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진료실에서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독감의 계절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고열과 몸살로 밤새 고생했을 아이와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면 무척 안타깝다. 독감은 라틴어 ‘인플루엔시아(influentia)’로 ‘안으로 흘러들어오다’라는 단어가 변해 인플루엔자 혹은 플루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유는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의 유행 때문이다. 이제 신종플루가 ‘새로운 종류(new type)’가 아니게 돼 평범한 계절 독감으로 정정됐지만 그땐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유행했다. 독감은 감염된 사람의 기침, 재채기로 발생한 에어로졸이 공기 중에 떠돌다 면역적으로 민감한 사람의 호흡기 점막에 닿아 감염된다. 독감바이러스를 몸 안의 항체가 막아내지 못하면 기도와 호흡기 세포에 파고들어 바이러스는 자기 복제해 수를 늘리고, 동시에 세포를 계속 감염시킨다. 1~4일의 잠복기간을 거친 후 고열과 오한, 인후통, 몸살,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인다. 드물게는 설사나 구토 같은 장염양상도 보일 수 있다. 감염된 사람의 약 30%는 무증상 감염도 가능하다. 독감의 진단은 유행 시기를 참고해 신체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진단 가능하며, 검사를 통해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속검사는 콧구멍을 통해 아주 가느다란 면봉을 넣고 코점막 안쪽으로 훑어낸 후 시약에 담아 결과를 나타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독감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분섭취와 휴식으로 몸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또 발열과 통증, 기침 등의 증상을 줄이는 대증치료도 중요하다. 때로는 항생제도 사용해야 한다. 독감에 걸린 이후 중이염과 폐렴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독감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손 씻기와 양치질, 그리고 필요할 때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예방접종도 필수다. 매년 2월 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그 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의 균주 3가지를 발표하며 이를 참고해 제약회사는 백신을 만든다. 때문에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지난 1월에 이미 질병관리본부에서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발령을 내렸다. 그만큼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말씀이다. 얼음처럼 차갑고 추울 때 찾아오는 불청객인 독감을 막기 위해 예방과 위생에 힘쓴다면 얼마 남지 않은 건강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 초반, 시골 풍경 스케치 하나. 날씨가 풀리는 삼월 초, 장터 입구 양지바른 쪽에 <사주, 팔자>라는 글이 쓰인 장대 깃발 아래 돋보기안경을 쓴 영감님이 자리를 깔고 앉아 있곤 했다. 영감님 앞에는 알록달록 그림이 있는 당사주책이나 손때 묻은 토정비결 책이 펼쳐져 있고 대개 막걸리 몇 잔의 부담 없는 복채인지라 바쁘지 않은 행인들이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끄덕여 가며 인생철학 강의를 들었다. 상담역은 눈을 반쯤 감고 연신 입에 침을 발라가며 진지한 표정으로 젊은 아낙을 상대해 신고(辛苦)한 사주를 분석하는데, 공방살이 끼인 탓에 신랑은 계속 외도를 하게 된다는 부분에서는 끝내 아낙의 고운 눈에 눈물이 핑 돈다. 같이 온 중년의 아짐씨도 광목 머릿수건으로 제 설움에 겨워 연신 눈물을 찍어내고, 머슴살이 수 삼 년에 이골이 난 것 같은 젊은 농군의 차례를 기다리는 표정 또한 자못 심각하여 이른 봄날의 정서가 애잔했다. 인생도처 유청산(人生到處 有靑山)이라고 어려움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이렇게 막다른 인생 골목길에 내몰린 그들에게도 반갑고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 있었으니 ‘머지않아 귀인을 만난다’는 달콤한 말이었다. 지치고 외로운 인생살이에서 귀인이라 함은 돈이 있는 후원자나 멋진 배필감, 좋은 동업자 등 주로 행운과 관련된 직접적 해석이다. 그러나 나는 귀인을 다르게 풀이한다. 귀인이란 다름 아닌 ‘나의 재주와 기량을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이다. 춘추시대 진나라 목공 때, 손양이라는 사람은 말에 관해 달인이라 ‘백락’이라 불렸다. 어느 날 손양은 천리마 한 필이 다른 말들과 함께 소금수레를 끌고 고갯길을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말은 손양과 눈이 마주치자 멍에를 맨 채 땅에 무릎을 꿇고 손양을 쳐다보며 ‘히히힝’ 소리쳐 울었다. 손양 또한 자신의 수레에서 내려 “너에게 소금수레를 끌게 하다니” 하며 말의 목을 잡고 함께 울었다. 한유는 그의 저서 <잡설>에서 소금수레의 원한(염거지감, 鹽車之憾)이라는 제목으로 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세상에 백락이 있은 뒤에라야 천리마가 있는 법이다.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은 항상 있지 못하다’고 주를 달았다. 그렇다. 세상에 인재는 늘 있지만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귀인은 흔치 않다. 한신 같은 재주도 장양과 소하만이 알았고 범증 같은 모사도 항우 밑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 공직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고위관료들의 경우 자신들의 승진과 거취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새 정부의 실력자들에게 연줄을 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꼴불견이다. 매 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최고 권력자들은 인사 청탁은 누구를 막론하고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막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은 여태 들은 적이 없다. 청렴하고 실력 있는 공직자가 승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임에도 세상은 늘 그 반대다. 난세일수록 지혜로운 스텝을 알아보는 백락 같은 감각이 대통령에게 요구되고 있다. 목하 새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관한 우려의 수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혹시 술에 고주망태로 취했다는 ‘인사불성’의 새로운 버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통령이 권력에 취해 자신만의 인사스타일을 고집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세간의 해석이 있다. 인사불성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소금수레를 끄는 적토마의 울음소리가 귀에 들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정소통의 시작이다.
