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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지자체의 역점사업 예술촌, 그 과제는 무엇인가?
원예예술촌으로 특화해 애물단지를 보물단지로

김경희 기자 alice0z@hanmail.net 입력 2012/12/04 10:42 수정 2012.12.04 01:55
② 지자체 주도사례Ⅱ: 경남 남해 원예예술촌





2006년 9월 남해군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전통문화예술촌에 대한 성토가 한창이었다. 남해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전통문화예술촌이 예술인들의 택지분양 신청 저조로 자칫 부동산투기지역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2012년 현재, 용도변경을 통해 원예예술촌으로 탈바꿈하면서 남해군에 기탁금까지 납부하는 효자촌으로 성장했다. 2009년 5월 개장한 이래 연간 30만명이 찾는 원예예술촌은 지자체 업무협약의 성공사례로 평가받으며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 문의도 많아진 상황이다.


<글 싣는 순서>

-지자체 주도사례 I
경남 하동예술촌, 제주 저지예술인촌

-지자체 주도사례 II
경남 남해 원예예술촌

-예술인 직접 운영사례 I
전남 무안 월선리예술인촌

-예술인 직접 운영사례 II
경남 남해 해오름예술촌, 경기 파주 헤이리

-한송예술인촌의 현황과 향후 과제


남해 풍광 살린 다양한 정원 개발로 눈길
개장 4년만에 관광수입도 흑자로 돌아서

전통문화예술촌 사업은 2000년 민선2기 김두관 군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불모지인 남해에 남해안관광벨트 사업을 통해 관광남해의 지도를 바꿔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 중점 사업이 바로 문화예술촌사업으로 국비 130여억원, 지방비 130여억원, 민자유치 160여억원 등 총 420여억원을 들여 10만여평에 2004년까지 독일마을과 문화예술촌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전국 최초의 독일교포 정착촌인 독일마을은 입주하겠다는 재독이주민들이 스스로 찾아든 반면 민자유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전통문화예술촌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입안과 예산의 일부인 문화관광부 국고보조금 68억원을 확보했으나 2003년 군수교체에 따른 타당성 재검토가 이뤄지면서 사업이 지연돼 감사원 감사에서 ‘행정절차 미이행’ 등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집행부가 전통문화예술촌 조성사업에 대해 성공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어 사업이 추진될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04년 본격적인 택지조성사업이 실시돼 2006년 3월 예술인마을에 대한 분양신청 공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우려가 현실로
예술인의 택지 입주신청 저조


남해군은 2006년 3월 전통문화예술촌에 들어설 예술인 거주마을 39필지(필지당 450㎡)와 공예촌 3개소 1만5천500㎡ 정도를 분양 공고했다.

예술인 거주마을은 문화 예술분야를 망라하여 일정자격을 갖춘 자(단체)로서 무형문화재, 국가 문화예술분야 기능 보유자 및 전국규모대회 입선 이상 경력이 있는 자, 공식 예술인 단체에 가입되어 활동하는 회원 등이 분양을 신청할 수 있었다.

남해군은 또 남해군으로 주민등록 이전을 해야하며, 분양일로부터 1년 이내 건축 착공 및 2년 이내 준공하여 입주완료해야 하며, 10년 내에 타인에게 토지매도가 금지되고 택지조성 후 군이 필요로 하는 예술활동에 참여해야 된다는 필수 조건도 내걸었다.

하지만, 실패였다. 3차에 걸쳐 택지분양 공고를 냈지만 입주를 희망하는 신청자는 거의 없었다. 간혹 문의는 있었지만 희망조건이 맞지 않아 택지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남해군의회 2009년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분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텅 빈 전통문화예술촌의 사업방향 재고가 쟁점으로 부각한 것이다.
 

꽃과 정원을 테마로 전환
입장수입 일부 기탁하는 협약 체결


침체에 빠져 있던 시기에 수도권에서 활동중인 한국손바닥정원연구회가 남해군의 보물섬 이미지에 맞게 원예예술촌을 조성하겠다며 남해군과의 업무협약을 제안했다.

