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22년째를 맞고 있다. 지방자치제 시행의 가장 큰 취지는 중앙집권적 구조를 지방으로 분산, 전국적으로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전국 시ㆍ도지사협의회는 “21세기는 국가 간 경쟁이 아닌 지역 간 경쟁시대이므로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하고 정당의 지방분권추진기구 설치, 지방재정확충, 지방자치 제도 개선,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등 4대 분야의 지방분권 공약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제의 성공 여부는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에 있다. 특히 정부의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교부되는 분권교부세와 연계해서 본다면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 2000년 지방이양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작년 말까지 지방이양을 확정한 중앙권한은 총 3천101건이며, 이 중 63.9%에 해당하는 1천982건이 이양 완료됐다. 지방이양 이후 총사업비는 연평균 16.8%나 늘어났으나 분권교부세는 6.9% 증가에 불과, 순수 지방비 부담액만 매년 23.5%씩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지방으로 이양되는 사무 중 대부분이 사회복지사업이며 현재 사회복지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이 어려워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면 양산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2013년 현재 정부로부터 분권교부세를 받고 있는 경상적 수요사업은 크게 25개 사업에 34억3천483만7천원이다. 이 중 사회복지사업에 해당하는 것이 15개 사업에 20억347만5천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양산시 예산대비 사회복지 예산은 2013년 당초예산 5천638억7천847만7천원 중 1천481억7천171만4천원으로 26.28%를 차지하며, 전년대비 15.33%가 증가했다. 이는 전체 예산이 전년 예산 5천630억6천682만2천원보다 0.14% 증가한 것에 비하면 사회복지예산 증가는 엄청난 증가다. 중앙정부의 사무가 지방으로 대폭 이양되면서 그에 합당한 예산은 지원되고 있지 않은 현실은 지방의 발전을 통해 국가의 균형발전을 기한다는 지방자치제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으로 역행하는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통해 지방자치제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본다. 첫째, 중앙과 지방간 사무재배분 원칙을 마련해 이에 따른 재원분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사회복지 기능과 수요에 대한 중앙과 지방간 역할배분과 재원배분의 원칙이 세원배분과 적절히 연계돼야 한다. 둘째, 무상보육 등의 국고보조에 대한 지방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고보조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 20%, 지방 50%인 것을 서울 40%, 지방 70%로 인상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데, 이는 국세와 지방세 간 현저한 차이를 가지는 세입비율(8:2)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재정건전성담보를 위해서 자체 재원 발굴 노력과 공공운영경비 절감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오는 6월 중에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출범하는 위원회에서는 ‘지방분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해 ‘무늬만 자치’라는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지만 멋진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아이, 가정이 어려워도 내색 않고 씩씩한 아이, ‘놀토’의 주말이면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아이, 탈선의 유혹 앞에서 우리 가락의 신명에 빠져 다시 길을 찾은 아이…. 1%의 상위 그룹 아이들은 주변의 관심과 넘치는 지원 속에 자기 목표를 향해 순항하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아이들은 진로를 찾지 못해 청소년기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하지만 이 선생님을 만난다면 새로운 희망이 열릴 수 있다. 평범한 아이들의 끼와 적성을 찾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헌신해 온 선생님에게 그에 걸맞은 인증이 이루어졌다. 웅상고등학교 이영욱 선생님 이야기다. 교육부가 제정한 ‘제2회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가 된 것이다. 전국에서 10명, 경남도에서는 이 선생님이 유일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 상의 공동 주체가 한국교원총연합회라는 것이다. 교총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상반되는 교원단체다. 이영욱 선생님은 양산에서 전교조 설립을 주도했고 지회장까지 역임한 인물로 지금도 전교조 교사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가 이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15년 전이다. 중학생 아들 덕에 학교운영위원이 되어 2년을 종사했는데 그때 이 선생님을 만났다. 교사 자격으로 운영위원이 된 이 선생님과 또다른 교원 위원과 함께 학교의 구태의연한 행정관례를 타파하는데 서로 죽이 맞았다. 수학여행 숙박지를 직접 답사 선정함으로써 비용은 줄이고 대우는 크게 향상시켰다. 전세버스의 선정도 경쟁에 부쳐 싼 값에 최신형 버스를 계약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졸업앨범 제작도 기존의 수의계약 관행을 지양해 디자인과 제본의 경쟁입찰을 유도했다. 학생들은 좋아했지만 교장을 비롯한 행정부서와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사심없이 자녀들을 위한 일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 후로는 교직원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기억된다. 이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옮긴 뒤에도 한 차례 더 요청에 의해 운영위원을 맡았는데, 이 선생님의 순수한 의지를 마다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선생님은 그때만 해도 다소 이념적이고 강경하게 인식됐던 전교조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완화시킨 분이라 생각한다. 한때 이 선생님은 여성이지만 ‘무서운’ 선생님으로 통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양보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성향이 그랬고, 아이들에게 한없이 넓은 마음을 가졌지만 꼭 지켜야 할 일에는 단호한 엄격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급기관이나 지휘계통에 고분고분하지 못한 사람으로 생각되기 일쑤였고, 학생들에게도 호랑이 선생님 인상을 주곤 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고, 진심은 서로 통하게 되는 법이라 교직원 사회에서나 아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생님이 됐다. 이영욱 선생님의 ‘올해의 스승상’ 수상 소식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근래에 와서, 우리 사회 교육의 문제점들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적 위주 교육의 폐해는 개인의 독창성과 의지를 억제시킴으로써 상대적인 소외감을 갖도록 해 아웃사이더로 발전하는 배경이 돼 왔다. 청소년기에 예ㆍ체능이나 기술을 배우는 일이 주변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관심을 잃거나 성적이 저조한 아이들은 자신의 장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고 탈선의 유혹에 노출되곤 한 것이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의 사례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관련기관들은 오로지 사태의 직접적인 해결방법에 몰두할 뿐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대책 마련에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마저 인성교육 강화를 부르짖을 따름이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교사들 스스로 주도적인 인성수업에 나서게 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자문할 때다. 이 시대에 이영욱 선생님의 학생지도 방법과 실제는 충분히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아이들 스스로 동아리활동에 뛰어들고, 주말 자원봉사에 나가 구슬땀을 흘리며, 진로를 찾아 필요한 노력을 해나간다면 학교폭력방지를 위한 교내 경찰관의 순찰이나, 인원을 동원한 거리캠페인도 필요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밀알이 필요하다.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해야 한다.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잘 살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스승의 길 아니겠는가.