시민 삶의 터전이 되는 도시공간에서 최우선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그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다. 안전(safety)은 위험이 일어날 염려가 없거나 감수할만한 수준의 위험에 놓인 상태나 그렇게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도시에 있어서 안전의 확보는 시민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 보장에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의 하나이다. 최근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재해와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도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재해와 사고는 근본적으로 도시인구의 과다한 집중과 과밀에 기인한다. 도시의 안전은 사회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총 인구중 노인인구 7%)에 진입하였고,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각종 사건ㆍ사고로 인한 장애인의 증가(2011년 추정 장애인 수 약 268만명, 전국민의 5.6%), 다문화가정의 증가로 인한 외국인(2010년 외국인 주민등록인구 약 59만명,전국민의 1.2%) 등 재난이나 사고의 발생과 무관하게 도시가 보호해야 할 상대적 안전 취약계층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안전정책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도시안전이 도시경쟁력 확보의 근간이자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시가 지향해야할 기본적인 가치 중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시의 패러다임은 과거 경제발전과 규모의 성장에서 최근에는 자연적, 인위적 사고나 범죄로부터의 안전에 기반을 둔 사회의 지속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안전의 개념도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과 복구에서 방범.방재 등 사전적 예방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니버설디자인과 같이 평상시 전 사회구성원의 활동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도시의 안전은 교통안전이나 산업재해, 식중독 등 식품안전까지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지만 도시정책 차원에서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재해로부터의 안전(방재), 범죄로부터의 안전(방범) 그리고 일반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안전(유니버설디자인)이 있다. 특히 이들은 분야별 정책의 수행 과정에서 디자인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과거 방재와 관련된 디자인은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내진설계, 터널이나 교량의 화재, 사태 및 붕괴에 대비한 사면설계 등의 개념이었지만 최근에는 도시디자인이나 시설물의 디자인을 통해서 재난을 방지하거나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경감시키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과거 콘크리트로 마감한 하천변의 단순한 공터였던 유수지(저류지)의 경우, 최근에는 인라인스케이트 경기장(대전 노은지구), 대규모 테니스코트(일본 다마신도시), 체육공원(서울 반포) 등으로 디자인되어 방재 목적 외에도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훌륭한 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니버설디자인이 마찌쯔꾸리(마을만들기)의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가 될 정도로 도시계획 차원에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방범에 있어서도 CCTV의 디자인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mental Design)의 개념을 통해 도시의 방범기능과 디자인을 아주 효과적으로 접목시키고 있다.예를 들면 투시형 담장은 과거 담장이 기지고 있던 시각적, 물리적 차단의 기능에서 효과적인 감시와 동시에 범죄의 의도를 가진 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고 있다. 최근에는 담장, CCTV, 놀이터 등 시설물뿐만 아니라 도시설계, 단지계획, 건축계획 등의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CPTED개념이 적용되어 방범 차원의 효용성과 함께 심미적인 효과까지 제공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남녀노소, 능력과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사용하기 쉽고 쾌적하고 알기 쉬운 제품ㆍ환경ㆍ정보 만들기를 특수한 배려를 더하지 않고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도시의 대규모 시설물에서부터 작은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늘 보아온 디자인이 안전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도시안전디자인은 실생활에서 공중에 대한 책임과 의무라는 인식 아래 실행될 수 있는 방재, 방범 및 일상생활에서의 사고나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공간 및 제품디자인을 주요내용으로 포함한다. 이 때, 도시안전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의 드로잉이 아닌 시민들의 인식전환을 기반으로 하는 플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국민의 90%이상이 거주하는 도시공간의 안전은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에 대한 종합적 시각에서 시민들의 활동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도시안전디자인이 시민들의 지불의사와 연계되면 ‘안전+디자인’은 차세대 도시전략산업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도시의 성장도 견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양산시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디자인 관련분야 정책들이 산ㆍ학ㆍ관ㆍ연의 연계를 통해 능력을 갖춘 디자인 전문인력의 양성, 디자인을 활용한 기업들의 부가가치 창출, 도시안전 확보 등으로 연결되어 양산시의 경쟁력 제고에 