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상남도 문화유산해설사협의회(회장 이산) 회원 67명이 양산을 방문했다.
양산대학의 옹기박물관과 홍룡폭포 및 내원사를 방문해 우리고장의 문화유산을 견학한 이들은 "하루 일정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며 "양산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더욱 더 잘 보존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양산시 문화유산 해설을 맡은 이헌신 양산시 해설사는 "해설사란 각자의 고장에 거주하면서 그 고장의 문화유산에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소개하는 사람으로 관광가이드 보다 더 깊이 있는 해설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양산시지부(지부장 김경훈)가 지난해 추석과 올 설날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추석 떡값ㆍ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전개하며 관급공사업체 및 납품업체를 상대로 떡값 등 금품전달 자제를 부탁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공무원노조 양산시지부는 최근 관급공사 업체와 납품업체 137개사에 '관급공사ㆍ납품업체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송, 추석 전 금품수수 관행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양산시지부는 이 서한문을 통해 '공직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를 내부에서부터 철저하게 배격하여 맑고 투명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명절 떡값ㆍ선물 안주고 안 받기, 조합원 교육, 내부고발제도 활성화, 투명행정 실천 선언대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자기혁신을 통하여 국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맞이하여 잘못된 관행이 관례처럼 돼버린 떡값 수수, 선물 및 금품 전달 등의 부정부패 사례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근원에서부터 차단하는 사업들을 적극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양산시지부는 공무원이 떡값과 선물 및 금품 등을 요구할 경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양산시지부 홈페이지(www.aygo.or.kr)나 전화(055-380-4398)를 통해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관급공사ㆍ납품업체 여러분께 드리는 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하여 공직사회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부정부패척결, 공직사회개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힘차게 출범하였으며, 전국 17개 지역본부 242개 지부 13만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단일노동조합입니다.
저희들은 공직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를 내부에서부터 철저하게 배격하고 맑고 투명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명절 떡값ㆍ선물 안주고 안 받기, 조합원 교육, 내부고발제도 활성화, 투명행정 실천 선언대회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자기혁신을 통하여 국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맞이하여 잘못된 관행이 관례처럼 되어버린 『떡값 수수, 선물?금품 전달 등의 부정부패 사례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근원에서부터 차단하는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내부에서는 특별감시단 활동, 부정부패 신고센터 개설, 적발사례 언론 공개등의 사업과 더불어 『기업체 및 사회에서도 부정부패척결 사업에 적극 동참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리는 서한문 보내기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좋은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저희들의 내부에서 자정운동과 더불어 귀사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가 절실합니다.
금번 한가위에는 어떠한 떡값과 선물?금품 등을 주고 받는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적극 협력해주시고, 만일 공직사회에서 떡값과 선물?금품등을 요구할시에는 언제든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양산시지부 홈페이지(www.aygo.or.kr)나 ☎ 380-4398로 연락해주시면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 드리겠으며 진실 된 반성으로 적극 개선하고 시정해 나가겠습니다.
아무쪼록 공무원노조의 부정부패 추방 활동이 큰 결실을 맺을수 있도록 아낌없는 충고와 협력을 부탁드리며,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끝으로 귀사의 사업이 날로 번창하여 국가발전에 보탬이 되길 바라며, 검소하고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 9. 17.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양산시지부
한국전력 양산지점(지점장 이상화)은 오는 10월 1일부터 전기를 신규로 가설할 때 납부하는 공사비와 건물신축 등으로 지장이 되는 전주를 이설할 때 납부하는 공사비가 수납되는 즉시 그 수납금액을 안내하는 이메일을 자동 발송할 계획이다.
이메일 안내화면에서 공사 진행과정과 담당자 조회가 가능하여 고객이 직접 자기가 신청한 공사의 진행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편의가 한층 도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전 양산지점은 확보된 이메일 주소를 기반으로 가정이나 회사에서 필요한 전기절감방안 등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발송하는 서비스도 시행할 계획이다.
양산우체국(국장 박창주)은 추석을 맞이하여 연휴기간 동안의 우체국 업무에 대해 요일별, 분야별 근무계획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체국 관계자에 따르면 접수업무는 9월 26일(일)부터 29일(수)까지 전일 휴무하며, 우체통수집업무와 배달 업무는 26일(일) 하루 동안만 정상 근무한다. 그러나 특급우편물에 대해서는 연휴기간 내내 정상 배달한다고 밝혔다.
유산공단내에 위치한 한 부도난 공장의 수백 톤의 피혁 자재에서 악취는 물론 썩은 폐수가 도로까지 흘러나와 빗물과 함께 어곡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관계 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
오근섭 시장이 9월 17일 물금 신도시정수장 건설 현장을 방문, 공사관계자로부터 현황보고를 받은 후 철저한 시공과 마무리를 당부했다.