요즘은 다리 미인의 시대다. 치마를 입어도 미니스커트에서 더 나아가 하의실종패션이 유행하고 바지를 입어도 스키니한 바지를 입어서 다리의 각선미를 뽐내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항상 치마를 입을 때도 바지를 고를 때도 고민하게 만드는게 바로 O, X형 휜 다리다. 휜 다리(O, X형 다리)는 일반적으로 뼈 자체의 기형이나 뼈 정렬 이상이 원인인데 보통 뼈 정렬의 이상으로 휜 다리가 오는 경우가 많다. 이중 뼈 정렬 이상으로 오는 휜 다리는 수술요법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고 체형교정을 통하여 비수술적 교정치료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 말하는 휜 다리는 이런 뼈 정렬 이상으로 오는 휜 다리에 해당한다. 휜 다리는 일반적으로 골반이 틀어지면서 엉덩이 관절과 무릎 관절이 같이 틀어져 뼈 정렬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골반이 틀어지면서 엉덩이는 처지고 아랫배는 나오고 무릎 슬개골은 안이나 밖으로 치우치게 돼 차렷 자세로 섰을 때 무릎이 붙지 않거나(O형 다리) 무릎은 붙는데 발이 붙지 않는다(X형 다리). 그리고 골반의 틀림은 척추의 틀림을 야기해 거북목, 굽은 등, 둥근 어깨를 같이 유발한다. 요즘같이 스키니한 청바지나 짧은 치마가 트렌드인 시대에 더욱 하체라인이 강조되고 있어 휜 다리는 외형적으로 자신감을 잃게 한다. 그리고 휜 다리는 무릎 관절도 어긋나게 해 무릎의 문제를 야기하는데 특히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만성적인 무릎통증을 야기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골반이 틀어지면 척추에도 영향을 줘 거북목, 일자목, 둥근 어깨 등을 종종 야기하고 이로 인해 휜 다리인 사람은 만성적인 요통, 어깨 결림, 목 통증 등 만성 통증을 자주 호소하게 된다. 휜 다리는 전체적인 체형을 틀어지게 해 아동의 성장에까지 영향을 준다. 보통 8세까지 아동의 휜 다리는 정상인데 이후의 휜 다리는 전체적인 체형의 균형을 무너뜨려 뼈 성장에 나쁜 영향을 끼쳐 성장장애를 유발한다. 휜 다리 교정은 틀어진 뼈 정렬을 체형교정을 통해 교정치료하게 되는데 먼저 체형교정추나를 통해 틀어진 골반, 엉덩관절, 무릎관절, 발관절 뿐만 아니라 목과 허리도 교정을 같이 하게 된다. 그리고 휜 다리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물리치료기계를 통해 휜 다리를 치료하고 휜 다리 교정 침치료를 통해 뭉쳐진 근육과 인대를 치료하게 된다. 이후 맞춤 체형교정운동처방을 통해 집에서도 휜 다리를 관리하고 잘못된 습관에 대한 교정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다. 휜 다리 예방법 TIP ▶다리 꼬는 습관, W자로 앉는 습관을 버린다 ▶앉을 때는 의자 등에 앉고 바닥에 앉는 것을 피한다 ▶ 무릎이 항상 정면으로 향하게 해 걷는다 ▶어린 아동일 경우 등에 업히는 것을 자제한다.
서정우 씨가 쓴 ‘명태’라는 작품이 있다. 시골에 사는 홀어머니가 장사를 하며 외아들을 서울에서 공부를 시켰다. 그 어머니에게 그 외아들은 보람이요, 희망이요, 꿈이었다. 방학을 맞은 아들이 내려오면 꼭 동태찌개를 끓여 주었다. 가난한 어머니는 동태찌개가 최고의 요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언제나 몸뚱이는 아들에게 주고 머리 부분만 드셨다. 그때마다 아들은 어머니가 몸뚱이를 잡수셔야 한다고 바꾸려고 했는데, 어머니는 한사코 만류하시며 “생선은 머리 부분이 맛있단다. 그것을 어두진미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동태찌개를 먹을 때마다, 아들은 항상 몸뚱이를, 어머니는 항상 살도 별로 없는 머리만 드시곤 했다. 그 후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여 어엿한 가장이 되어 시골 어머니 집을 찾았다. 어머니는 역시 동태찌개를 준비했고 또 옛날처럼 ‘어두진미’라며 동태 몸뚱이를 아들에게 내주었다. 그때 아들이 자기 찌개그릇과 어머니의 찌개그릇을 살며시 바꿔 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저도 이제 동태의 머리 부분의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작 이 맛을 알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 말을 하는 아들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 역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어머니와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손을 맞잡은 채 울고 말았다.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갤러리에서 미술전시회를 하며, 거창하게 음악회를 개최하거나, 혹은 멋진 무용수가 음악에 맞추어 공연을 할 때 ‘예술이다!’고 말하고는 박수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어머니의 공연은 365일 똑같은 내용으로 연주한다. 그의 정성도 변함없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오직 자식을 위한 공연이기 때문이다. 나도 부모의 대한 사랑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본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봉사연주를 다니고 찾아가는 음악회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며 좋아한다. 그러나 부모님을 위한 사랑의 연주도 꼭 필요하다. 어머니의 연주는 요술도 아니요, 기술도 아니요, 정성이 담긴 감동의 예술 작품이다. 나의 삶에서 잘못된 작품을 만들거나 준비되지 않은 곡을 연주를 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예술이 아니라 좋은 마음을 연주하는 것이 예술인 것이다. 내가 스스로 잘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미술전시회도 클래식 음악이 배경이 되면 좋은 분위기가 연출되며, 독주회도 반주가 함께 하므로 멋진 연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나를 잘되라고 뒤에서 열심히 연주해 주신 분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요술이 아니다. 인생은 기술이 아니다. 인생은 예술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계절에 소리 없이 찾아오는 사고가 있다. 밀폐공간 질식재해다. 지난해 통계 기준 밀폐공간 질식재해로 10명이 현장에서 숨지는 사례로 본다면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화학물질 누출사고만큼 큰 산업재해로 볼 수 있다. 밀폐공간 질식재해는 여름철(6~8월)에 60% 이상 집중 발생한다.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아짐에 따라 산소농도가 급격히 옅어지거나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의 농도가 짙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오폐수정화시설, 탱크, 맨홀, 반응기 내부 등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재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산소부족, 유해가스 노출로 인한 위험이 전혀 눈에 보이지 않아 모두가 방심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작업 전 산소농도와 유해가스농도 측정을 위한 장비나 질식재해발생 때 사용할 수 있는 구조장비를 갖추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작업 전 필수적으로 해야 할 특별안전보건교육조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순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아 가는 밀폐공간질식재해. 제대로 알고 안전수칙을 준수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작업 전 작업장 내부 산소농도와 유해가스농도를 측정한다 ▶작업 내부를 충분히 환기한다 ▶작업 시 환기팬 등으로 항시 환기한다 ▶작업 시에는 항시 감시인을 배치해 긴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응급상황 발생 땐 즉시 119에 신고하며, 사고 장소에는 보호장구 없이 출입하지 말아야 한다. 질식재해예방을 위해서는 근로자와 관리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특별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작업 전 산소농도와 유해가스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장비, 작업 중 작업장 내부를 환기시킬 수 있는 환기팬, 구조용 공기호흡기 등 장비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다.