일조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누군가 이 시간, 눈 빠알갛게 나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나를 흔들어 깨운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눈 부비고 일어나 차분히 옷 챙겨입고 나도 잠깐, 어제의 그대에게 멀리 다니러 간다는 생각이 든다 다녀올 동안의 설렘으로 잠 못 이루고 소식을 가져올 나를 위해 돌을 괸 채 뭉툭한 내가 나를 한없이 기다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순간, 비 쏟아지는 소리 깜박 잠이 들 때면 밤은 더 어둡고 깊어져 당신이 그제야 무른 나를 순순히 놓아줬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도 지극한 잠 속에 고여 자박자박 숨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대에게 다니러 간 내가 사뭇 간소하게 한 소식을 들고 와 눈 씻고 가만히 몸을 누이는 이 어두워 환한 밤에는 고영민 시인 충남 서산 출생.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중앙대학교 문창과 졸업. 시집-『악어』(실천문학사, 2005),『공손한 손』(창작과비평사, 2009)
지난달 20일 민경식 시의원이 지병으로 타계함에 따라 공석이 된 기초의원 다 선거구(중앙동, 삼성동)에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문제를 놓고 시민들 간에 말들이 많다. 제6회 지방선거가 내년 6월로 잡혀있는 만큼 이번에 새로 시의원을 선출한다고 해도 임기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논란의 이유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로부터 임기만료일까지 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의원 정수의 4분의 1 이상이 궐원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양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부합되지만 임기가 1년 이상 (40일 정도에 불과하지만) 남았기 때문에 불실시 사유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일단은 보궐선거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양산시와 시의회는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남은 임기가 1년 1개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둘째는 막대한 선거비용 소요로 시 예산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것, 셋째로는 의원 정수의 4분의 1 이상 궐원이 되지 않았
“더 높이 던져”, “윷 나왔다 윷!” 정월대보름을 맞아 양산천 둔치에는 시민들을 위한 민속놀이 한마당이 펼쳐졌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동심으로 한바탕 뛰고 놀고 웃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일이다. 이웃나라에서 ‘부세파루스’라 불리는 멋진 야생마 한 마리를 알렉산더의 아버지인 필립 왕에게 선물로 보내왔다. 필립 왕은 기뻐하며 이 말을 타보려고 했으나 말이 너무도 거칠게 날뛰는 바람에 도저히 탈수가 없었다. 필립 왕 수하에 있는 많은 장수들 역시 이 말을 타려고 시도해 보았으나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아! 우리나라엔 이 말을 다룰 자가 없단 말인가?” 필립 왕이 매우 실망한 듯 한탄을 하자 그 순간 이 광경을 시종 시켜보고 있던 어린 왕자 알렉산더가 말했다. “제가 저 말을 타보겠습니다” “말 타기에 자신 있는 수많은 장수들이 모두 실패 했는데 어린아이인 네가 어찌 탈수가 있겠느냐?”라고 말하면서도 왕은 마지못해 허락했다. 그러나 이러한 왕의 생각을 뒤엎고 알렉산더는 거뜬히 말을 탔다. 필립 왕은 신기해하며 아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여 그 거친 말을 능숙하게 부릴 수 있었느냐?” “저는 다른 사람들의 실패를 통해 이 말이 그림자 노이로제가 있다는 사실과 고함 소리를 아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먼저 태양을 향해 그 말을 세우고 일단 승마를 한 다음에 부드럽게 속삭이는 음성으로 그 말에게 명령을 함으로써 이 말을 탈 수 있었습니다” 이후 ‘부세파루스’는 알렉산더의 전용말로서 알렉산더가 세계를 제패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 말은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아껴준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알렉산더 이외의 어느 누구에게도 그의 등을 허락하지 않는 굳은 절개를 지켰다. B.C. 326년에 이 말이 죽자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을 위해 충성을 다한 애마를 기념하기 위해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하여 그곳을 ‘부세파루스’라 했다. 이곳이 오늘날 파키스탄의 제룸이라는 도시다. 비록 말 못하는 한 마리 말에 불과하였지만 부세파루스는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해준 주인을 위해 대쪽 같은 절개를 지켰다. 그 무렵 페르시아는 아시아 대륙의 서남쪽에 있는 세계 제일의 대국이었다. 출정하는 날, 알렉산더 대왕은 신하들에게 페르시아 땅을 하나씩 쪼개어 나눠주었다. “이렇게 하시면 대왕께서는 아무 땅도 갖지 못하시잖습니까?” “그러나 아직 하나의 큰 덩어리가 남아 있질 않느냐. 그것은 바로 희망이니라” 이 희망이란,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 3대륙에 걸쳐 하나의 커다란 제국을 건설하는 일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로 쳐들어가 그 왕을 추격할 때였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군사들은 목이 말랐다. 그때 한 부하가 어디서 구했는지 투구에 물을 가득 퍼와 알렉산더 대왕에게 바쳤다. 그런데 알렉산더 대왕은 그 투구의 물을 그냥 땅바닥에 쏟아 버리는 것이다. “우리 모두 나눠 마실 수 없으니 차라리 버리는 게 났구나” 군사들 모두 감격했다. “과연 우리의 대왕이시다! 이러한 대왕을 모시고 있으니 모두 힘을 내서 싸우자!” 알렉산더 대왕이 이끄는 군대는 곧 페르시아를 완전히 멸망시키며 그 수도에 입성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불과 13년 만에 유럽은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정복하여 세계의 대왕이 되었다. 그것은 물론 그의 탁월한 용맹스러움과 지혜로움과 함께 부하에 대한 이해심 때문이었다. 이번에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박근혜 대통령도 알렉산더 같은 용기와 지혜와 이해심이 많기를 기대해 본다.