양산우체국(국장 박창주)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원동면 대리마을 풍어대 일원에 전원주택이 속속 들어서서 현재는 30여 가구를 형성하고 있으나, 각 세대별 지번과 입주민들의 파악이 어렵고 세대별 우편수취함이 제대로 부착되어 있지 않아 전원주택지에 도착되는 각종 세금고지서 및 전화요금고지서 등을 배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양산우체국에서는 한통의 우편물이라도 소중히 수취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음에도 각 세대별 지번과 입주민들의 현황파악이 어려워 지난 8월에는 마을입구에 현수막(사진)을 설치하는 한편 각 세대별 출입문에는 안내문을 부착하여 입주민들의 협조를 부탁하는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을 관할하는 우체국 한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주말이나 휴가 등 일정 시기에만 거주하기도 하고, 주인이 바뀌는 등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며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라 이 곳은 앞으로도 계속 전원주택지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전원주택 신축시 반드시 지번을 기재한 우편수취함도 함께 달아줄 것”을 호소했다.
정성기 / 시민기자
국가보안법 폐지가 시대적 요구임에도 그 반대 논리 또한 워낙 뜨겁고 거세 그동안 이를 둘러싼 국력낭비가 여간 크지 않았던 터에 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전문가집단이라 할 수 있는 전국의 형사법 전공교수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지지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국가 근간에 관련된 법률의 존ㆍ폐를 두고 전문가집단은 철저히 배제한 채 이를 한낱 정쟁의 수단으로만 삼아 온 정치권은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형사정책학회, 한국비교형사법학회 등 1천여명의 교수들을 아우르는 주요 세 학회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할 일이다.
이들 학자들은 보안법은 한시적 법률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를 폐지하더라도 법률 공백이 발생할 여지가 없으며,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도 폐지 당위성을 주장하는 점 등을 들어 폐지가 마땅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동안 폐지 반대론자들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위태로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보안법 폐지는 한사코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대해서도 학자들은 국가 안보문제도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국가보안법 폐지는 곧 무장해제'라는 논리는 이론적 근거가 없는 '감성적 호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보안법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의사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법리적 해석도 보태고 있다.
한나라당이야 당의 존립기반이 국가보안법에 있다고 강변하고 있는 터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치더라도, 열린우리당은 도대체 어찌하자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뒤 '형법개정'이냐 '대체입법'이냐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10일 만들어진 '국가보안법 폐지 태스크포스'가 갑작스레 해체된 것이 회의석상에서 일부의원들을 중심으로 '왜 폐지해야 하느냐'는 생뚱맞은 발언이 되풀이 된 데 있다니, 이 정당이 과연 '개혁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한나라당의 반대가 아니더라도 이 법의 폐지가 이토록 시간을 끌고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겠다 싶다.
국가보안법이 그동안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해 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이른 시일 안에 이 문제의 매듭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번에 법학자들이 작심하고 내놓은 해석과 주장을 귓등으로만 흘리지 말고 향후 이 문제에 마침표를 찍는 실마리로 삼았으면 한다. 우선 여당인 열린우리당부터 대오각성하기를 바란다.
제18회 삽량문화제가 양산의 시월을 연다. 지난해에 한 해 쉬었다 다시 개최되는 삽량문화제라 이번 문화제에 거는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삽량문화제는 행사장마다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곳곳에서 흥겨운 어깨춤과 신명난 굿판이 벌어져야 할 터이다.
보는 이 없고 즐기는 이 없는 잔치는 ‘장꾼보다 풍각쟁이가 많은 장판’이나 다를 바 없다.
제전위원회가 미리 내놓은 자료를 보면 공식행사와 부대행사, 체육행사로 크게 나누어진 총 55종목의 프로그램이 다채롭고 알차다.
삽량문화제는 1986년부터 줄곧 열어온 우리 고장의 전통적인 문화행사로 이 행사의 주체는 당연히 양산시민이다.
그러므로 이번 제18회 삽량문화제에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 함께 즐기고 양산사랑의 마음을 다져야 하겠다.
아무리 잘 차려진 행사라 하더라도 행사의 주체인 시민들이 외면한다면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잔치판을 벌일 까닭이 없다.
토박이보다는 다른 곳에서 옮겨와 사는 이들이 훨씬 많은 우리 고장의 특성상 삽량문화제는 양산시민으로서의 동질감을 심어주고 이웃과 이웃사이의 사랑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시민들은 이번 문화제를 남의 일인 양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문화제다운 문화제가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행사장을 찾아 저마다 양산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로 삼자.
시 의회는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제67회 임시회를 열어 2회 추가경정예산안 등 3건의 안건을 의결 처리했다.
의회는 16일 오전 10시 30분 1차 본회의를 통해 16일부터 22일까지를 이번 임시회 회기로 정하고 시 집행부가 심의 요청한 △2004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2004년도 공유재산관리계획변경안 △양산시포상조례중개정조례안 등 3건을 심의안건으로 부의했다.
의회는 17일부터 21일까지 특위활동을 벌여 부의 안건에 대해 충분한 심의를 한 뒤 22일 2차 본회의를 열어 심의안건을 의결 처리했다.
양산의 시월을 삽량문화제가 연다. 시는 10월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지역의 전통 향토축제인 제18회 양산 삽량문화제를 개최한다.