1:29:300의 법칙이 있다. 심각한 안전사고가 한 건 일어나기 전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나기 전 300건의 위험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펴낸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법칙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하인리히는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의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업무 성격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하였다. 수 천 건의 고객 상담을 분석한 결과 “하나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와 관련된 작은 사고가 29번 발생했고, 작은 사고 한 건이 일어나기 전에 아주 사소한 징후가 무려 300번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으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따라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미국 콜로라도의 ‘롱의 봉우리’에는 거대한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400여년이 넘은 그 나무는 14번이나 벼락을 맞고도 이겨냈고, 수많은 눈사태와 폭풍우를 이겨왔었다. 그러나 조그마한 딱정벌레들이 이 나무에 기어들어 나무의 속을 갉아먹고 나무의 거대한 체구를 지탱할만한 힘을 빼앗았다. 나무는 거대한 사건과는 투쟁하여 장장 400년이 넘도록 이겨 왔지만 딱정벌레들의 습격에는 당하지 못하고 그만 쓰러져 버린 것이다. 사소한 일 때문에 패망하는 경우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오늘 우리는 어떤 사소한 일 즉 대수롭지 못한 일 때문에 커다란 목적을 상실한 것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소한 작은 일이라고 해서 예사롭게 넘겨서는 안 된다. 아주 작은 징후 속에서 대형 사고를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작금의 크고 작은 사건을 접하면서 다시 한 번 ‘하인리히 법칙’을 되새겨보자.
'뭘 그리지?’ 친구들의 도화지에는 형형색색의 그림이 채워진다. 하지만 꼬마 화가는 한참 동안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한다.
유럽 17개국은 사상 최장기 경기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고, 세계는 불황의 여파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도 글로벌 경제 침체에 엔저의 공습, 북한 핵위협으로 부동산, 주식, 외환시장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고, 내수부진이 이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들이대는 각종 경제지표마저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킨다. 여러 경제연구기관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 이하로 낮추면서, 성장률이 3%만 돼도 대성공이라고 한다. 더욱이 내년에도 빠른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초기단계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 침체기 속에서도 여성의 화장과 옷차림만은 예년보다 훨씬 화사해진 느낌이다. 손바닥만 한 길이의 아찔한 핫팬츠가 뜨고 있고, 색상도 형광색 계통으로 눈에 확 띈다. 경기 불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늘 나오는 말이 있다. 불황기일수록 스커트는 짧고 화려해지며 짙은 립스틱 바르기를 선호한다는 속설이다. 그럴까? 화장품 업계에서는 종종 립스틱 판매로 경기를 예측한다. 경기가 불투명할 때는 소비 위축으로 전반적인 화장품 매출이 감소하지만, 립스틱 매출만은 유일하게 경기 변동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립스틱은 다른 화장품 아이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이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분위기를 확 바꾸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처럼 불황기에 저렴하지만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소위 불황상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고 한다. 미국 내 고급 화장품 시장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사는 자사의 화장품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립스틱과 경기가 상당히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회사는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립스틱 지수’를 만들었는데, 이 지수가 중요한 경제지표 중 하나로 사용될 정도이다. 실제로 2001년 9.11테러 직후 찾아온 불황기에 립스틱 지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경기 불황으로 립스틱 효과에 따른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G마켓과 인터파크의 조사 결과 올해 1~2월 립스틱, 립글로스 판매량이 전년 대비 53% 늘어났는데 특히 핫핑크 립스틱이 큰 인기를 몰았으며, 네일아트용품과 액세서리 용품은 각각 46%, 94%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립스틱 판매량으로 주가를 예측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경기가 나빠져서 립스틱 판매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립스틱 판매가 경기의 선행지수가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학자들은 쉽게 동의하지 못할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해서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이니, 향후에도 소비가 계속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법 합리적인 예측이기도 하다. 불황기에 립스틱이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십만원짜리 옷은 차마 살 수 없지만, 1~2만원대 립스틱은 가능하다. 다른 소비를 못하게 될수록 허용 가능한 사치품 하나를 얻는 기쁨은 그만큼 커진다. 그뿐만 아니라 립스틱은 다른 화장품보다도 분위기를 바꿔주고 가장 눈에 띄는 효과가 있다.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용인 셈이다. 무엇보다 큰 건 ‘심리적인 이유’라고 한다. 싼 값으로 가장 뛰어난 기분 전환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빨간색을 보기만 해도 신진대사가 13.4% 좋아지고, 빨간 불빛을 보여주고 악력을 재면 20% 세진다는 보고도 있다. 