관절염은 유균성관절염과 무균성관절염으로 나눌 수 있다. 유균성은 단순화농성과 결핵성관절염 등이 있으며 무균성은 퇴행성ㆍ류머티스성ㆍ통풍성관절염이 있다. 관절염은 심각한 운동부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최다 유병률을 구가하고 있는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어 나타나며 관절 연골이 닳아 파괴돼 그 자극으로 활액막이 증식되며, 국소적인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원인은 불확실하지만 노화현상이나 과체중과 관계가 깊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반적으로 1개의 관절에 나타나며 동통은 춥거나 습기가 많은 날씨에 악화되기도 한다. 또 운동 시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관절에 운동장애나 관절 주위의 압통을 느끼기도 한다. 관절연골의 소실과 변성에 의해 관절 면이 불규칙해지면 운동시 마찰음이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인체의 모든 관절에서 발생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만성 관절염 가운데 퇴행성 관절염 다음으로 흔한 병으로 활액막의 염증으로부터 시작된다. 염증으로 그 부위의 혈류량이 증가되고 침범된 관절의 뼈가 손상된다. 관절은 압력을 예민하게 느끼는 조직으로 기압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까지 확실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류머티스 관절염이 나타나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여러 관절이 갑자기 부종과 동통 등 급성 관절염의 소견을 보이거나, 몇 개월 또는 몇 년에 걸쳐 서서히 관절 강직 및 변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상후 30분이 지나도록 관절 강직이 풀어지지 않으면 류머티스 관절염을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한다. 이러한 관절 강직은 관절 자체의 손상으로 올 수도 있지만 주위 근육의 쇠약 및 위축으로 초래되는 경우도 있다. 관절염의 가장 큰 원인은 혈액순환장애이다. 수지침요법으로는 기본방과 요혈에 하루에 3회, 1회에 5~6장씩 서암뜸을 떠 주게 되면 증상이 완화되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평소에 관절 주위의 인대나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운동을 하면 관절염예방에 도움이 된다. 즉 규칙적인 운동은 국소적 염증발생을 예방하며 근력을 유지시켜 신체가 빠르게 노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특별히 수지침요법의 발지압판운동은 슬관절 질환을 예방하는 기구로 매일 한 시간 이내로 밟는 운동을 하게 되면 관절염 예방과 질병예방에 도움이 된다.
Q. 스마트폰으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아이 때문에 속상합니다. 방학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에게 게임을 그만하라고 했더니 짜증을 내고 급기야는 부모에게 욕까지 하며 발끈 합니다. 어떡하면 우리 아이가 게임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방학을 잘 보낼 수 있을까요? A.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놓지 않고 게임만 하는 아이를 보면 너무 답답하고 애간장이 타실 것 같습니다.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아이에게 속상한 마음에 야단을 쳤더니 짜증을 내고 욕까지 하는 아이를 보면서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막막했을 것입니다. 게임으로 일상생활이 불규칙해진 아이에게 매일같이 화를 내는 것도 힘들고 그런 부모의 말 속에는 고운 말이 오고 갈 일이 없으니 어느 순간 방학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방학 동안 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들도 방학은 또 다른 스트레스의 시간입니다. 친구들과 놀 시간도 없고 어떻게 놀아야 될지도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떠오르고 손쉽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마트폰 게임만큼 훌륭한 대처자원은 없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게임에 빠지면 공부에 대한 고민도 잊을 수 있고 자신이 만든 가상 세계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도 있고 굳이 만나지 않아도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어 스마트폰은 청소년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문화 공간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는 것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 청소년들의 눈앞에 있는 스마트폰은 이제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방앗간이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게임을 접한 아이들은 무감각해지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게임에 매달리게 되며 친구들에 비해 집중도가 낮습니다. 또 쉽게 짜증을 내며 한 가지 일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금방 싫증을 내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나쁘다는 말이 있듯이 좋은 음식도 과하면 탈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스마트폰 게임이 우리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힘든 시간들에서 유일하게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중독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고 가족들과의 갈등이 생기면서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가족 친밀감’입니다.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고 야단치고 휴대폰을 뺏기보다 게임과정을 지켜보고 함께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이버 놀이터에 빠져드는 아이에게 최고의 백신은 가족이며, 사랑과 관심으로 인터넷 게임을 절제할 수 있도록 이끄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생활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항상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것입니다. 방학이란 사전적 의미로 ‘학업을 쉰다’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부모에게 방학은 학업을 보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니까 매일 쉬고 있는 자식이 한심스러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방학은 자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그 시간조차도 허용되지 않고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학원을 바쁘게 오가며 공부를 해야 하니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표현하는 아이들의 말이 오늘따라 가슴깊이 와 닿습니다.