1986년에 처음 막을 올려 17회 행사인 2002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온 삽량문화제는 지난해 시의회가 문화제와 체육대회에 드는 비용을 문화단체 등이 자체 조달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행사지원비 2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열리지 못했다가 올해 비로소 제18회 대회를 갖게된 것.
'화합과 번영'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문화제는 옛날 낙동강 나루터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의식에서 유래된 원동 가야진용신제와 농경시대 생활상을 재구성한 웅상 농청장원놀이 등 지역의 무형문화재 공연을 중심으로 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또 육상과 축구, 단축 마라톤 등 10종류의 체육행사와 백일장, 사생대회, 지역 농축특산물시식, 도자기 만들기 등 20여개의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마련된다.
특히 이번 문화제에서는 양산 출생의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의 '고향의 봄'을 주제로 한 제1회 청소년 오케스트라축제와 양산 출신 성악가 엄정행 경희대 교수의 업적을 기리는 제2회 엄정행 전국학생성악콩쿠르 등 전국 규모의 행사도 개최된다.
삽량문화제 제전위원회는 "이번 문화제는 전통적 소재의 프로그램과 현대적 프로그램이 어우러져 관광 양산의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특히 청소년 오케스트라축제를 통해 지역의 문화 인프라 구축과 양산의 지명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전국 39개 재래시장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조사한 '재래시장 경기전망 및 활성화 사업 추진실태 현황'에 따르면 재래시장상인들 중 79.5%가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고 응답한 반면 '늘었다'고 대답한 상인은 12.8%에 불과했다.
이런 사정은 양산도 다를 바 없다. 추석 대목장을 보러 온 소비자들로 한창 붐비어야할 재래시장이 추석을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22일에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이날 남부시장에서 만난 상인연합회의 임원 김아무개씨는 "이런 현상은 양산뿐만 아니다. 아무래도 국가 전체가 극심한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어 그 여파가 양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며 "단시일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 같지 않은 것이 더 큰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이 시장에서 과일점을 열고 있는 엄아무개씨는 "실제로 경기가 얼어붙어 있지만, 모두들 불경기라고 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돼 일부 돈을 가진 사람들도 통 주머니를 열려고 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이 불경기를 너무 확대해 보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재래시장 상인들은 "이 불경기에 인근에 대형할인점까지 들어서 이러다가는 재래시장이 아예 폐쇄한다는 말까지 나올 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같은 날 들러본 O마트도 썰렁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이날 오후에 들러본 북부시장과 웅상읍 덕계상설시장도 대목다운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해거름이 지면서 저녁 찬거리를 보러 온 주부들로 다소 활기를 띄는 듯해도 아직 제수용품점은 찾는 이가 뜸하다.
제수용 과일을 팔고 있던 한 노점상 할머니는 "하루 종일 있어도 값만 물어보고 그냥 가는 사람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수용 어물전도 찾는 이 없이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그래도 추석이 아직 며칠 남았으니 단대목이 되면 다소 매기가 살아나리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인들에게 이번 한가위 보름달이 얼마만큼 위안이 될까?
"추석대목이라 캤소? 아이구, 그건 인자 먼 옛날 이바구인기라"라며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는 초로의 야채상인 어깨 위로 어둠살이 내려앉고 있다.
53호 만평
천명기
날씨가 화창하다. 짙은 녹색을 띈 나무와 풀잎들…
모두들 웅상읍 매곡마을에 있는 창조학교로 모여들었다. 이들이 오늘 생명평화탁발순례단과 함께 웅상지역 순례 길에 오를 이들이다. 하나같이 마음은 들뜨고 뭔지 모를 호기심에 차있다.
우리가 무얼 하자는 건지, 생명평화탁발순례에 대한 의미를 알기나 하고 발걸음을 내디디는 건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다만, 이것이 우리들이 함께 지켜야하는 약속이기나 한 듯, 도법 스님과 만초 스님이 이끄는 순례단 뒤를 따라 그냥 걷고 또 걷기로 했다.
아침 저녁으로 오가던 이길, 무심코 지나다녔던 거리가 오늘은 왠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저마다의 얼굴엔 저절로 밝은 미소가 피어오르고 낯선 이들과의 인사도 자연스럽다.
"안녕하세요!"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머리 숙여 반가움을 전하고 달리는 자동차에도 손을 흔들어 주면서 우리들은 마치 소풍나온 초등학생들처럼 마냥 즐겁고 신이 났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기를 얼마 후, 우리 일행의 눈에는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 비쳐졌다. 산등성이 한가운데를 마구 헤집어 놓은 공사현장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곳이 바로 경부고속철도를 놓기 위해 천성산 밑동을 뚫으려는 공사현장이었던 것이다. 모두들 이녁의 심장이 뻥 뚫린 듯 놀라며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법 스님과 일행들의 말없는 침묵….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흐르고 저마다의 입에서 새어나온 탄식들.
