때 막대한 지원이다. 이는 블레드시가 마케팅의 목적과 대상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블레드유한회사 미로 울차(Miro Urcar) 대표는 “햇빛과 공기 등 자연환경이 뛰어난 블레드는 이미 16세기부터 관광이 시작됐다”며 “이러한 배경으로 스포츠 개최, 컨벤션 유치 등이 가능하게 됐다. 사실상 자연이 국부(國富)”라고 말했다.
관광세 거둬 지자체 수입↑↑ 전국초등학생아이스하키 대회 경기 모습. ⓒ 양산시민신문
인구 8천명에 불과한 소도시가 22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내로라하는 스포츠·관광도시로 이름을 떨치게 된 데에는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었다. 민·관으로 구성된 관광위원회(Tourist Board)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블레드시관광위원회는 호텔·관광농장·민박 등 관련업계 100여곳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관광위는 이들의 견해를 청취하고 행사 유치를 비롯해 관광홍보정책을 수립하며, 관광농장의 가축상태, 숙박시설의 음식상태 등을 관리감독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또 영어·독일어·스페인어 등의 언어지원이 되는 홈페이지(www.bled.si)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블레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숙박까지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각종 스포츠대회 유치 및 관광홍보 등을 관광위원회로 일원화시키고 있다. 특히 블레드시에서는 모든 관광객들에게 숙박비 외에 1.01유로의 지방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연간 50만유로(한화 7억7천만원) 가량되는 이 세금은 고스란히 자치단체의 수익이 돼 홍보책자 발간과 주변환경 조성 등의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립슬로베니아 관광위원회 에바 포드가(Eva Stras Podlogar) 의장은 “지역을 알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국제스포츠대회 만한 것이 없다”며 “블레드시는 스포츠·박람회 등의 유치를 통해 글로벌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연환경이 준 자산에 마케팅을 덧입히고 있다. 관광위원회의 임무는 가능성을 어떻게 개발하고 확장시킬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텔·컨벤션회의장 등이 모여있는 블레드호수 주변. ⓒ 양산시민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