아이가 내 등 뒤에서 슬쩍 나를 껴안는다 깊은 봄맛을 한 몸에 요약한 채 내 등줄기 위로 완강하게 엉겨 붙어 사라지는 기억들을 배양하는 아침 저 온기와 내 온기가 제 살결과 내 살결이 서로 끌어당기는 사랑 봄기운이 따스하다 아랫목과 이불 사이 밥사발을 넣으면 제각각인 저것들도 살과 살끼리 맞닿는 자리에 열기를 끌어낸 아랫목 봄꽃이 핀다 아이 온기가 내 안에 따스하게 스며든다 사라지는 체온이 이식되는 동안 간격은 없다 부드러운 살결 속으로 36.5도의 체온을 부비며 온몸으로 사랑을 전달받는 중이다 누구도 떨어트릴 수 없는 이 간격 햇빛보다 더 따스한 사랑 영축산의 봄은 연리지로 엉겨 붙는다
‘레미제라블’은 관객 600여만명을 ‘7번방의 선물’은 1천만명 이상의 놀라운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스펙터클한 할리우드 풍에 익숙한 요즘 관객들과는 좀 다른 영화들이지만, 왜 진한 감동으로 환호를 받고 있을까? 장발장은 허기진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쳐 5년, 탈옥범으로 형이 추가되어 19년을 감옥에서 처절히 지내야 했다. 이 처절한 루저 앞에는 기득권이 붙인 감시자 자베르 경감이 따라붙는다. 주어진 권력에 충실한 그는 언제나 장발장 곁에 있다. 하지만 감시하는 인생, 감시받는 인생, 실은 이들 모두 루저다. 주체적 인생이 못 되는 건 조그만 권력을 등에 업고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 역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장발장 주변의 사람들 역시 밑바닥 인생을 산다. 아이의 양육을 위하여 심지어 매춘을 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도 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판틴이다. 오늘날도 여전히 철저히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이런 밑바닥 인생이 차고 넘친다. 이 루저 인생은 장발장만이 아니다. 당시 프랑스 혁명기의 민중이 또한 그랬다. 독재와 기득권이라는 대세에 항거하는 수단이라곤 자신들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늘날 크레인 위에 올라 자신들의 아픔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외침처럼. 장발장과 혁명가들에게 구원은 있기는 한 것인가? 그러나 영화는 장발장이 판틴의 딸 코제트를 키워 혁명가 청년 마리우스와 결혼시킴으로 루저들의 삶에도 역전이 있음을 보여 준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자베르 경감. 비록 바리케이드의 사선을 넘나들다 운명을 달리하는 혁명가들에게 장발장, 마리우스, 코제트의 마지막이 성공한 삶이라 치부될 수 있기에 그나마 관객들을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 속 루저는 철저히 구겨져 버린다. 죽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구도가 너무나 관객을 안타깝게 만든다. 주인공은 지적장애인이다. 결론 또한 ‘레미제라블’과는 사뭇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레미제라블’의 루저가 성공한다면 ‘7번방의 선물’의 루저는 실패한다. 전자는 성공해서 눈물이 나고, 후자는 실패해서 가슴 뭉클하다. 딸보다 못한 지능으로 딸을 사랑하는 딸 바보 아빠 용구의 아픔은 그의 연기력 탓인지 너무나 사무치게 가슴에 다가온다. 천진무구한 사랑에 영화를 보는 내내 몇 번인가 모를 흐느낌을 참는 게 여간 곤욕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천진난만한 사랑이 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네가 죽어야 딸이 산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는 그가 선택할 유일한 길이다. 딸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 주기 위해 마트에서 허드렛일에 온몸을 사르는 그에게 ‘어린이 강간 치사범’이라는 죄명은 너무나 가혹하다.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고, 후에 딸 예승이의 삼촌 팬들이 되는 7번방의 식구들인 오달수,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 김기천 등의 피나는 노력에도 사형당해야 하는 루저들, 용구는 그렇게 실패했다. 그래서 가슴 절절히 애절하다. 후에 비록 사법연수원에서 벌어지는 모의재판이긴 하지만 성인이 된 예승이 변호사가 되어 아버지의 죽음이 부당함을 변호하는 통쾌함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모의재판일 뿐이다. 죽음으로 딸을 살려 낸 구도에서는 그 살아난 딸이 아버지를 다시 살릴 수 없다는 난제 앞에 속수무책이다.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두 영화 모두 우리를 울게 만들었다. 두 영화 모두 루저들의 역습에 침착한다. 두 영화 모두 종교, 선과 악, 기득권과 소외층 등의 이념을 적절히 영상화시킨다. ‘레미제라블’이 음악적 스펙터클의 영상화라면, ‘7번방의 선물’은 해학을 가미한 소시민적인 삶의 영상화다. 후자는 앞에 든 가치들에 장애인, 유괴, 살인, 사건의 재구성 등의 살을 덧붙였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어떤 틀이 있다. 악인은 악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선인은 선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두 영화에서는 그런 도식에 선을 긋는다. 악인도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법이 낙인찍은 어떤 테두리를 무너뜨리는 그 과감성 때문에 가슴이 뭉클하다. 장발장은 죄인이지만 선한 사람이다. 용구는 선한 사람이지만 옥살이를 한다. 7번방 식구들은 강간, 살인, 밀수범, 사기꾼, 소매치기, 자해공갈범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가슴 따듯한 이야기를 선물한다. ‘7번방의 선물’은 재판의 모순, 경찰 간부의 비리, 사형 제도의 불합리성 등을 건드리며 회화화하지만 이슈화하지는 않는다. 변죽을 울림으로 관객의 맘을 더욱 가슴 저리게 만든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 루저의 역습이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만난다. ‘레미제라블’이 장발장이나 여타 그 부류 사람들의 성공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접근한다면, ‘7번방의 선물’은 철저히 용구의 희생의 메커니즘으로 접근한다. 