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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절 입구에 접어드니 주변의 장대 같은 소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소나무 향기와 오래된 사찰의 고즈넉함이 마음을 달래주고 바람결에 물결치는 찬 소나무들이 마치 날개 짓 하듯 너울거리며, 푸르고 청정한 기운을 듬뿍 전해준다.
눈 앞으로 신록이 팽팽하게 차오르는 영축산이 우뚝하다. 하안거 해제일이라 그런지 절에는 활기가 넘치고 계곡 곳곳에서 물놀이하는 가족들의 마음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웠다.
통도사 금강계단을 둘러보고 왼쪽으로 접어드니 영축산 자락 곳곳에 13개의 암자가 저마다 다른 정취로 사람들을 유혹하는데 걸음마다 암자는 감춰왔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내보였다.
두 비구니의 혼을 담은 보타암, 조용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취운암, 들꽃과 장독대가 어우러진 서운암, 나지막한 언덕위 장군수 우물터가 있어 좋은 옥련암, 대한제국 남방의 선찰과 200여년 넘었을 은행나무가 버티는 백련암, 추상같은 대나무처럼 금강계단을 수호한 사명대사의 얼이 깃든 사명암, 자그만해서 더 좋은 수도암, 극락세계의 염원을 품은 안양암, 스님들의 그윽한 풍취를 담은 정원이 있는 서축암, 자장보살의 전설이 숨어있는 자장암, 8부 능선에 펼쳐진 병풍 같은 바위들에 둘러싸인 극락암, 담장 없는 아름다운 꽃이 많은 비로암, 흔들다리와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인 반야암 등. 암자 순례길을 걷다 보면 모두 13곳에 이르는 마음의 고향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순례길이 드라이브 코스 위주로 되어있고 절과 절 사이를 이어주는 숲길, 산길표지판이 없어 실망하였지만 스님들의 통도사 숲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깃들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새 사랑이 좋고 친구와 술은 오래될수록 좋다 하였던가. 가도 가도 끝없는 숲 속 길속에서 우리는 노래를 안주삼아 흠뻑 취하며 통도사를 내려와 하산하니 하루가 어느덧 기울어가고 있었다.
김홍표 시민기자 pyo512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