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 이후 농촌 일꾼이었던 젊은 인구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빠져나갔다. 양산 역시 농촌 중심 경제에서 자연스레 산업 중심으로 변해갔다. 젊은 인구가 없다 보니 농촌에선 아이들이 뛰어노는 활기찬 모습이 사라져 갔다.
‘농촌마을이 잘 살이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가 지역신문 기자 20여명과 지난달 18~19일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충남 홍성군과 서천군을 현장 탐방했다.
은퇴 후 설계로 늘어나는 귀농ㆍ귀촌
2000년대 이후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귀농ㆍ귀촌 가구 수가 2001년 약 900명에서 2013년 3만2천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10년 동안 30배 이상 증가했다.
젊은 시절 성공을 위해 달려온 이들이 하나 둘 은퇴를 준비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농촌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에 익숙한 이들은 농촌생활이 적응하기 힘들었고 경제적인 문제도 뒤따랐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2017년까지 귀농ㆍ귀촌 15만 가구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정착지원 확대방안을 제시했다.
양산 역시 귀농ㆍ귀촌 인구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양산시는 이들을 흡수해 인구 30만을 위한 계획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귀농하기 좋은 10곳의 마을을 선정하고 마을현황과 귀농기반, 수용가능 가구 등 빈집정보센터와 연계해 맞춤형 귀농ㆍ귀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농업 관련 창업과 농가주택수리비 등 경제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다 보니 유럽, 미국, 일본 등 농촌지원이 적극적인 외국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다. 따라서 양산시와 농촌 주민들은 거듭된 실패와 다른 지역 성공사례를 통해 자신들에게 맞는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 홍성군 홍동면은 오리농법, 우렁이 농법 등 유기농 농업기술로 유명하다. 그래서 유기농 농업기술 등을 배우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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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발전은 우리가’ 홍성군 홍동면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은 3천80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시골이다. 이곳은 50~60년대부터 유기농 오리농법을 시작하고 마을 아이들을 위한 교육장을 만들었다. 더불어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협동조합을 지역주민 스스로가 만들고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면단위에서 해결하고 있다.
마을 스스로 성공한 농촌 기반을 다지다 보니 어느새 전국에 성공한 농촌마을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5년 사이 귀농ㆍ귀촌 인구 200여명이 마을에 정착했다.
지난 1958년 설립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세운 학교다. 풀무학교를 졸업한 마을 아이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마을에 남아 농촌을 이끌어가고 있다.
↑↑ 풀무학교 생협에서 만든 각종 빵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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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풀무학교 생활협동조합의 주축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조합 활동에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마을에서 빵이 귀하다고 판단, 지역에서 생산된 밀로 매일 2시 갓 구운 빵을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창업생들은 유기농 축산을 통한 풀무우유 등 다양한 상품들을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 3천여명, 자본금 250~300억원으로 추산되는 풀무 신협도 있다. 그 외 풀무학교 개교 50주년 마을 후원회를 통해 개관한 ‘밝맑도서관’, 여성 농업인 교육을 위해 세워진 ‘여성 농업인 센터’, 발달 장애 아이들이 다니는 ‘발달 장애 학교’ 등 다양한 교육기관이 있다.
↑↑ 마을 후원회로 지어진 ‘밝맑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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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마을경제
홍동마을은 협동조합을 시작할 때 마을에 필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동네 마실방 뜰’의 탄생이다. 동네 마실방 뜰은 마을에서 하나뿐인 술집으로 마을주민 100여명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2010년 만들어졌다.
특히, 이곳에선 마을 화폐인 ‘풀’이 사용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홍동면은 주민들이 필요한 공간, 공동체를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목공소를 운영하고 싶어 했던 주민이 마을에 도움을 청하자 마을은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아이들과 청소년, 귀농해 온 사람들을 위한 목공교실을 제안했다. 이유는 목공교실을 통해 아이들과 귀농주민 스스로 자립성을 키워 마을 내 일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청년 농부에게 토지를 빌려주고 인턴십을 통해 기술을 알려주는 ‘젊은협업농장’과 ‘협동조합 청촌’ 등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날 딴 야채를 직접포장 판매하는 홍동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등이 있다.
최근 홍동면은 의료생활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보건지소 보건의는 근무기간이 끝났지만 지역에 남아 마을 주민과 살겠다고 결정했다. 주민들은 이를 환영하며 의료기관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서천군 달고개 모시마을
충남 서천군 달고개 모시마을 역시 여느 농촌처럼 젊은 사람들의 이탈로 낙후된 곳이었다. 하지만 보릿고개 시절 모시 잎으로 떡을 만들어 먹었던 것을 착안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모시마을은 2004년 서천군이 추진한 ‘어메니티 서천’ 사업에 공모했다. 서천군은 모시마을이 발전계획이 뚜렷하고 주민 의지가 강한 점을 인정해 사업비 1억원을 지원했다.
사업 선정 후 마을 이름도 과거 월산(月山)리로 불렸던 것과 대대로 한산모시 전통을 유지해온 마을이라는 점을 반영해 달고개 모시마을로 바꿨다.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수익 사업으로 주민간 갈등이 생겨났다.
↑↑ 달고개 모시마을의 모시송편 공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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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인기 인터넷 쇼핑몰 떡 검색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55세부터 85세까지 40명의 주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4억원에 달한다.
한편, 모시마을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실시하는 농촌 공동체 소득창출사업에 선정돼 지원금 5억원을 받아 모시 송편공장 가공시설을 증축, 보다 안정된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양 회장은 “돈만 보고 시작했다면 마을 사람간의 인의가 깨졌을 것이다”며 “앞으로도 나눔과 섬김이 있는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