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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취재 | 지자체의 역점사업 예술촌, 그 과제는 무엇인가?
예술인의 열정은 지역을 춤추게 한다

김경희 기자 alice0z@hanmail.net 입력 2012/12/18 12:39 수정 2012.12.18 12:39
④ 예술인 직접 운영사례 II : 경남 남해 해오름예술촌,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가가 도시를 바꾼다는 명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서둘러 예술촌을 주도하며 택지를 조성하고 건물을 싼 가격에 분양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싹은 건물조성 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의 싹이 틔지 않는 곳에 예술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관광객을 찾기는 힘들다. 여기 지방자치단체의 주도가 아닌 예술인 스스로 공간을 이뤄내고 담론을 담아내며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는 예술촌이 있다. 축제가 거듭되고 관광객들이 찾아들면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남해 해오름예술촌과 경기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을 찾았다.


글 싣는 순서


-지자체 주도사례 I
경남 하동예술촌, 제주 저지예술인촌

-지자체 주도사례 II
경남 남해 원예예술촌

-예술인 직접 운영사례 I
전남 무안 월선리예술인촌

-예술인 직접 운영사례 II
경남 남해 해오름예술촌, 경기 파주 헤이리

-한송예술인촌의 현황과 향후 과제

↑↑ 폐교를 단장하여 2005년 개관한 해오름예술촌은 매년 27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남해 해오름예술촌, 폐교의 화려한 변신

남해 삼동면 물건리 은점마을 어귀의 해오름예술촌. 2003년 5월 10일 문을 연 해오름예술촌은 연간 27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남해 대표관광 명소 중 하나다.

사실 해오름예술촌은 폐교였다. 6년여 동안 폐교로 남아 있던 초등학교를 예술촌으로 탈바꿈시킨 건 정금호(66) 촌장이다.

정 촌장은 예술촌 인근 동천마을이 고향이다. 부산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사업실패를 겪은 후 고향으로 내려왔다. 교편생활을 한 지 25년, 김두관 전 남해군수와의 우연한 만남이 인생을 바꾸었다. 문화예술의 메카로 만들어 보자는 김두관 전 남해군수의 제안을 받고 예술촌 조성에 매달렸다. 

퇴직금으로 받은 2억여 원과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8억 원 등 모두 10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자금은 늘 부족했다. ‘선생이나 열심히 하지 고생을 자청하는지 모르겠다, 촌구석에 무슨 예술촌이냐’는 주위 사람들의 비난과 불신은 그를 더 힘들게 했다.

그럴수록 정 촌장은 의지를 불태웠다. 오전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삽과 괭이를 들고 예술촌을 찾아 꽃과 나무를 심고, 잡초를 뽑는 등 자질구레한 잡일도 직접 했다.
↑↑ 목공예가 서효석 교수의 작품 전시실.


촌구석을 문화 축제 일번지로


드디어 2003년, 폐허로 내버려졌던 초등학교가 예술문화를 직접 접하고 이해하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교실 곳곳을 미술, 사진, 목공예품, 비디오아트, 민속자료 등을 전시하는 공간과 창작공간으로 바꾸었고, 사시사철  도자기체험, 칠보공예, 천연염색, 허브 야생화체험, 장승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였다. 차(茶)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문화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야외조각공원을 무료로 개방하였다.

폐허로 버려졌던 촌구석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으며 가족들이 함께하는 문화체험의 장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풍광 밖에 없었던 마을, 그래서 생계를 위해 주민들이 떠나고 학교마저 폐교되었던 마을은 해오름예술촌이 개촌한 후 관광객들이 하나 둘 찾아들며 인근에 펜션이 생기고, 음식점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 시대가 원하는 축제를 해야 한다며 커피묘목장을 비롯한 커피갤러리와 로스팅 하우스까지 갖춘 커피마을을 조성한 정금호 해오름 예술촌장.


고향을 알리고 문화를 전파하겠다는 정촌장의 고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1년 4월 또 한번 문화반란을 일으켰다. 커피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남해 해오름예술촌에서 커피축제를 개최한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돈키호테 같은 정 촌장의 열정은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꿔놓았다.

