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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지자체의 역점사업 예술촌, 그 과제는 무엇인가?
예술촌, 지자체가 운영하면 애물촌?

김경희 기자 alice0z@hanmail.net 입력 2012/11/27 13:43 수정 2012.11.29 06:46
하동예술인촌, 25억 들이고도 백지화 위기

저지예술인촌, 10년의 세월 ‘절반의 성공’






양산시가 주도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인 한송예술인촌이 12년째 표류 중이다. 지역예술인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통도사, 내원사를 연계한 체류형 체험관광지를 조성한다는 당초의 목적을 논하는 것은 ‘준공완료’라는 최우선의 과제에 부딪혀 논의 자체가 실종된 상황이다.

지난 1999년부터 조성된 한송예술인촌은 국도시비 113억원이 투입돼 종합전시동 등 공공부문은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개인창작동의 참여가 늦어지면서 사업이 장기화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개인창작동은 창작 연구 및 전시활동 등의 본연의 취지보다는 일부 재력가의 호화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더불어 공공부문으로 조성된 종합전시동 역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육시설로 사용되어 예술진흥 및 관광 활성화의 본 취지는 아예 상실되어 가고 있다. 

이에 전국의 예술인촌들을 살펴보고 한송예술인촌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지자체 주도사례 I
경남 하동예술촌, 제주 저지예술인촌


-지자체 주도사례 II
경남 남해 원예예술촌

-예술인 직접 운영사례 I
전남 무안 월선리예술인촌

-예술인 직접 운영사례 II
경남 남해 해오름예술촌, 경기 파주 헤이리

-한송예술인촌의 현황과 향후 과제


하동 예술촌,
수요자 없어 좌초위기

↑↑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하동예술인촌은 현재 편익시설 3개동만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짓다만 벽돌들과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방치된 현장이 있다. 관리사무소인 듯한 건물은 굳게 닫혀 있고 입구가 어딘 지 모를 지경이다. 소도읍 육성사업으로 2008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국비 15억원, 도비 4억원, 군비 6억원이 투입된 하동예술인촌의 현재 모습이다.

하동군은 민자부분을 포함하여 총 92억원을 들여 하동읍 흥룡리 산 9번지 일대에 일대 부지 2만8천955㎡에 전원주택 12동 펜션형주택 12동 다목적센터 602㎡, 주차장 325㎡, 진입도로 495㎡를 조성하며 전국 최초 예술인촌 펜션단지를 계획했다.

자연환경 조건이 좋아 연중 수백만명이 내방하고 있으나 지역내 숙박시설 부족으로 스쳐가는 관광객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관광 하동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주민 소득증대와 체험 체류형 가족관광을 조성하기 위해 기존의 낙후된 민박시설과 차별성을 가지는 펜션(전원농가민박)단지를 조성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총 사업비 92억 가운데 25억만 투입된 가운데 2010년 민간 분양 신청을 받았지만 지금까지도 단 한명의 신청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접근성이 낮은 데다 펜션 한 동당 가격이 최고 5억원에 이를 정도로 분양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2012년 올해는 부지가격을 낮추고 전원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하였지만 소용없었다. 이대로 예술인촌 조성사업이 백지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정착 예술인 없어 절반의 성공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일대 9만9천383㎡에 조성된 예술촌이다. 한경면 저지리가 제5회 ‘아름다운 마을’로 소개되고, 인근에 올레길이 조성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지형적 특성이 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조성사업은 1999년 IMF 당시 지역경제 활성화 및 특색화 개발 아이디어 시책으로 채택되어 소규모 택지조성 공사가 시작됐다. 이후 중산간 지역의 깨끗한 환경과 저지리 마을에 인접된 용이한 접근성 등으로 지역특색화 개발 가능성이 부각되어 2001년도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특색있는 예술인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환매특약’조건으로 인한 ‘부동산투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토지를 분양받은 후 3년이 지나면 재매각이 가능하지만 이런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특약이나 대책은 없어 실제 토지를 매각하는 사례가 한 차례 발생했다. 분양 당시 입주예정자와 제주시 간에 체결한 환매특약이 부실했던 것이다.

게다가 소규모택지개발로 분양이 이뤄지다 보니 예술인이 아니어도 토지를 분양받을 수 있었고, 예술인 선정에 대한 공인된 기준조차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문화예술인마을 발전계획과 체계적인 관리 및 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현대미술관이 설립되었고 저지문화예술마을의 운영은 현대미술관으로 넘어갔다.

현대미술관은 기획전시를 통해 저지예술마을 입주작가전을 꾸준히 전시해 입주 예술인들의 활동을 독려하면서 예술인들의 정착을 추진했고, 2009년부터는 저지문화예술마을 내 게스트하우스에 창작스튜디오를 무료로 운영하며 젊은 예술인들의 저지문화예술 활용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2010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문화지구’로 지정되어 입주한 작가들에게 전시장이나 작업장 등 권장시설에 대한 재산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 지방세의 일부를 감해주며 예술인들의 정착에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다양한 정책에도 정착률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2012년 제주도의회 행정감사에 따르면 현재 48필지 모두 분양되었지만 절반 가까운 21필지의 소유자가 바뀌었고, 50%만 입주한 상태다. 주거실태는 더 심각하다. 48필지 중 9필지만 상주하고 있으며, 26동의 건축물이 있는 예술인 중에서 50% 이상이 3개월 미만 상주함에 따라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지역에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예술촌으로서의 역할은 아직 멀기만 한다.

↑↑ 제주현대미술관은 저지예술인마을 입주예술가들의 기획전을 정기적으로 추진하며 예술인 정착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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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제주저지현대미술관 김창우 관장


"예술가는 그 이름만으로 생산활동이다"



# 예술촌 운영에 어려움?


저지현대미술관이 직접 운영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예술인들의 특성상 관여하면 달아나 버린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조건을 달거나 강제적 조항이 있으면 떠나버린다.


# 예술인 마을이 너무 조용한 것은 아닌지?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대부분 서울을 기반으로 한 예인들이라 서울을 오가고 있다. 일주일에 2일 정도 내려 온다. 평일에는 거의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게 꼭 정착을 강요할 순 없다. 예술가는 그 이름만으로 생산활동이 되는 것이다. 그 정도 선에서 이해해야 한다.


# 양산의 예술촌이 성공하려면?


사실 관에서 주도하는 예술촌은 성공이 어렵다. 시책이란 것이 일관성 있게 가야 하지만 아닐 때도 있다. 시와 도, 의회는 물론 예술가와 시민 모두가 합의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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