"어머나" "어떻게" "세상에" "……"
그곳을 떠나오는 발걸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그러나 우리는 몇 걸음 가지 않아서 자연의 놀라운 힘을 발견하고 지친 어깨를 추어올렸다. 논두렁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앙증맞은 야생화들, 가을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는 들꽃들, 이름모를 작지만 강해보이는 예쁜 풀꽃들. 이렇듯 자연은 야생의 힘으로 세상 밖을 향해 꿈틀거리며 저마다의 몫을 다해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기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연은 이리도 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너희가 우리를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너희를 버리지 않으마"
우리의 발걸음은 다시 월평으로 이어지며 정수장을 거쳐 덕계 시가지를 행진한다. 삶이 살아 움직이는 덕계장날거리, 서로서로 미소와 인사를 나누며 행진은 계속 이어진다. 가끔은 길거리에 덥석 주저앉아 쉬기도 하고, 또 다시 일어나 걷고 또 걷고…
어느덧, 봉우아파트에 도착하여 점심탁발을 받았다. 마른 목을 축이고 배고픔을 채운 뒤 서로를 마주보았다. 낯선 이도 있다. 아는 이도 있다. 하지만 아는 이, 모르는 이를 구분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오늘 탁발순례에 함께한 마음이 모두 하나인 것을… 그렇다. 바로 이것이 오늘의 탁발순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려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들 툭툭 털고 일어나 또 행진을 했다. 웅상읍의 북쪽 끝자락인 서창을 향해…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우리들의 가슴엔 또 한번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주님의 교회'에서의 저녁탁발.
종교를 초월한 만남. 스님들과 목사님의 만남, 불자와 기독교인들의 만남,
도법 스님과 만초 스님께선 기독교인들에게 예를 갖추어 고개를 숙이고, 기독교인들은 스님들을 껴안으며 인사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를 깍듯이 섬기는 모습에서 우리는 평화를 보았고 가슴 가득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다짐했다.
우리들의 가정에서, 이웃과 이웃의 사이에, 세상의 모든 만남과 관계에서 생명평화의 정신을 실천하자고.
13일 아침, 춘추공원 들머리 한 음식점에서 양산시의회의 김상걸 의장과 이부건 의원, 김일권 의원, 정병문 의원 등 시의원들과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자리를 함께한 간담회가 마련됐다.
'생명평화'를 화두로 전국을 순례하며 모든 관계의 갈등을 풀되, 그중에서도 특히 '인간과 자연간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되뇌고 있는 순례단과 지역발전과 지역개발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시의원.
어쩌면 이 두 집단의 만남은 퍽 어색하고 생뚱맞을 듯싶었다.
그러나 이 날의 간담회는 양산의 오늘과 미래에 대해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깊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여서 참석자 모두를 흡족케 했다.
이 자리에는 순례단과 시의원들 말고도 양산참여자치시민연대 서병세(동의대 교수) 대표, 양산대 엄원대 교수, 그리고 웅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본사 임원 및 취재기자들이 함께했다.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참석자들은 애초 이 자리에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 내야한다는 욕심을 버렸다. 먼저 순례단의 도법 스님이 운을 뗐다.
10여 년 전부터 지리산운동을 해 왔다는 도법 스님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정책적인 면에서는 개발과 성장정책을 추구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이룩했고, 운동적인 측면에서는 민주화운동을 거쳐 각종 시민운동과 환경운동이 또 사회를 놀랍게 변화시켰지만, 우리 삶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불신과 갈등, 반목이 이어지고 혼란과 대립이 재생산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곧 우리 사회 공동체의 해체와 붕괴현상으로 치닫고, 나아가 생명위기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지리산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모든 문제를 안고 있는 산이지 않습니까? 지리산을 논의하는 과정에 하나로 모아진 과제가 바로 '생명평화'였지요. 또 이라크전이 본격화 되면서 지금까지의 싸움과 죽임의 문명사를 넘어서는 살림과 섬김의 새로운 문명사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데도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이 일은 정부에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참여해야 하는 일이지요”
그래서 지난해 겨울에 지리산생명평화결사가 발족되고, 올 3월부터는 생명평화의 철학과 삶의 문화를 심기위해 전국탁발순례에 나서게 되었다는 설명.
"남과 북, 진보와 보수, 여와 야, 재계와 노동계, 지역과 지역… 이들 모두가 만날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생명평화'지요. 생명평화를 주제로 만나자.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자. 그리고 지혜를 얻어내자.”
도법 스님의 말이 조금 더 이어지고 곧 김상걸 의장이 말을 받았다.
"인구21만의 신흥도시인 양산시민들의 욕구충족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발을 해야만 하는데, 그에 따른 환경파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성산 문제로 시작된 지율스님의 생명을 건 단식도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런 자리처럼 서로 흉금을 터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엄원대 교수는 어제 간담회 참가 요청을 받고서야 비로소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민망해 했다.
"우리나라처럼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쓰는 나라가 없는데 그동안 물질문명만을 쫓다 보니 이제는 '우리'라는 말보다 '나'라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지금부터라도 '실천하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다시 도법 스님이 입을 뗀다.