전자가 살아서 역습한다면, 후자는 죽어서 역습한다. 내게 점수를 주라면 단연 후자다. 성공의 힐링보다는 실패의 힐링이, 살아서 힐링하기보다는 죽어서 힐링하는 게 더 가슴에 남기에. 우리의 역사 속에서 죽어서 우리에게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을 안겨 준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추웠던 주말, 방에만 있기 싫어 느지막한 오후에 다즐이와 태옥오빠를 만나 양산 법기수원지로 갔다. 법기수원지 입구에 있는 한 매점. 가게가 화려하진 않아도 소박한 멋이 있네 했더니 영화 ‘네버엔딩스토리’ 촬영지라고 가게 문에 적혀 있었다. 자판기 옆 평상 아래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불러도 오지 않고 다가가면 달아나는 도도한 고양이였다. 매점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니 곧 법기수원지 입구에 도착했다. 오래도록 개방하지 않던 곳이었는데, 2011년쯤 다시 개방한 곳이라고 한다. 곧게 자란 편백나무들. 편백나무 숲이다. 나무는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좋다. 날씨가 쌀쌀한데도 주말이라 그런지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무척 쌀쌀한 날씨이지만 빛이 좋은 날이다. 시간대를 잘 맞춰온 것 같다. 길게 드리운 나무기둥 그림자로 땅 위에 멋진 무늬가 생겼다.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본다. 저기 위에서 나무 셋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오른쪽 머리숱 풍성한 편백나무와 왼쪽에 나뭇잎 하나 없는 나무들이 길하나 두고 마주 보고 서 있다. 따뜻한 계절이 되면 분명히 더 아름다운 길일 테다. 나무 아래엔 많은 벤치가 일렬로 있었는데, 저 길 끝 맨 마지막에 있던 벤치는 혼자 등받이가 있는 모양이라 신기했다. 언덕에 사선으로 뻗은 긴 계단을 올라가면 저수지가 있고, 저수지가 보이는 길에는 90년 이상 된 소나무도 있다. 반짝반짝 빛난다. 쌀쌀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고, 폐 속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근처 마을도 잠시 둘러봤는데, 동백꽃 봉오리가 열리고 있더라. 봄도 머지않았나 보다. 봄에 다시오면 벚꽃 핀 법기 수원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10년쯤 전에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 사이에 이런 유머가 돌았다. “아버지가 지도층이면 아예 안 가고, 부잣집 아들이면 안 가거나 편한 데로 빠지고, 무지랭이 집 아들만 최전방 간다” 현재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에 불과한 군 복무기간도 견디기 어려워 하는 젊은이들이다. 오죽하면 자신의 입대를 ‘국가를 위한 신성한 의무’로 여기지 않고 무능한 아버지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최근 새 정부의 고위직 공직자 인선에 따른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대상자가 본인은 물론 자식까지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아이들의 신랄한 조크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눈 앞에 봄이 다가왔다. 유난히 한파가 기승을 부렸던 겨울이 끝나가는 길목, 문화예술회관 담벼락에는 봄의 전령인 영춘화가 따뜻한 햇볕을 받아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할 수만 있다면 어린 유년시절로 회귀하고 싶다. 그때는 너무 가난하여 밥 대신 죽을 먹고 가죽 구두 대신 베 구두를 신고 지냈지만, 이웃 간에 담 너머 죽 그릇이 오가는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만 데서 행복과 기쁨, 사랑의 정을 느꼈다. 자연과 환경은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였으며, 사람과 사람은 천진난만하여 자연을 닮았다. 학교에 내야 할 월사금을 못 내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떠밀려 집으로 돌아오면 혼자 사는 어머니는 어렵사리 해온 나무짐을 지고 학교로 갔다. 선생님은 땔감을 돈으로 환산해 월사금 대신 받아주었고 고마운 마음에 어머니는 다음 날 나무 한 짐을 덤으로 갖다 드리곤 했다. 그로 인한 존경심이 점철되어 선생님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 풍토가 유지 계승하였다. 오늘날 사회는 너무 복잡하고 다원주의이며 철저히 개인 권익신장에 몰두하여 온갖 사회 병리 현상이 생명을 다치게 하는 등 탐욕이 난장판을 쳐 국민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불투명하여 매우 불안하다. 얼마 전 호적부가 사라지니 우리 민족의 뿌리, 충효정신이 무너지는 병폐가 도처에서 발생하고, 물질적으로는 어지간히 풍요롭다 하겠으나 정신 내면의 세계는 극도로 핍박하여 부도덕적인 행위가 만연되고 있다. 많이 배우고 잘 살며 권력을 가진 자가, 못살고 힘없는 사람보다 정직하지 못한 현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저축은행 사건, 전주에 사는 박 씨는 재물에 눈이 어두워 부모와 형을 제물로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살인을 하는 등 이루 다 나열할 수 없는 범죄와 무질서가 우리를 매우 무섭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예부터 시골에는 마을을 상징하는 노거수가 있어 동민들은 동수(洞樹)라 하여 질서유지와 무사 안녕을 기원하였으며, 인품이 높은 마을 어른을 또한 동수라 하여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해 처리함으로써 법보다는 예의와 도덕에 따라 마을일을 결정하고 옳고 그름을 판별하였다. 