불황에 미니스커트와 붉은 립스틱이 뜨는 데 대해 여성미를 최대한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어찌 생각하면 불황기 즉, 어려운 상황일수록 상대적 약자인 여자들이 심리적 불안함을 많이 느끼며 안정적 상황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들의 여성성을 부각함으로써 남자를 유혹하거나 혹은 남성으로부터의 보호를 받으려는 일종의 잠재된 본능이 자극되어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속설이지만 실질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꽁꽁 얼어붙은 경기로 우울해진 사람들이 화사한 화장과 옷차림으로라도 기분을 달래고자 했기 때문일까. 불황기에 역설적으로 매출이 오르는 것은 립스틱뿐만 아니다. PC방, 게임업체와 복합 찜질방의 수익도 불경기에 더 늘어난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다른 산업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잉여시간을 저렴하게 보내는 방법이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가족이 온종일 찜질방에서 뒹굴 수 있는 저렴한 레저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초콜릿도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매출이 약 2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넥타이, 브래지어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넥타이가 잘 팔리는 이유는 정장을 입기보다는 값싼 넥타이로 여러 벌의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브래지어도 마찬가지 이유다. 팍팍한 현실로 부터의 도피 현상이지만, 이러한 것도 립스틱 효과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긍정적인(?) 해석은 립스틱은 여성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줌으로써 립스틱 짙게 바르고서라도 가혹한 현실에 맞서도록 한다는 것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여성들이 화장으로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립스틱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경제가 여성들의 입술을 더욱 빨갛게 만들까 걱정된다. 그러나 불황일수록 그동안 삶을 반성하고 삶의 질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불황과 절망의 에너지가 넘치는 시대에서 우리 개인과 사회공동체는 불황으로 어려운 현실에 시선을 묶지 말고, 훨씬 피폐한 삶을 영위해 왔고, 불황으로 더더욱 한계상황에 처한 우리 사회와 제3세계의 약자들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욕망의 동력으로 달려오면서, 부족했던 배려하고 나누는 공감적이고 겸허한 삶의 양식의 소중함을 되찾아야 할 기회이다. 핫팬츠, 미니스커트와 짙은 화장으로 아름다워진 여성들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져 일자리를 찾은 졸업생들과 함께 기뻐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핑크빛 립스틱은 아름답지만 ‘립스틱 효과’는 참 우울한 용어이다.
네모 하나 공중에 떠 있다 이십 년 된 십오 평 아파트 남자는 낯선 술집에서 하루 각질 벗어놓고 불빛 고여 있는 네모 속을 꾸역꾸역 찾아 들어간다 그의 헐거워진 걸음은 작은 아이 목소리에 저당 잡혔다 누군가는 뿌리 잃은 먼지와 악다구니를 남기고 떠나고 또 누군가는 짐짝 몇 개 들이고 이곳으로 스며든다 그의 창백한 귀가는 까만 점이 되어 휘청이고 핏발 선 시선들이 문을 꼭꼭 닫고 이른 빨래를 넌다 멀리 개 짓는 소리에 밤에 불은 어둑새벽이 신문배달 청년의 근육질 종아리처럼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다 문득 바라 본 고속도로에는 여전히 차들이 질주를 하고
현역 프로농구 선수가 주택가에서 떼를 지어 담배를 피우는 중ㆍ고생을 나무라다 경찰에 입건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막말로 대드는 학생들에게 한 차례씩 머리를 쥐어박은 것이 폭행으로 신고된 것이다. 이들은 훈계하는 이 씨에게 “아저씨 돈 많으냐? 그러면 때려라”고 하는 등 반발하다 이 씨에게 손으로 머리를 한 차례씩 맞은 뒤 바로 신고전화를 했다고 한다. 함께 있던 5명 중 3명은 부모가 경찰서에 찾아와 훈계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나머지 2명은 처벌을 요구해 경찰로서는 어쩔 수 없이 입건하게 된 모양이다. 지난해에는 한 고교생이 길에 침을 뱉는다고 나무라는 30대 어른과 시비를 벌이다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여섯 살 난 아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였다. 몇 해 전 경북 포항에서는 길 가는 70대 노인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다가 꾸지람을 듣자 집단으로 구타한 중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도심 곳곳에서 청소년들의 탈선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택가 인근의 작은 공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학교와 인접한 곳에서마저 볼성사나운 청소년 패거리들의 일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본지 기자가 현장취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 문화공간이라 할 양주공원이 밤마다 청소년들의 탈선현장이 되고 있었다. 무리를 지어 으슥한 곳에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이성간의 지나친 스킨십을 거리낌없이 함으로써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또 훈계하거나 탈선행위를 제지하는 주민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건물 창문에 돌을 던지는 등 해코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신문의 보도 이후 시와 경찰서가 적극 나서 시설 개선과 안전 점검,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니 우범지대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언제부턴가 경고성 메시지가 회자되고 있으니, 으슥한 길에서 청소년들이 몰려다니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이성간의 지나친 애정행각을 목격하더라도 모른 채 하라는 충고를 듣곤 한다. 괜히 나서서 훈계하다가 막말을 듣는다든지 말도 안 되는 폭행을 당한다면 점잖은 대처가 궁색해진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신성한 교실에서조차 일부 학생들의 지나친 폭언과 폭행에 자조감에 빠지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는 지금의 이 시대가 얼마나 각박한 상태인지 짐작하게 한다.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날로 줄어들고, 조그만 일에도 쉽게 화를 내며 폭력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인명 경시 풍조는 잔인한 범죄를 유발하고, 쉽게 뉘우치지 않는 사이코패스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의 부재로 제시하고 있다. 부익부빈익빈의 굴레 속에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불특정 상대에 대한 분노 범죄의 증가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가정교육의 부재는 어쩌면, 핵가족화가 만들어낸 괴물인지도 모른다. 