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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서시(序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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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서시(序詩)

최민석 기자 cms8924@ysnews.co.kr 입력 2014/07/01 18:20 수정 2014.07.01 06:20





 
↑↑ 문학철
<주변인과문학> 편집인
보광고등학교 교사
 
제 몸에 뿌린 향수 냄새 금세 잊는다 근심 푸는 냄새도 견디면 무감각해진다 불같던 사랑도 길들고 보면 흔적 없다 익숙함의 끝은 죽음에 닿는다 시란 낯선 만남이다 흔들림이다 설렘이다


살아 있는 낯선 것을 잡아챈 기록이다

생선가게에서 죽은 생선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계류 속에서 몸 뒤채는 놈, 폭포수 거슬러 요동쳐 오르는 놈, 대양을 유유히 헤엄쳐 가는 바로 그 놈을 잡아챌 때의 퍼들거림을 기록한 것이다

살아 퍼들거리는 것이 물고기뿐이겠는가 떼지어 날아오르는 가창오리 떼의 날갯짓소리, 먹이 노리는 웅크린 고양이의 팽팽한 눈빛, 꽃망울 터지려는 긴장의 끝 잡아챌 때 살아 퍼들거린다

이제 막 눈 뜬 새끼 강아지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 안았을 때의 따뜻함과 녀석이 낯설어 바르르 떨며 발톱 감추는 울림이다

선친 제사 끝나고 제삿밥 먹고 새로 두 점을 칠 때 내일 출근해야 한다며 차에 오르는 셋째, 자고 새벽에라도 가라하는데 내일 수업 때문에 안 된다며 일어서는 것 잡지 못해 팔순 넘기면서부터 기력이 쇠해 거동 불편한 어머니 주춤주춤 차 앞까지 걸어와 간신히 걸어와 당신보다 벌서 더 자란 손주 손녀 손에 쌈짓돈 용돈이라며 쥐어주는 이제 다 늙은 손의 떨림이다

조심해서 가라며 현관 앞에 서 차 꽁무니 바라보는 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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