"한국 사회의 최대의 실패작은 '서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 모든 불균형의 원인이 바로 서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봐요. 그런데 부산이든 양산이든 모두 서울을 닮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바로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양산은 신흥도시로서 서울과 부산을 닮아가려는데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양산에서 그런 고민이 엿보이지 않습니다.”
다음은 이부건 의원.
"지난날 우리가 오직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목표만을 가지고 앞만 보고 달리며 개발과 발전에 온 힘을 다 쏟아 왔더니 이제 환경과 생명이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업적 쌓기가 아닌, 올바른 개발정책을 시행해서 환경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보존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상충된 의견을 조정하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천성산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확실한 방향을 잡아주었으면 합니다만…"
대화는 한층 무르익고 저마다의 생각들이 봇물을 이룬다.
"복잡한 시대에 단순한 해결책은 없는데 사람들은 과학으로 파괴한 자연을 다시 과학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미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다른 좋은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개발만이 최선이 아님을 시민들에게 알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서병세 대표>
"양산이 지금은 갓 출발한 신흥도시로서 지금껏 개발에 주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과정에 속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 자신도 어린 시절 물장구치던 그 자연환경을 제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도법 스님께서 양산에서 느낀 첫 인상이 양산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다음에 순례단이 다시 오실 때에는 분명 달라진 양산을 보시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환경보존을 최대한 고려하는 개발이 이루어져야겠지요."<정병문 의원>
"아까 도법 스님께서 보존과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았느냐고 하셨는데, 설문조사를 하면 대부분 환경보존을 찬성했다가도 실질적으로는 개발과 그에 따른 이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딜레마이지요."<김일권 의원>
어느새 시간은 두 시간이 흐르고, 대화는 "통도사가 단순한 관광지 역할에만 머물고 있는데 대한 우려”에서 '양산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진다.
이제 점심탁발과 오후 일정을 위해 간담회를 마무리해야 할 단계. 도법 스님이 "양산은 가능성이 많은 도시”라며 "양산이 부산과 서울을 닮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산과 서울이 양산에서 희망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또 "시민운동의 역사가 일천한 것이 양산의 장점”일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해 건강한 지역언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산시보도연맹 희생자 천도제
점식을 든 일행은 자리를 옮겨 '양산시보도연맹 희생자 천도제'를 올렸다.
2시 30분, 중앙동 탁노소 앞. 이 자리는 예전의 목화창고가 있던 자리다. 이 목화창고에 보도연맹가입자들을 가두어 놓았다가 동면 등의 산골짜기로 끌고 가 학살했다는 그 피맺힌 역사의 현장.
당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남편을 둔 양귀순 할머니는 보도연맹원들이 학살된 장소로 올라가며 연신 통곡을 했다.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17세 때 남편에게 시집갔다는 할머니는 24세 때 이곳에서 남편을 잃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하면 그것도 죄가 된다고 해서 피하지도 못했어. 그러다 새벽에 남편이 밖으로 나갔고 그 뒤 이곳에서 처형당했다는 소리를 들었지. 3일 동안 땅을 파가며 유골을 찾았지만 누구 해골인지 조차 구분이 안가 찾을 도리가 없었어”
그리고 4.19 이후 유골들을 모아 합동위령비를 만들어 모셔다 놓았는데 5.16이 일어난 후 군사정부가 다시 빼앗아가 철도에도 뿌리고 강에도 뿌렸다며 지금이라도 젊은이들이 이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하소연 했다.
천도제를 주재한 도법 스님은 "이 천도제는 억울한 희생을 당하신 분들이 이제 좋은 곳으로 가시라는 것과 앞으로 우리들이 억울함을 푸는데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라는 말로 천도제를 시작했다.
추모사와 추모시 낭송으로 이어진 천도제는 특히 양귀순 할머니가 지난 50년 한 맺힌 세월을 증언하는 대목에서는 모두들 숙연해 졌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이념과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생명을 억울하게 무참히 앗아갔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그 부끄러운 역사도 한스럽지만 더욱 한스러운 것은 그 후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도 그 비극의 진실은 묻혀있고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는 사실.
희생자들과 희생자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섰으면 싶다.
[본사 특별취재단]
마침내 양산 순례를 마쳤다. '걷자, 만나자, 만나서 생명평화를 얘기하자'는 슬로건을 내건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은 양산 지역 곳곳을 돌며 환대를 받았다.
부산과 울산이라는 대도시 사이에서 자꾸 흔들리는 정체성을 새로이 다잡아나가는 양산의 인심은 그래도 살아있었다. 8박9일 동안 한 끼도 굶지 않고 한번도 한뎃잠을 자지 않았으니 이것만으로도 양산은 아직 살만한 동네가 아니겠는가.
9월8일 순례단은 웅상지역을 둘러봤다. 건강한 시민봉사단체를 표방하는 '웅상을 사랑하는 모임(웅사모)'의 도움으로 순례는 내내 훈훈한 배려 속에 진행됐다. 매곡리-덕계상설시장-장흥마을-봉우아파트로 이어진 오전의 순례는 직선제로 아파트 주민대표를 뽑는다는 봉우아파트부녀회의 정성어린 점심탁발로 이어졌다.