이와 같은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즈음에 나라를 경영하는 위정자나 나라를 대표하는 참신한 지식인이 홀연히 일어나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충효사상을 바로 세우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이념을 재무장하여 한국의 철학 정신 이념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여 과거 무에서 유를 창조한 국민운동으로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양산대학에 부임하면서 20여년의 긴 시간동안 양산과 인연을 맺어왔다. 부산에서의 출ㆍ퇴근은 늘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젊음, 활기, 의욕이 넘쳐나고 자극이 있는 곳! 이런 양산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이곳에 통도사와 내원사라는 유명한 사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양산은 특별한 여행지였다. 양산은 그동안 참 많이 변화됐다. 처음 강의를 위해 양산에 왔던 1991년에는 도로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가면서 비싼 택시 요금을 냈고, 때론 자동차가 없어 트럭을 얻어 타기도 하고 카풀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다녔던 기억이 있다. 지하철이 양산역까지 오는 요즘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양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80년대 중반쯤 봄으로 더 거슬러 간다. 4월 5일 식목일 실험실에서 향기성분 분석에 사용할 진달래 채취를 위해 양산에 왔었다. 양산 어디쯤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땐 진달래가 참 많았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양산의 봄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요즘도 봄이 오면 그 때를 추억하며 진달래가 피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많던 진달래가 어디에 갔는지…. 양산의 인물에 <고향의 봄>으로 잘 알려진 이원수 선생님이 계신다. 춘추공원에는 고향의 봄 노래비도 있다. 이번 겨울은 추위가 매섭다. 얼마 전 목련이 봉오리 맺는 것을 보고, 또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봄이 오는 것을 느꼈다. 올 봄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스며들어 있고 어릴 때 추억을 떠 올릴 수 있는 양산의 이원수 선생님의 노래비를 찾아가 봐야겠다. 늘 나의 명함이나 내 자신을 나타내는 수식어엔 양산이 따라 다닌다. 나 자신의 존재감은 양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나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때는 더욱….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자연스럽게 양산인이 됐던 것이다. 그런데 진정 나는 양산 사람인가? 난 지금껏 부산에서 살면서 양산인으로 살아왔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직장이 있는 양산이지만 나머지 개인적인 생활은 부산에서 이루어져 왔다. 퇴근하면 집이 있는 부산으로 이동하면서 취미생활, 모임, 병원, 쇼핑 등을 한다. 내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살아왔던 곳이 부산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3달 전 양산으로 이사를 했다. 모두 잘 됐다고 한다. 직장이 가까워서 출ㆍ퇴근을 쉽게 할 수 있고 양산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직은 양산에 사는 것이 어색하다. 20년간 양산과 인연을 가지고 살았지만 낮 동안 잠시 머무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지난달부터는 양산주민편익시설에 수영강습 등록을 하였다. 양산의 시설을 이용하고 이웃들과 함께 운동을 한다는 것에서 양산인으로서 동질감을 느꼈다. 눈이 많이 내려 꼼짝할 수 없었던 어느 날 비로소 편안한 기분으로 양산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양산천을 따라 눈길을 걷고 양산타워에 올라갔다. 자동차로 지나가면 늘 웅장한 탑이 눈에 들어왔고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전망대에 올라간 순간 가까운 곳에 이렇게 전망 좋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많이 내린 눈으로 신발이 흠뻑 젖었고, 걷는 것에 지쳐가고 있었는데 그런 피로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사방이 탁 트여 고층의 아파트도 눈 아래 보였다. 눈 아래의 전경과 산은 하얗게 덮인 눈으로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가슴이 뻥 뚫리며 상쾌하다. 왜 더 일찍 와 보지 않았던가? 타 지역에서 지인이 오면 먼저 이곳에 와서 양산 홍보관과 북카페를 돌아보며 함께 차를 마시고 싶다. 다음번엔 멋진 야경도 보기를 기대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양산천을 거닐어봐야겠다. 그리고 양산의 먹거리를 찾아다녀 보고 싶다. 유채꽃축제, 삽량축제, 국화축제에도 양산사람으로 즐기고 싶다. 아직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부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젠 볼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쉬는 곳은 양산이다. 몸과 마음이 조금씩 양산에 적응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역학하시는 분이 나의 사주가 바다 쪽보다 산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부산, 양산과 1년간 거주하였던 일본 도야마(富山)는 지명에 산(山)이 들어간다. 아무래도 산은 나와 인연이 있나보다. 함께 근무하였던 20년 지기의 동료가 양산을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이 시작되기도 한다. 처음 지내는 양산에서의 겨울이 어느 때보다 춥다. 곧 새봄이 오겠지. 밝은 기분으로 양산에서 삶의 여행을 떠나도록 하자. 이곳에서 더욱 단단하게 발을 딛고 살아 갈 수 있도록….
