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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견 깨고 밤거리 지키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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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깨고 밤거리 지키는 이방인

최민석 기자 cms8924@ysnews.co.kr 입력 2014/11/11 10:15 수정 2014.11.12 10:51
외국인 근로자 22명, 명예경찰대 조직

주말 북부동 일대 돌며 치안예방 힘써





매주 금요일 밤 8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형광 조끼를 입고 북부동 외국인 거리를 누빈다. 길바닥에 누워 있는 취객을 챙기고 시비가 붙은 외국인들을 말린다. 동시에 밤 늦게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까지 귀가시키는 그들 조끼에는 ‘외국인명예경찰대’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빛난다.

그렇게 매주 바쁜 주말 밤을 보내는 ‘양산 외국인명예경찰대’는 양산경찰서와 양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음을 모아 만든 일종의 자율 방범대다.

그동안 북부동 외국인 거리(옛 터미널~제2청사 일대)는 외국인 전용 가게 등이 밀집해 있어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치안에 대한 우려가 큰 지역이었다. 특히 외국인 간 사건ㆍ사고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내국인 사이 크고 작은 시비가 꾸준히 발생해 온 곳이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로 생긴 갈등은 해당 지역 상인은 물론 주민에게도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이에 양산경찰서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쇼우캇 라나(41, 파키스탄) 씨를 비롯한 지역 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명예경찰대 활동을 제안했다.

이들은 경찰대 필요성에 적극 동감하며 지난 7월 7개국 22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모아 ‘양산 외국인 명예경찰대’를 만들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발적인 ‘봉사’를 시작한 것이다.

경찰대장은 라나 씨가 맡았다. 경찰대는 매주 금ㆍ토ㆍ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2명씩 짝을 이뤄 북부동 일대를 순찰 한다. 방범활동 초기에는 다른 외국인들과 마찰도 잦았다.

라나 씨는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 취객에게 집에 가는 게 좋겠다고 권유하면 외국인인 것을 확인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우리 경찰대가 알려지고 방범활동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서 이제는 다들 별말 없이 귀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된 일과로 지친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말 달콤한 휴식을 포기하고 매주 지역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다. 그들이 지역사회 공동체로 지역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만큼 이제는 양산시민도 그들에 대한 ‘색안경’을 벗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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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먼저 변해야 편견도 사라지죠”

외국명예경찰대장 쇼우캇 라나 씨

북부동 외국인 거리에서 6년 전 음식점을 연 파키스탄 출신 쇼우캇 라나(41) 씨. 라나 씨는 7개국 출신 외국인들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외국인 거리를 돌며 치안을 돌보고 있다.

“처음 순찰을 돌 때는 취객들에게 ‘너희가 뭔데 이런 것을 하느냐’, ‘고향으로 돌아가라’ 등 심한 모욕을 당하기도 했죠. 하지만 경찰대 활동 취지를 설명하며 취객들을 설득했죠. 그렇게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이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먼저 인사를 권할 정도로 변했어요”

라나 씨는 최근 경찰대 활동과 함께 파키스탄인 30여명과 ‘비스밀라 커뮤니티 양산’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홀로 사는 어르신까지 돕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친구들과 만원씩 모아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외국인들에게 비행기 표 등을 제공하고 혼자 생활하는 한국 어르신들을 초대해 식사와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어요. 어르신들도 우리를 편견 없이 아들처럼 대해줘 정말 뿌듯해요. 비록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앞으로도 외국인이 아닌 양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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