2011년 제1회 바리스타축제, 2012 남해보물섬커피축제를 개최하면서 개최 2년 만에 방문 관광객이 1만5천여명을 넘어섰다. 정 촌장은 관광객 유치와 지역관광수입 증대에 기여한 점이 인정되어 2012년 제16회 남해 문화의 날 남해문화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해에서 유일하게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수학여행지인 해오름예술촌. 정 촌장은 관광객들이 원하고 지역민의 이익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축제를 오늘도 기획 중이다.   


파주 헤이리, 한적한 시골이 문화예술관광도시로

파주지역 전래농요 후렴구 ‘헤이’(‘얼씨구’‘좋구나’)에서 이름을 따온 헤이리마을. 1997년 김언호 한길사 대표 등 출판인들이 인근에 조성중인 파주출판단지와 연계된 책마을을 구상한데서 비롯됐다.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이 대거 동참하면서 문화적 담론을 생산해 내는 종합문화공간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

헤이리는 문화예술의 생산, 전시, 판매, 거주가 함께하는 통합적인 개념의 특수한 마을공동체다. 헤이리가 위치한 파주 통일동산은 원래 서화촌부지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예술인들이 모여 특화된 마을을 만들고자 자체적으로 회원을 모집, 토지를 공동으로 구매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1998년 창립총회, 2001년 토목공사 시작, 2003년 개별건축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15만평 부지에 집과 작업실 등 180개 동이 들어서 있으며, 최종 350개 동을 목표로 진행중에 있다. 현재 헤이리 회원은 작가, 미술가, 건축가, 음악가 등 다양한 분야의 380여명에 이른다.


↑↑ 헤이리를 구상하고 실현에 옮긴 김언호 전 한길사 대표의 북하우스. 약 1만 2천여권의 장서를 갖춘 북카페 포레스타가 운영되고 있다.
주민선정도 주민공동체가


헤이리마을의 주체는 ‘헤이리아트밸리 건설위원회’였다. 이는 건설 당시 위원장이었던 김언호 한길사 사장과 입주를 결정한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주민공동체다.

현재는 ‘헤이리 위원회’로 이름을 달리하였다. 건설위원회는 단지계획안을 작성하고 주거단지의 계획방향을 제시하였으며, 물리적인 공간계획을 위해 건축도시 코디네이터를 운영하고, 마을의 마스터플랜을 수립, 토지공사로부터 부지매입, 기반시설 조성공사 등 모든 일을 주민들과 협의해 가면서 진행했다.

2002년 개별 등기완료 후 공식적으로 해체되고 이후 ‘헤이리 위원회’로 바뀌었다. 헤이리운영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실무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헤이리 사무국’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헤이리 회원도 스스로 선발한다. 문화예술마을이라는 성격에 맞게 문화와 예술 관련 종사자이거나 문화비지니스를 통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회원들의 대표격인 이사회는 회의를 거쳐 가입신청을 한 이들에 대한 토의와 심사를 거쳐 회원을 선정하게 된다.

↑↑ 근·현대 도자기를 전시한 한향림현대도자미술관은 1, 2층이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도 예술적으로
찾아가고 싶은 도시로


건축과 예술의 만남으로 알려진 헤이리의 건축물은 중구난방식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전문 건축가로 하여금 전 과정에 참여하게 했다. 일반입주자와 건축전문가 들은 토론을 통해 헤이리 건축설계지침을 마련하였고 이에 따라 개별건물이 건축되었다.

건축설계지침에는 마을내 건물 볼륨과 높이, 간판 등의 제한과 건물과 건물사이 울타리를 없애고, 건물엔 페인트칠을 금지해 최대한 인공미를 자제시키는 세부지침들이 있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공원 광장 등 공유면적을 45%로 규정하고 마을내 개별건물의 3분의 1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자체적으로 만든 지침에 충실한 결과 헤이리는 예술인이 꿈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인 스스로 살고 싶어하는 마을이면서도 또한 예술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한번쯤 찾아가보고 싶은 마
을로 성장했다.

↑↑ 논밭예술학교는 갤러리,레스토랑 및 숙박이 가능한 아트룸으로 구성된 생태문화공간이다.


환경과 평화, 그리고 예술을 주제로 하는 파주 헤이리 마을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인 ‘파주 헤이리 판 가을문화축제’는 이제 그들만의 축제가 아니다. 스튜디오 무료 오픈, 공방체험 등을 실시하며 작가들은 관광객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한다. 헤이리 곳곳에서 전시회, 거리음악회 등의 독특한 콘텐츠 행사가 진행되면서 서울 경기 인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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