추위가 얼음 같은 양산장날 콩나물시루 하나 앞에 두고 장바닥에 쪼그린 김씨 할매 온 종일 닭모가지 하다보니 어느 새 해질 무렵 섣달 칼바람 얇은 꽃무늬 몸빼 속으로 파고드는데 아지매요, 거서 떨지 말고 이리 와 막걸리나 한 잔 하이소 맞은편에서 하루 내내 생선대가리 내리치던 어물전 정씨 좌판 옆 빈 드럼통에 장작 넣고 불 지피며 하는 말에 불그스레 달아오른 얼굴로 어깨를 들썩거리며 하는 말 내가 흔들었으면 흔들었제 떨기는 언 놈이 떤다카노
갈등과 다툼이 그칠 날이 없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완벽하고 고상한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고 집안도 깨끗하게 정리해놓았다. 고전음악과 미술을 즐기면서 사용하는 말도 항상 정중하다. 한편 성격이 털털한 남편은 옷도 정장 보다는 캐주얼을 좋아하고 흙이 묻은 신발을 신고 와서는 털지도 않고 벗어놓는다. 음악도 항상 대중가요에 TV도 켰다 하면 개그나 오락프로다. 연애시절 아내는 남편의 털털함과 남자다움에 반했고 남편은 아내의 이지적이고 여성스런 모습에 끌렸다. 그래서 상대방을 이상적인 배우자로 확신하고 결혼했지만 결혼 후의 현실은 달랐다. 무식하게 행동하는 남편을 창피하게 여긴 아내가 “제발 무식한 티 좀 내지 말라”고 핀잔을 주면 “혼자 고상한 척 하지 말라”고 남편이 되받아 친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의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언어폭력이 계속되면서 결혼 생활이 지옥으로 변해간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함께 못 살겠다고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내세우는 주장일 뿐, 진짜 문제는 그들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기심이다. 상대 배우자의 특성을 자신에게 맞추기를 원하는 그 이기심을 극복해야 한다.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나보다는 먼저 상대 배우자의 유익을 위해 배려하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조건과 환경이라도 섬김과 배려가 없으면 불행하고 지옥이다. 인류 시작 이래 남자는 사냥꾼, 여자는 집과 자녀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사냥꾼은 짐승 발자국 소리만 들어야 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사냥꾼 뇌 모드의 남자는 자기가 몰두하는 일이 아니면 귀담아 들을 수 없다. 반면 파수꾼은 사소한 일 모두를 알아야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 가정과 자식을 지킬 수 있었다. 따라서 남자와 달리 한 번에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 이렇게 남자와 여자의 반대되는 뇌 모드만 이해해도 남녀 사이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아내가 감정을 앞세워 불합리한 요구를 해올 때 직설적으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파수꾼 뇌 모드의 아내는 즉각 거부감을 일으킨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고 다음에 다시 고려해보도록 하죠”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해야 문제가 쉽게 풀린다. 배려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배려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서로 공존할 때 꼭 필요한 원칙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것이 자신의 행복과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배려의 다섯 가지 실천 포인트가 있다. ① 배려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② 배려는 받기 전에 먼저 주는 것이다. ③ 배려는 날마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④ 배려는 자연스럽고 즐거운 것이다. ⑤ 배려는 사소하지만 위대한 것이다. 우리가 삶, 가정과 직장 안에서 조금 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놀라운 웃음과 행복과 은혜와 축복을 맛보고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처음 와 본 것 마냥 낯설어지는 이 길처럼 우리의 꿈도 시련이 닥치면 낯설고 어색해지겠지만 우리가 이 길을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시련에 마주한 우리의 꿈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지.
Q1. 현재의 건강보험 보장성 수준과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Q2. 지속가능한 보장성 강화 방안의 주요 내용은 어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