하나 아니면 기껏 둘 뿐인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지나친 집착으로 ‘자기만 아는 장래의 문제아’를 만들고 있다. 어릴 때부터 떼를 쓰면 들어주고 마는 부모 밑에서 이타심이 배양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에 가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그저 아이들이 공부만 잘 한다면 다른 것은 모두 들어줄 태세고, 선생님들은 겉으로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교실에서 엎드려 자더라도 간섭하지 않을 정도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나무라는 교사에게 반항하다 꾸지람을 듣거나 한두 대 얻어맞기라도 하면 당장 그 부모가 찾아와 해당 교사를 쥐고 흔들기 일쑤며, 심지어는 귀한 자식 때렸다고 고소하는 마당에 인성교육 운운 하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런 일인지 모른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 격언은 잊혀진 지 오래다. 부모를 봉양하고, 스승을 공경하며, 친구와 신의를 나누는 인성의 함양은 구 시대의 유물처럼 창고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다. 사회의 어른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진행되어선 안 된다. 사도(師道)가 땅에 떨어지고, 인륜(人倫)이 무시되고 있는 암울한 세태를 방치해서는 나라의 발전은 물론, 민족의 융성을 기대할 수 없다. 새 정부 들어서 인성교육 정책이 강력히 추진될 희망이 보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내 아이를 바르게 키우지 못하면서 주변을 나무랄 수 없고 사회를 비난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때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무대에 오른 이가 아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잘했다 못했다 평가를 하게 된다. 칭찬은 빈말로도 할 수 있지만 쓴소리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 양산예술제를 바라보는 본지도 그런 마음이다. 그동안 양산예술제에 호의적이거나 혹은 홍보 위주의 기사를 써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양산예술제가 제자리를 찾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15회째를 맞은 올해도 별로 달라진 모습이 없었다. ‘시민 외면받은 그들만의 양산예술제’<본지 478호, 2013년 5월 14일자>라는 기사가 나간 이후 예술제를 주최한 양산예총의 한 간부로부터 담당기자에게 항의전화가 왔다. 양산예술제를 비판한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항의 요지는 지난해에 비하면 성과도 있었고, 개막식 때는 500~600여명이 참여하는 등 관심도 있었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에 광고도 실어줬는데, 두고 보자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인가? 각 협회가 주최한 행사의 텅 빈 객석은 논외로 하고, 스스로 호평하는 개막식을 살펴보자. 상당수 학생들이 객석을 메웠다. 대다수가 봉사활동 점수를 얻기 위해서였다. 관객 수를 채우려고 미끼를 제시해 사실상 학생들을 동원한 것이 바람직한가? 학생들이 없었으면 어쩌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이후에도 수많은 시민이 남아 개막식에 호응을 보냈다고 했다. 소속 협회 공연이 아닌 대중가수 공연에 일반 시민이 많았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이다. (사)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는 홈페이지에서 예총을 예술ㆍ문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전문 문화ㆍ예술인들을 육성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대중가요도 예술ㆍ문화이고, 이들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제의 본질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의 예술과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 예술인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민의 혈세를 지원받아 치러진 양산예술제가 과연 예술제 본연의 목적을 충족했는지, 또 시민과 함께 호흡했는지 예총 스스로 알리라 생각한다.
세종대왕을 보좌해 태평성대를 꽃 피운 청백리 황희 정승은 18년간이나 영의정을 지냈지만 인품이 원만하고 청렴결백해 청백리로 불렸다. 그에게는 아들 3형제가 있었는데 노비들에게는 자상하고 너그러웠지만 자식들에게는 항상 엄격했다. 대범하고 강직한 성격과 넓디넓은 도량을 갖춘 큰 인격자였던 그에게도 걱정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막내아들인 수신이 방탕한 짓에 빠져 기생의 품에서 헤어나질 못한 것이다. 훈계도 하고 때로는 매도 들었지만 아들의 버릇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마침내 황희 정승은 방법을 달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황희 정승은 곤복을 차려입고 술을 마시러 나간 아들을 밤늦게까지 마당에서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황희 정승의 어깨에 밤이슬이 내려 옷이 축축해질 무렵 술취한 아들이 비틀거리며 대문으로 들어섰다. 이것을 본 황희 정승은 아들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술에 취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보던 아들이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다 순간 술이 확 깼다. “아버님 왜 이러십니까?” 황희는 정중하게 예를 갖춰 아들에게 말했다. “무릇 자식이 아비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내 집안의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식이 아니라 내 집에 들어온 손님이나 마찬가지지요.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을 정중하게 맞이하는 것은 예의인즉, 지금 저는 손님을 맞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부터 손님으로 정중히 모시겠나이다” 그리고 하인을 향하여 “여봐라! 이 어른 잘 모셔라. 진짓상 잘 차려드리고 잠자리 편안히 해드려라” 하인들이 “예!” 그렇게 하고 쩔쩔 매니까 아들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정승의 정장을 하고 가서 구부려 절을 하면서 “밤새 편히 쉬셨나이까? 이제 일어나셔서 세안을 하시고 아침상을 드소서” 날마다 이러니까 아들이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하며 항복했다. 그래서 황희 정승의 아들이 훌륭하게 됐다는 교육 일화이다. 진정한 교육은 한 가지의 지식보다는 한 가지의 나쁜 습관을 고쳐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국에서 최고 유명한 수상은 처칠이다. 그가 영국에서 대인기를 얻고 있을 때 한 신문사에서 처칠의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그를 가르쳤던 스승의 명단을 뽑았다. 그리고 어떤 스승으로부터 가장 많은 가르침을 받았는지 물었다. 처칠은 신문사에 답장을 이렇게 보냈다. “귀사가 조사한 내 스승 명단에 한 명이 빠졌습니다. 나의 어머니입니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가장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부모야 말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높이 쏫아오르는 분수에 아이들이 뛰어든다. 여름같은 날씨에 아이들은 이른 물놀이를 즐긴다.
