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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양산경찰서 학교폭력재발방지 프로그램
‘청소년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최윤선 기자 yunsun9677@naver.com 입력 2012/08/21 11:19 수정 2012.08.21 11:19
이상배 대장 인솔로 1박2일 일정으로 마쳐

12시간 산행에 폭우까지… ‘자신과의 싸움’




성훈이(18, 가명)는 걱정이 많다. 며칠 전 다쳐 발목이 욱신거리는데 1박2일 산행을 해야 한다니 말이다. 어머니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한 양산경찰서 청소년 힐링캠프. 성훈이 말고도 다양한 이유로 20여명의 또래 친구들이 참여했다.

한참 산을 탔는데도 정상은 까마득해 보였다. 지친 성훈이에게 한 친구가 이온음료와 사탕을 건냈다. 캠프에서 처음 만난 사이인데다 별다른 인사를 나눈 적도 없는 아이였다. 평소 같으면 가볍게 무시해 버렸을 호의였지만 오늘만은 흔쾌히 받았다.

이번에는 그 친구가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성훈이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두 친구는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산 정상에 올랐다. 

노란손수건 선도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

양산경찰서(서장 이동환)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영남알프스 일원에서 학교폭력재발방지를 위한 ‘청소년 힐링캠프’를 개최했다.

경찰서는 학교폭력 가ㆍ피해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노란손수건’이라는 선도프로그램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에게 적합한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가해학생에게는 뉘우칠 기회를 주고, 피해학생들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날 열린 청소년 힐링캠프 역시 노란손수건 프로그램의 일환이며, 이 외에도 통도사 템플스테이, 청소년 탐험학교, 전통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프는 전문산악인 이상배(58, 영남등산전문학교 이사장) 대장의 전문적이고 안전한 인솔 하에 진행됐다.

이 대장은 “힐링캠프는 고된 산행을 통해 끈기와 인내를 기르는 프로그램”이라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시간 등산에 폭우 속 비박 잊지못할 추억


첫째 날부터 강행군이 시작됐다. 오전 8시에 출발해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능선을 차례로 넘으며 자그만치 12시간여 만에 신불산 정상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모두 치친 기색이 역력했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여기저기서 투덜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달콤한 휴식에 모두들 이내 평온을 찾았다.

이제부터는 비박이다. 하늘을 가리는 천막 하나만 설치하고 그 아래서 잠을 청한다는게 낯설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기대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불청객이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에 비박을 하던 아이들의 침낭과 짐이 흠뻑 젖어 버린 것이다. 피곤한 몸에 금세 잠이 들었던 아이들이 하나, 둘 깨기 시작했고, 결국 새벽 6시 하산결정이 내려졌다.

2박3일로 8개의 산을 등반하려 했던 당초 일정이 무산됐다. 하지만 매섭게 쏟아지는 폭우 속에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하산했던 1박2일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자연과 함께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아이들은 모두들 좋은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성훈이는 “힘든 산타기를 경험해보니 함께 어려움을 같이 한 친구들의 소중함을 느꼈다”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영남알프스, 전문산악인, 경찰서 삼박자 조화


힐링캠프의 성공요인은 세 가지의 환상적인 조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남알프스’가 준 천혜의 자연환경과 청소년을 위한 캠프라는 취지에 대가없이 발벗고 나서준 전문산악인 이상배 대장, 그리고 학교폭력 가ㆍ피해자들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만든 양산경찰서. 이들의 조합이 청소년 힐링캠프를 가능하게 했다.

험난한 여정에서 선장과 같은 역할을 한 이상배 대장은 “청소년들의 폭력문제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생각에 어른 된 위치에서 아이들을 이끌 의무감으로 캠프 동반을 결정했다”며 “긴 시간 서로 의지해 등반하면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고 진솔한 이야기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류효석 계장은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고생이 많았을덴데 출발할 때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더 밝고 행복해 보여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주말을 이용해 힐링캠프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선도프로그램을 개발해 학교폭력 근절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윤선 인턴기자 yunsun9677@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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