신명마을-새진흥 7, 8차 아파트-웅상도서관-주진마을-명곡마을로 이어진 순례는 저녁 7시 웅상읍사무소에서의 간담회와 도법 스님의 강연회로 이어져 화기애애하게 열렸다. 이틀 째 연속 웅상어린이 창조학교에서 잠자리를 탁발했다.
9월 9일 전교조가 안내하는 순례는 외흠-백동-소남-주남-택지개발지-읍사무소 방문으로 이어졌으며, 웅상읍장 면담을 통해 웅상지역의 현안인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산 향교와 춘추공원에서 하루 순례를 마무리하고 중앙동사무소 2층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전교조 선생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는 생명평화에 대한 솔직하고도 진지한 고민의 장이었으며,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생명평화'를 깊이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9월10일 양산여성회가 주관한 순례는 비가 오는 가운데 남편을 보도연맹 사건으로 잃은 양귀순 할머니의 눈물겨운 증언으로 시작했다. 1남1녀를 둔 양 할머니는 당시 보도연맹 사건으로 학살된 남편이 이른 아침 목화창고에서 학살현장으로 실려 가는 트럭을 훔쳐보면서도 무서워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며 치를 떨었다.
9월11일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루 휴식을 취한 순례단은 12일 양산시민신문의 주관으로 강서동과 물금, 원동면 지역을 둘러봤다. 먼저 김일권 시의원의 안내로 신도시 지반을 다지기 위해 파헤쳐지는 오봉산을 둘러보았다. 이미 산의 정상이 거의 파헤쳐진 이 공사장에서 나는 폭발음과 돌먼지 등으로 인근주민들의 원성도 원성이려니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개발의 현장을 둘러보며 순례단은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쓰레기매립장을 둘러보며 불행하게도 '21세기 타임캡슐'은 바로 이 쓰레기 매립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례단은 양산 외국인이주노동자 상담소에 들러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 40만명에 육박하는 외국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의 제도나 현실은 너무나도 반인도적이며 반인권적 이었다.
오후에 둘러본 양산 배내골은 천혜의 비경이었다. 주변에 이렇게 아름다운 배내골이 있는 한 양산은 비로소 양산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그러나 양산시의회 박말태의원의 안내로 들린 원동면 원리 신촌마을의 참담한 현실은 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와 도법 스님께 염불이라도 해달라고 매달렸다. 다름이 아니라 개울 건너 바로 마을 앞산에 파헤쳐진 석산이 하나 있었는데, 그 석산의 영향으로 마을에 자꾸 변고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1년에 50세 미만의 젊은 남자들이 심장마비 등으로 급사를 한다고 했다. 풍수지리가 등의 말에 의하면 바로 그 석산 때문이라는 것이다. 행여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주민들은 이미 공포에 질려 있는 듯했다.
순례단은 정성을 다해 마을주민들과 함께 그 석산이 마주 보이는 강둑에 앉아 마무리명상을 하고 '생명평화의 경'을 읽으며 마을 주민들을 위로했다. 다행히도 석산의 복원계획이 추진 중이라고 했다.
13일 자체일정으로 잡은 이 날의 순례는 오전 10시 춘추공원에서 양산시의회 의원들과 장시간의 간담회로 시작됐다. 이 날의 간담회는 양산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깊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특히 오후 2시30분에 진행된 '양산시 보도연맹 희생자 천도제'는 양귀순 할머니 등 유족들과 양산조직위 등이 함께 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양산시에서 처음으로 열린 천도제는 중앙동 탁노소 앞에서 열렸는데, 이 자리는 예전의 목화창고가 있던 곳이다. 증언에 의하면 바로 이 목화창고에 보도연맹가입자들을 가두어놓았다가 동면 등의 산골짜기로 끌고 가 학살했다고 한다. 추모사와 추모시 낭송으로 이어진 천도제는 도법 스님과 만초 스님의 주재로 열렸으며, 특히 이날 양귀순 할머니의 증언은 눈물겨웠다.
비뚤비뚤 받침도 틀리는 글씨로 손수 적어온 양귀순 할머니의 추모의 글은 그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14일은 민주노총과 함께 솔밭산의 민주영령들에 대한 참배로 시작해 '양산사랑참여시민모임(양동이)'과 한기덕(양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의 주관으로 상ㆍ하북을 순례했다. 하북에서 김상걸 시의회 의장과 통도사 불교청년회와의 만남에서 도법스님은 “청년 불교인들이 깨어 있어야 양산의 미래가 있다”고 말하고 청년 불교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오후에 정병문 시의원과 함께 상북 일대를 순례하며 조류독감 파동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낸 양계농가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양산 순례의 마무리 행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양산조직위와 순례단의 허심탄회한 대화와 생명평화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것으로 양산순례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천성산과 영축산, 낙동강과 양산천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겸비한 양산. 그러나 지금 양산은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도 아니요, 울산도 아니요, 공단도 아니요, 농촌도 아니요, 배드타운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인구와 아파트가 급팽창하는 신흥도시는 분명히 신흥도시인데 '양산 통도사'라는 이미지를 넘어서는 집중력이 없어 보인다. 통도사의 청정함과 통도사 입구의 난잡함이 언밸런스이듯이 양산 전체 또한 언밸런스 투성이인 것 같다.