초ㆍ중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들이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의학적으로 포경수술은 꼭 해야 하는지 아니면 남들이 하니까 해야 하는지, 안 하면 이상하게 여기니까 해야 하는지, 참 애매하다. 포경수술은 역사적으로 이슬람과 유대인들에게서 시행돼 왔고 19세기 말에 영국과 미국으로 전파된 후 영미문화권으로 확대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전에는 거의 시행하지 않다가 한국전쟁 후 미국의 영향으로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포경수술을 하는 동기는 위생상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의학적인 이유로 신생아기에 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샌프란시스코에서 2011년 포경수술 반대 단체가 ‘뚜렷한 의학적인 필요성이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포경수술을 금지한다’는 주민 발의안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에서 포경수술 경향은 의학적 관점보다는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수술을 권하고 결정하고 시행하는 경향이 더 컸고 지금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한 동네에서 ‘같은 또래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한다’고 하는 것이라든지,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남자가 결혼 직전 직후에 ‘다들 포경수술을 받는데…’라고 걱정을 한다든지 해 포경수술을 받으러 오는 것이다. 최근 포경수술을 하는 동기를 의학적 관점으로 맞추어 가는 추세이고 그 의학적 관점은 감염과 관련해서다. 포경수술은 여러 연구에서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AIDS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말한다) 감염을 의미 있게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특히 남부아프리카에서 시행된 임상 시험에서 남성의 HIV 감염을 51~60% 정도로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포피의 안쪽 면에 HIV가 감염이 잘 된다는 것까지 확인되는 해부학적인 근거까지 제시됐다. 그 외에 다른 여러 가지 성병이 포경수술을 통해 감염률을 낮춘다는 보고들이 많은데, 성기 단순포진(Genital herpes, HSV-2)은 포경수술로 그 감염빈도를 28~34% 정도로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있다. 또한, 자궁경부암이나 성기암을 유발하는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 의 감염 빈도가 포경수술을 한 남자에서 32~3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고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여성 파트너에게서도 이러한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의 전염 빈도가 약 28% 감소한다고 한다. 그 외 여성의 세균성 질염의 위험을 약 40% 감소시킬 수 있으며 여성의 트리코모나스 질염의 빈도도 약 48% 감소시킬 수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포경수술을 해 오다가 이제는 개인의 건강과 위생의 관점에 더 초점을 맞추어서 시행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포경수술은 여전히 ‘꼭 해야 하는’ 수술은 아니지만 적어도 ‘의학적으로 포경수술을 할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개인의 건강과 위생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낫다. 한 가지 추가로 덧붙여 말하자면 포경수술의 적정 시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통증을 줄이자는 측면과 사회적 관점을 고려해 초등 5학년 정도부터 중학교 2학년 정도 사이에 포경수술을 하는 의사와 상담하여 결정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봄은 긴 겨울을 보내며 기지개를 켜고 몸과 마음을 활짝 여는 계절이다. 기다리던 봄날이 오는가 했는데 5월이 되면서 여름으로 바로 넘어가는 듯하다. 3, 4월에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 쬐고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화사한 꽃들로 봄의 기운을 만끽하려 했지만 춥고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만다. 이제 계절의 여왕인 5월을 맞이해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야외로 나가 자연이 주는 선물을 즐기고 문화생활도 누려보자! 양산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양산을 잘 이해하고 친근해지기 위해 양산의 문화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가끔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어떤 공연이 있는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곤 한다. 그러나 예정된 문화행사나 공연이 많지 않아 실망할 때가 있다. 그런 가운데 요즘 제법 볼만한 공연이 있어 기분이 좋다. 4월 말에 양산시민신문 주최의 공연인 ‘추억에 美치다’는 열기가 뜨거웠다. 요즘의 인기 있는 아이돌은 아니지만 80∼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이 익숙한 가요로 열창하는 모습에 양산의 아줌마들은 열광을 한다. 여기에 통기타를 들고 무대에 섰던 양산 시장님의 노래실력은 공연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관객들의 반응에 더욱 힘을 얻는다. 이날 무대에 섰던 가수들은 한결같이 양산시민들의 문화 수준이 높다고 했다. 또 ‘더 클래식 경남!’이란 타이틀로 개최된 음악회는 우리나라 유명 성악가와 바이올린 연주가의 공연 덕분인지 어버이날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석을 꽉 메운 관중들이 진지하게 클래식 음악을 감상했다. 지난달 내가 소속된 부산색소폰합주단이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했다. 주민편익시설과 대학교 등에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친구들에게 카카오톡도 보내 공연을 소개했다. 비록 단체이지만 나의 첫 공연이고 더구나 양산문화예술회관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의미 있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드디어 공연하던 날! 계속 맑았던 날씨가 아침부터 흐리더니 비가 쏟아진다. 색소폰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고 연주하는 사람이 많아도 30∼40명이 한꺼번에 연주하는 합주단은 드물기 때문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공연시간이 다가와도 객석은 차지 않는다. 조바심이 나서 무대 뒤에서 자꾸 관람석으로 눈길이 간다. 친구들의 문자가 온다. ‘비도 오고, 다른 일이 생겼으며 멀어서 갈 수가 없다.’ 하면서…. 