한국손바닥정원연구회는 30년 동안 원예에 대한 다양한 정보교환과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으로 20여명의 회원 대부분이 서울과 그 인근에 생활터전을 두고 있었다. 손바닥정원연구회원들은 남해에 정착해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은 있었지만 꿈에 그리던 정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귀촌, 집과 정원을 작품으로 꾸미고자 한 것이다. 연구회는 예원영농조합을 설립하며 적극적 제안을 거듭했다.

남해군은 2006년 12월 예원영농조합과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07년 8월 문화관광부에 사업변경 승인을 받으며 법적인 절차를 완료했다.

3년간의 단장을 거친 후, 원예예술촌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원예마을 17동과 공동원예광장, 유리온실 등을 갖추고 개장됐다.

17동의 원예마을은 다양한 면적으로 다양한 나라별 건축과 정원양식으로 구성되었다. 탤런트 박원숙 씨와 맹호림 씨 부부가 원예예술촌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며 유명세를 타고 이는 원예예술촌 홍보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원예예술촌과 남해군과의 업무협약은 입장료 유료전환 시점인 2009년 6월부터 입장료 수입의 5%를 남해군에 기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군이 조성한 기반시설을 이용하고 입주하는 조건으로 유리온실, 전망데크, 문화관 등에 대한 임대료도 납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원예예술촌은 2009년 5만9천여명 1천36여만원, 2010년 입장객 12만9천여명 2천238여만원, 2011년 입장객 25만여명 4천674여만원을 남해군에 납부했고, 2012년은 입장객 32만여명, 6천여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원예예술촌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운영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협약에 따라 기탁금을 꾸준히 납부하며 약속을 지켜나갔다. 올해는 관광객 30만명을 돌파하며 원예예술촌 수지도 흑자로 돌아서면서 지자체와 지역경제의 상생이라는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


국가별 테마 정원과 주택
체험과 사진촬영 명소로 거듭나


원예예술촌은 기존 지자체의 대형개발과는 차별화하여 관광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했다.
주변 관광 남해의 풍경을 최대한 살리고 핀란드풍의 스파정원, 뉴질랜드풍의 토피어리정원, 스페인풍의 조각정원 등등 개성적인 22개소의 주택과 개인정원을 나라별 이미지와 테마를 살렸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정원을 현실화하면서 사진촬영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34명의 원예인들은 은퇴 후 성공적인 귀촌생활의 새로운 모델로도 소개되고 있다.




미니인터뷰> 원예예술촌 배정근 기획팀장

"행사와 미리미리 정보를 교환해야”

누구보다 많은 홍보를 하고 볼거리를 기획하고 있는 배정근 원예예술촌 기획팀장. 작업복차림의 배 팀장은 언제나 바쁘다. 끊임없이 단체예약 전화를 받고 일정조정을 하며 새로운 기획을 구상한다.


#오픈한 지 4년만에 흑자경영인데 비결은 무엇인가?
관람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관람객이 겨울에 찾아와도 겨울꽃과 나무 외에 체험할 수 있는 초콜렛만들기 행사 등을 개최한다. 또 관광객을 안내하는 여행사와도 항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관광객이 정말 많다. 많이 홍보가 된 것인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남해 보리암이나 외도로 가기가 어렵다. 그럴 경우 우리 원예촌으로 와 달라고 여행사에 미리 미리 전화한다. 실제 그럴 경우 예술촌을 찾아 오히려 더 좋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다.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여행사들이 여행상품을 기획할 때 미리 우리주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 원예촌도 홍보한다. 코레일에도 계절별로 직접 찾아가 관광상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아무리 이색적인 정원과 독특한 건축이라 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관람객들의 발길이 닿을 리 없다.

여행과 자연이 좋아 시작한 홍보업무라며 스스로 관광객이 되어 관광객이 필요로하는 것을 먼저 찾고 있는 배 팀장은 이제 장애인들도 가족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계단없는 원예촌 또한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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