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공공시설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에는 자동제세동기(AED)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AED는 심장이나 호흡이 멈췄을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 기기다. 하지만 양산지역 의무설치대상구역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까지 AED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설치된 AED 또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AED는 광역자치단체 청사와 공공의료기관,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에 의무 설치해야 한다. 더불어 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도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산지역에는 종합운동장과 보건소ㆍ보건지소,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등 모두 91곳에 AED를 설치ㆍ운영 중이다.
하지만 의무설치대상인 500세대 이상 아파트 다수와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시청 제2청사, 대형할인매장, 시외버스터미널 등에는 AED가 없어 급작스런 심정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조치가 어렵다.
특히, 지역 내 500세대 이상 아파트 62개 단지 가운데 33개 단지에 AED가 설치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해당 아파트들은 200~300만원 수준의 AED 가격이 부담돼 설치를 미루고 있다. 이 밖에도 시청 제2청사와 대형할인매장, 시외버스터미널 등은 규모가 작아 법령이 정한 의무설치장소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시민 이용이 많은 시설이라는 점에서 AED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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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부 공공기관 AED 관리자는 관리법은 물론 사용법조차 모르고 있었다. 한 공공기관 AED 관리 담당자는 “AED 관리 담당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작동법이나 관리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보건소에 물어봐야 안다”며 “나뿐만 아니라 주변 공무원들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산시보건소는 “해당 기관은 최근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확인해 다시 관리자를 찾는 중”이라며 “다른 공무원들도 AED 사용에 관한 응급의료교육 등을 소방서를 통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민간 다중이용시설에 설치한 AED 교육은 더 문제다. AED 설치 아파트 대부분이 사용법과 관리법에 대한 교육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 외에는 따로 받지 않고 있다. 양산시보건소는 AED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운영주체에 맡긴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보건소는 “AED 사용 교육은 관리주체가 스스로 소방서에 신청해서 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구조 및 응급처치교육’ 공문을 분기마다 해당 아파트 등에 보내 교육을 독려하는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AED를 설치한 아파트에서는 AED 사용 교육에 관한 공문을 받아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한 아파트 관리자는 “AED 설치 이후 정확한 위치를 보건소와 주민들에게 알리라는 공문은 받은 적 있지만 교육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공문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파트 관리자 역시 “보건소로부터 AED 관리나 교육에 관해 공문을 받거나 내용을 들은 바 없다”며 “우리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응급처치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소방서를 통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공공기관마저 그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현실이 ‘안전도시’를 꿈꾸는 양산시 현 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