답답해하는 단원들이 학생들을 동원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비록 관람객은 적었지만 공연장에 와서 열심히 들어주고 박수쳐 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서 우린 열심히 연주했으며, 동원되지 않고 스스로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들이야말로 진정한 양산의 문화인으로 여겨졌다. 타지에서 살다가 양산으로 이사 온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양산은 공기 좋고, 공원 많고 교통이 편리하고 해서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한다. 한편 다른 지역에 비해 아이들이 이용할 도서관이 근처에 없고 문화 수준도 많이 낮다고도 한다. 언젠가 양산미협의 화가들이 작품전시를 했던 양산문화예술회관에 갔더니 관람객은 없고 작품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없는 예술은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요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스마트TV로 원하는 영화나 공연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중년층 이상은 이런 기계가 주는 편리함에 익숙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공연장에서 주는 감동이 기계를 통해서 제대로 느껴질 수도 없을 것이다. 양산에서 최근 좋은 공연과 문화행사가 자주 열리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양산문화예술회관과 같은 좋은 시설을 시민들을 위해 더 많이 활용하고 개방하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문화수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매달 다른 테마로 잔잔하고 감동을 주는 영화나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각종 공연이 개최되듯 이젠 양산에도 내가 원할 때 가서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가 더 많으면 좋겠다. 2006년부터 문화관광부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문화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아시아문화의 상호 교류와 연구ㆍ창조ㆍ활용을 촉진해 국가균형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요즘 국내의 지방자치정부 가운데 문화도시를 지향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덕분에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를 통한 즐길 거리가 많아져 삶이 풍요로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양산은 통도사, 내원사 등 유명사찰이 있는 역사적인 지역이다. 유물전시관도 얼마 전에 개관했다. 매화꽃축제, 유채꽃축제, 삽량문화축제, 국화꽃축제 등 굵직한 축제들도 개최돼 시민들의 참여도 높다.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장도 많다. 주민편익시설에서는 헬스, 요가, 수영 등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먹거리도 많아 어느 식당으로 가야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노란 유채꽃이 피어 있는 양산천은 산책하고 운동하기 얼마나 좋은가! 양산은 과거의 역사와 문화, 현재의 변화가 공존하는 활기찬 도시이다. 이런 움직임이 약간은 시끄럽고 자극적이며 충동적이란 느낌이 들 때가 있지만 인간적이며 살아가는 재미도 느껴진다. 여기에 조금 더 세련되고 여유롭고 내면의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성숙한 문화도 기대해 본다. 진정한 문화도시는 시민들의 생활이 곧 문화가 되는 도시가 아닐까?
교직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오다가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뒤늦게 교직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임용시험 합격의 설렘도 잠시, 신규교사 연수를 받고 양산으로 발령이 나고 첫 담임을 맡고 그리고 오랜 연애를 하고 있었던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고…. 교사생활 첫해는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러던 시간은 흘러 어느덧 교직생활 10년째. 다행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업이 나와 썩 잘 맞았고(기대 이상으로!), 그래서 평생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교직은 때 묻지 않은, 그래서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그것의 분량이 아무리 적을지라도) 아이들과 서로 몸과 마음을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 어떤 장점보다 나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또한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 같은 상태의 아이들에게 미래의 모습을 함께 스케치하고 그네들만의 색깔을 입히는 과정은 삶의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시간이 흐르면서 교직의 단점들도 하나 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중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정기적인 이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아이들을 졸업과 함께 떠나보낼 때, 혹은 내가 학교를 이동하면서 떠나야할 때…. 이처럼 교직은 이별을 습관화해야 하는 슬픈 운명 또한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물렀던, 그래서 너무너무 깊은 정이 들어버렸던 웅상고등학교를 올 2월에 떠나야했다. 학교를 새로 옮기고도 한동안은 웅상고에 대한 추억 때문에 적응이 힘들었다. 특히, 두고 온 아이들의 얼굴들이 매일매일 떠올랐다. 많이 보고 싶었다. 최고반장 임채현, 전교 1등 배유진, 눈이 맑은 이신혜, 애기 피부 성혜리, 슈퍼모델 김현아, 지각쟁이 배경화…. 하지만 마냥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이젠 놓아야 한다. 새로 옮긴 이곳 물금고등학교에도 임채현, 배유진, 이신혜, 성혜리, 김현아, 배경화가 있기에. 이제는 이 새로운 얼굴들과 친해지고 이들과 정을 쌓아가는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함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다시 봄이다. 창밖으로는 온통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5월의 푸르름이 오감을 자극한다. 운동장 주변 어깨동무를 하듯 초록의 싱싱한 참나무들이 무성한 이파리들을 자랑하며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이 아름다운 오후의 한 때. 참지 못하고 그 그늘 밑 벤치에 앉아 함민복을 읽는다. 활자들 사이로 봄 아지랑이 모락모락 춘곤증을 불러올 때 한껏 기지개를 펴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래, 다시 봄이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자. 굿바이 웅상! 헬로우 물금!