왜 그럴까? 대답은 간단하다. 신흥도시로서의 도시계획이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이지 못하고 임시방편 혹은 땜질식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는 양산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의 기형적인 현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의 난개발적인 도시 형성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실패한 도시계획을 답습하다보니 양산 또한 정체성의 혼돈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비교적 성공한 케이스인 일산 신도시나 과천, 그리고 분당 신도시와 비교해 보면 그것은 확연히 드러난다.
부산의 근교인 김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양산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오히려 실패한 부산의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부산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초기지나 부산의 베드타운이 아니라 실패한 도시 부산, 살기 힘든 도시 부산에서 이사를 오고 싶은, 와서 살고 싶은 양산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자면 미래지향적인 양산의 슬로건이 필요하다. 양산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양산을 사랑하게 해야 하며, 바로 지금 이곳에서 양산시민들의 삶이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양산의 원주민은 원주민대로 고향의 자부심을 갖고, 이주민은 이주민대로 '제2의 고향'으로 양산이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경제적인 콤플렉스, 문화적인 콤플렉스, 교육적인 콤플렉스 등 이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원주민들에겐 가난했지만 아름다운 고향으로서의 이미지가 흐려져 자부심이 결여되고, 이주민은 이주민대로 어쩔 수 없이 잠시 머무는 간이역으로서의 양산이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양산은 이미 양산의 미래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바로 그 답은 대한민국 최고의 어린이작가 이원수 선생의 노랫말 '고향의 봄'에 다 나와 있다. 이원수 선생의 고향이 양산이라는 사실이 잘 아려져 있지 않아 아쉽지만 그 내용이야 이미 남북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로 이어지는 '고향의 봄'이야말로 신도시 양산의 미래가 끝내 버리지 말아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덕목이 아니겠는가. 원주민의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는 길이 바로 양산의 미래요, 이주민들의 '제2의 고향'으로 가꾸는 것이 바로 양산의 미래가 아닌가.
양산의 미래는 '고향의 봄'이다. 양산이 누구에게나 고향의 봄이 될 때 비로소 양산은 양산다워질 수 있다. 양산,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 자리를 빌어 순례일정에 동참해준 양산지역 제 단체와 김상걸 시의회 의장, 김일권 시의원, 박말태 시의원, 정병문 시의원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원규 / 시인ㆍ생명평화탁발순례단 팀장>
교단에 선 지 스무 해가 되었다. 푸르기만 했던 머리에는 이제 소금기만 희끗희끗 하다. 책상머리에 추처낭중(錐處囊中)이라 써 두고 자주 보아왔는데 나는 결국 추(錐송곳)가 아니라 추(椎몽치)였던 모양이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신경림의 <목계 장터> 전문
청룡 흑룡이 뒤엉켜 싸우듯 험악했던 날씨는 개었지만 키 낮은 잡초는 비바람과 흙탕물에 뒤범벅이 되어 쓰러졌다. 그 속에서 하늘이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이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한다. 그렇다고 청룡 흑룡을 불러와 민초들의 삶은 뒷전에 두고 천하를 움켜쥐는 일에만 묶여 뒤엉켜 싸우는 크고 험한 구름이나 바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그 사나운 비바람에 쓰러지고 다친 잡초 같은 힘없는 민중들 속에 들어가 그들의 아픈 현실을 어루만져 살려내는 잔바람이 되라 한다. 아흐레 나흘 목계 장이 서는 날 찾아와 박가분 파는 방물장수처럼 드러나지 않는 떠돌이가 되라 한다.
민중들의 삶을 어루만지며 이름 없는 사람이 되어 그 속에서 어우러져 살다가 남의 삶은 고사하고 내 삶마저 건사하지 못할 시련이 닥치면 민중 속에 아주 숨어 잠시 피하라 한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잠시 붙어 피하라 한다. 그래도 견딜 수 없을 때면 석삼년(9년)에 한 번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에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처럼 천치가 되라 한다. 석삼년에 한 이레쯤은 천치가 되어 세상이야 어찌 돌아가든 그냥 쉬어라 한다.
하늘은 날더러 거창한 구호에 휘말려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돌보지 않는 사나운 구름이나 바람이 아니라 민중의 하나가 되어 민중 속에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일깨워주는 사람이 되라 한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 높은 목소리만이 들리고 / 사방이 어두울수록 / 큰 몸짓만이 보인다. / 목소리 높을수록 / 빈 곳이 많고 / 몸짓 클수록 거기 / 거짓이 쉽게 섞인다는 것 / 모르지 않으면서 / 자꾸 그리로만 귀가 쏠리고 / 눈이 가는 것은 / 웬일일까. // 대나무 깎아 그 끝에 / 먹물 묻혀 / 살갗 아래 글자 새기듯 / 살다 가는 일은 / 서러운 일이다. / 낮은 목소리 작은 몸짓으로 / 살갗 아래 / 분노를 감추고 / 살다 가는 일은 / 아름다운 일이다. / 아침 저녁 / 짙푸른 하늘을 머리에 인 / 노고단을 우러르면서.
신경림의 <지리산 노고단 아래 - 황매천의 사당 앞에서> 전문
세상이 시끄럽고 어두울수록 거짓이 섞일 수 있는 큰 목소리 큰 몸짓만 눈에 띄고 거기에 눈과 귀가 쏠릴 수 있다.
먹물 묻혀 살갗 아래 글자 새기듯 죄인의 표찰을 달고 살아가는 것은 서러운 일이지만 낮은 목소리 작은 몸짓으로 억울한 죄인 표찰을 안고 분노를 감추고 아침 저녁 짙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노고단을 우러르는 삶을 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 하는 것과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숨으라’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그때 시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룬 것 없이 지천명(知天命)이 눈앞이다. 나는 나를 진정으로 던져 이렇게 절박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천년을 기대어도
폐문이 아닌 살아 숨쉬는
그런 대문에 기대고 싶다.
종일을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을
그런 가슴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밤마다 그리는 슬피 우는 사랑 말고
돌담 집 가지런히 누운 담쟁이 넝쿨을
넘어와 굳건히 보듬어 줄
반짝이는 문하나 달고 싶다.
그가 오고 내가 가도 누구도 탓하지 않는
생존이 가능한 그런 사랑 찾고 싶다.
찾아보면 있을 법도 한데
내게는 영영 오지 않을 무지개 빛 허상일까
젖어드는 눈시울에 따스함을
알아 줄 그런 문짝 하나
달았으면.
"문화도시 양산"이러한 슬로건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그러나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양산시립관악단(지휘자 박우진)이 있어 양산사람들은 행복하다.
지난 11일 실내체육관에서 있었던 '가을맞이 음악회'는 음악 도시 양산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2천5백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한 이날 음악회는 기획의도와 구성부터가 신선하다.
#첫장면
양산시립관악단의 '새벽의 첫 빛(Prima Luce)'연주를 시작으로 음악회의 문이 열린다.
박우진 지휘자의 부드러우면서도 열정적인 지휘는 한국민요 메들리에서 귀에 익은 선율로 청중들에게 전달되고 몽금포타령에 와서는 사물놀이가 등장한다.
흔히 우리는 문화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흐른다고 말한다. 음악도 그 경계를 넘어 다른 영역으로 넘나든다. 서양의 관악과 동양의 사물놀이가 서로를 넘나들며 연주한 '크로스오버'는 그야말로 양산에서는 처음 접하는 새로움이다.
테너 김태모 교수와 바리톤 김병호 교수의 열창은 실내체육관의 울림현상 때문에 그 감동이 그대로 전달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청중은 즐겁다.
#다음장면
이번 음악회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영상과 관악의 만남이다.
좌우의 대형 스크린에서 눈에 익은 영화의 한 장면과 그 주제곡이 관악연주를 타고 흐른다.
사람들은 아는 만큼 느끼고 아는 만큼 친밀하다. '타이타닉'에서 사람들은 탄성을 발한다.
뱃머리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그 유명한 명장면이 시립관악단의 선율을 통해 듣게 되리라고는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청중들은 행복했다.
이러한 신선한 음악적 기획은 지역과 중앙의 문화적 편차를 좁혀 나갈 것임이 분명한다.
#다음장면
80년대 'J에게'로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지금까지 완숙미 넘치는 가창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선희. 음악회가 조금은 엄숙하고 딱딱해 질 즈음 3부를 연 대중가수의 공연은 청중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음악회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창의 무대에서 공연장의 울림현상 때문에 이선희의 본 모습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아쉽기도 하지만 그러나 우리에게 친숙한 가수와 귀에 익은 노래는 시민들을 하나 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끝으로
이제 양산은 21만의 인구에 제법 그럴듯한 도시의 규모를 갖춰가고 있다.
여기서 문화적 토대가 없는 도시의 발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양산은 전국에서 인정하는 시립관악단이 있다.
비록 올 초에 창단했지만 오랜 기간 준비해온 양산의 관악은 기초가 탄탄하다.
양산여고와 보광고에 관악부가 있어 인력기반에 문제가 없고, 현재 관악단의 자질도 우수하다. 이정도 라면 제주도처럼 매년 8월에 개최하는'제주국제관악축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국양산관악축제'를 개최한다면 부산의 영화제가 부산을 국제적 도시로 알려냈듯이 기초가 탄탄한 관악을 통해 양산을 알려낼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토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양산시립관악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양산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시 관계자들의 문화적 마인드를 촉구하고 싶다.
출처 - 양산 민병철 어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