살가운 봄바람 아우성치는 안적암 뜨락 한 켠 봄 발길 돌려세운 높새바람에 처마 끝 풍경 그네 타고 동자승 경 읽는 소리에 수정처럼 다듬어진 아침 앙상한 나목 아래 하얀 꽃망울 빨강 꽃망울 온몸에 소름 돋아나듯 입술 향기 머금은 발칙한 사랑 이야기 봉긋 솟은 가슴 내밀어 첫사랑 나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 하더라도 스승에 대한 존경심마저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최근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새삼 절실한 때다. 하지만 인성교육은 말 그대로 부모나 스승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존경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6.25 동란에서 아버지가 전사하는 바람에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누나와 여동생 가운데 혼자 남아였지만 어릴 때는 제대로 사내 구실을 하지 못하고 응석만 부렸던 것 같다. 우리 집은 석계 반회마을에 있었는데 2km 정도 떨어진 상삼마을에 서 마지기의 논이 있었다. 가을에 거두어들인 볏단을 어머니께서는 혼자 머리에 이고 집으로 나르곤 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상북초등학교에는 김동근 선생님이 교장으로 재직하고 계셨는데, 우리 집 바로 옆에 친구분 집이 있어 자주 왕래하시느라 우리 집 사정을 웬만큼 아셨던 것 같다. 전쟁통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혼자 고생하시는 것이 안타까우셨는지 교장 선생님은 4, 5, 6학년 학생을 모두 동원해서 우리 집 볏단을 상삼 들판에서 집까지 옮기도록 해주셨다. 어머니는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당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군용 건빵을 사서 전하려고 하였으나 이 말을 들은 교장 선생님은 극구 만류하시며, 큰 독에 시원한 물이나 가득 준비해 놓으라고 하셨다. 그날 볏단을 나르느라 땀을 흘린 아이들은 우물가에서 찬 물로 목을 축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머니께서는 이날 일을 두고두고 내게 말씀하셨다.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도 고마운데 조그만 댓가도 사양하시며 찬물 한 그릇으로 남을 배려해 주신 선생님의 넓은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나도 크면 꼭 은혜를 갚으리라 다짐했는데 어쩌다 세월이 지나고 선생님은 작고하시고 말았다. 하지만 그분의 훌륭한 가르침이 내게 알게 모르게 전달되었는지 나는 아비 없는 자식으로 빗나가지 않고 공무원이 되어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다. 선생님이 보여주신 ‘나를 내세우지 않고’, ‘남을 배려’ 하는 가르침을 따라 안분자족(安分自足) 하면서 인생의 역정을 지나올 수 있었다. 존경하는 고 김동근 교장 선생님! 스승의 날을 맞아 다시한번 머리숙여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최근 양산시민신문 안창민 기자의 ‘양산지역, 인문계 고교 일색 벗어날 수 없나?’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필자는 <양산신문>(2011년 12월 27일)에 ‘양산교육, 평준화만이 살 길이다’, <양산시민신문>(2013년 1월 8일)에 ‘네(남의) 고장 학교 보내기’를 발표했다. 두 기고문은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전자에서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아무리 많은 예산을 교육에 퍼붓는다고 해도 효과는 미미하다. 지역의 고교 비평준화 정책을 평준화로 바꾸는 교육시스템의 전환이 양산 교육 발전의 유일한 대안이며 학생 모두가 유리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후자에서는 양산에는 특성화고가 한 군데도 없어 타 지역 특성화고에 특수목적고, 자율고로 진학하는 학생까지 보태져 ‘내 고장 학교 다니기 운동’이 ‘네(남의)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이 되고 있다. 2013 고등입시에서도 상위권 학생은 특목고 등에 100여명, 특성화고로 400명 정도가 빠져 나갔다. 이로써 양산은 3년 연속, 특히 2013학년도에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고교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신설되는 고교는 특성화고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양산은 아직 한 치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지난 3월 양산시의회에서 최영호 의원이 발의한 <양산지역 특성화고 설립 건의안>이 채택됐다. 4월 9일에는 홍순경 도의원이 도정질문에서 경남 지역별 균형적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양산지역에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설립을 촉구했다. 지역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양산지역 중학생들의 학교 선택 폭 확대, 다양한 진로 선택권 보장, 산학 연계를 원활히 이뤄 지역 산업 특성에 걸맞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특성화고를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400여명의 학생이 부산과 울산, 김해 지역의 특성화고로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고 이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어 사회적 비용 증가와 지역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의 일단들 중 유력한 이유 하나는 모두 다 인문 교육을 시키려고 하는 부모의 욕심에 있는 것 같다. 모든 학생이 인문 교육에 흥미를 가지며 뛰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의식에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도 중하위 4년제보다는 취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전문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 또한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통해 자기 꿈을 실현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 특성화고 학생의 대학 진학에 있어서도 ‘특성화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을 이용하면 인문계고를 통해 전문대학 또는 4년제 대학을 가는 것보다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도교육청이나 양산교육지원청에서는 여러 불가론의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필자의 주장에는 한 치도 달라진 바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경남도교육청과 양산교육지원청, 양산시의 관철 의지라고 생각한다. 특목고를 육성시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데 명문고 육성의 에너지를 여럿으로 분산하지 말고 집중해야 한다. 마이스터고의 유치도 환영할 일이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들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계나 전자, 미용이나 조리 등을 아우르는 특성화고를 설립할 수 있다. 그것도 어렵다면 종합고 형태를 통해 ‘특성화 학급’을 만드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 각각의 학교에 특징적인 특성화반을 분산 운영하는 방법 말이다. 의지가 결실을 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수억원의 국ㆍ도ㆍ시비를 지원해 친환경 돼지고기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당국이 병든 돼지 불법 도축사건이 터지자 모르쇠로 돌아섰다. 지난 2009년 5월 북정택지 내 아담한 건물 앞에서 시 국장을 비롯한 내ㆍ외귀빈들이 도열한 가운데 준공 기념 테이프 절단행사가 펼쳐졌다. 그 전 해인 2008년 말 국립진주산업대학과 손잡고 개발한 양돈 브랜드 ‘산해돈’의 직영 홍보매장이 개장한 것이다. 여기에는 국ㆍ도ㆍ시비 4억3천6백만원이 투입됐다. 반년 뒤 2층에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시설까지 갖추면서 양산의 대표 돼지고기 브랜드로 홍보가 지속된다. 산해돈 직영 매장은 그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생산자와 판매자가 직접 거래함으로써 유통마진을 줄여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지역에서 키운 고기다 보니 원산지를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무엇보다 친환경 사료로 사육한 품질 좋은 고기라는 시의 적극적인 홍보와 예산 지원으로 개발한 지역 대표 브랜드라는 것이 공신력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