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부당한 방법으로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장기요양기관을 알게 됐는데 어떡해야 하나요? A1. 부당한 금액을 청구하는 요양기관이 있을 경우 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 홈페이지 또는 방문, 우편, 전화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결과 부당청구 사실이 확인되면 신고자에게 포상금이 최대 5천만원까지 지급됩니다. 신고 전용 전화는 02-390-2008입니다. Q2. 건강보험공단에서 환급금 관련 우편물을 받았는데 분실했습니다.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2. 공단 홈페이지 ‘미지급금 통합조회 및 신청’서비스를 통해 보험료 과오납환급금, 본인부담금환급금 등 4종의 건강보험 관련 환급금을 한 번에 조회ㆍ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양산문화원에서 진행됐던 ‘아시아 도시포럼’은 아시아 도시 간 교류와 협력증진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도시 벤치마킹에 의한 도시이미지 제고와 도시브랜드 마케팅 향상에 목표를 두고 열렸는데, 양산에서 국제포럼이 진행됐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이어 5일 양산유물전시관에서 진행됐던 ‘양산유물 환수운동 학술발표대회-신라시대 양산과 부부총 출토유물의 고고학적 위상’은 양산사람으로서 자긍심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소중한 기회였다. ‘아시아 도시포럼’ 주최를 주도했던 아시아도시연맹 이사장인 윤영석 국회의원은 일찍이 양산의 브랜드를 문화관광도시로 집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절대 공감을 해 오고 있던 필자는 관심 있게 포럼을 경청했다. 특히 두 번째 세션 ‘양산의 도시브랜드 발전전략 연구’는 중요한 시사를 던져줬다. 도시브랜드 구성요소와 전략에서 다뤄졌듯 연계성, 지속성, 차별화의 측면에서 보면 양산은 개성이 없는 듯 여겨진다. 필자가 양산시 관계자에게 질문했던 내용도 “과연 양산시정의 슬로건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Active 양산’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하기 제일 좋은 도시’, ‘여성친화도시’, ‘명품교육도시’, ‘건강도시’, 최근에는 ‘양산지명 600주년’과 함께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기도 한다. 다각화 전략도 좋지만 인적, 조직, 제도적으로 집중도를 발휘, 강화ㆍ확대해 재생산하기에는 너무 분산돼 고답적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양산뿐 아니라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도시개발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지자체장 모두 이러한 사업을 가장 큰 역점사업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확대해 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니 문화융성이니 온갖 분야에서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양산을 이야기할 때 매번 내세우는 것은 천연고찰 통도사와 천성산, 영축산, 낙동강을 낀 천혜의 자연환경, 항만과 내륙을 연결하는 교통인프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을 위시한 의생명 및 항노화 등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 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로 그 자리에는 대체안으로 거론됐던 국책사업도 타당성 조사에서 부적격으로 결정되며 급기야는 산업단지 조성으로 이어지면서 지역주민과의 마찰 속에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다. 또한 양산의 정기라 불리는 천성산도 지난 모자이크 사업에서 계속 거론되다 유보 상태에서 도지사 보궐선거에서도 천성산 생명ㆍ치유단지 공약사항으로만 이용됐을 뿐, 경남의 18개 시ㆍ군 가운데 시 단위에서는 유일하게 제외된 지역이다. 전국에서 산림분포도가 세 번째인 경남, 그 중 산청, 거창, 함양에 이어 네 번째로 산림비율이 높고, 건강도시를 이야기하면서도 산업화로 인한 산지개발의 압력만 가중될 뿐 수목원, 휴양림, 산림생태체험교육장 같은 시설을 서부경남에 다 내주고 있다. ‘양산유물 환수운동 학술발표대회’는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부분을 좀 더 구체화시켜 줬고, 부부총과 더불어 금조총, 신기산성 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과거 삼국시대에 있어 양산(삽량주)의 영화와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케 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필자는 10여년 전 일본 유학생활 중 접했던 ‘재일조선문화유산 반환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6년 전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만났던 내 고향 유물에 일찍이 역사의 중요성을 느끼며 ‘북정동 고분군의 비밀을 찾아서’란 주제로 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지 3년째다. 아울러 아이들과 함께 연 2회 북정동 고분군을 찾아 교육활동을 해오면서도 피상적으로 접근했던 모습에 반성도 해보게 됐다. 관념(Conception)을 지각(Preception)해 실행(Practice, Action)으로 바꾸는 데 있어 관념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동안 ‘개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반 시민이 양산에 대한 역사와 문화적 역량에 대해서 지각할 기회가 많지 않았음은 사실이다. 위와 같은 두 행사는 양산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며 역사적 정체성을 찾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 앞으로도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지속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화제 개발이 필요하다. 많은 담론을 유효적절하게 화제의 중심으로 부각시키고 발산될 수 있는 장(場)도 계속 펼쳐져야 하며, 이론 중심의 학자와 실행의 중심이 되는 실무진, 포용성과 추진성을 겸비한 행정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도시포럼, 학술대회에서 개회사와 행사안내를 마치고 일제히 자리를 뜨는 관료들의 모습 뒤로 참가자 대부분이 50대 이후의 기성세대가 많았다. 인식의 저변 확산과 여러 담론의 견해를 좁혀 나가기 위해서 제반 사안에 대해 들려주고, 듣고,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젊은이들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공공(公共)의 이야기들이 공론(空論)의 남발이 아닌 공론(公論)으로, 더딜지라도 깊이 있게,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음을 위해서 역사와 문화를 매개로 한 실증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여러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는 만큼 양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책임감을 부여해 나가야겠다. 전통과 문화,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룬 양산을 기대해보며….
노파의 굽은 등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하루를 끌고 간다 탑처럼 쌓인 폐지를 납작하게 접어 손수레 안으로 밀어 넣으며 또 골목을 기웃거린다 먼지 뒤집어쓴 명작전집이 헌 신문 꾸러미와 함께 버려져 있다 소년을 키우던 명작동화도 세상을 뒤흔들었던 특종기사도 저울의 눈금을 훌쩍 건너뛸 순 없다 가득 채워진 손수레는 생존의 무게다 오르막을 오르는 후들거리는 다리보다 인색한 고물상 저울의 눈금보다 더 절박한 삶의 무게다 종일 비워낸 하루를 가벼운 지폐로 바꾸고 돌아서면 내리막길이 천천히 하루를 내려놓는다
알렉산더 대왕의 지혜로운 이야기가 있다. 그가 군대를 이끌고 전쟁을 나갔을 때, 적군은 아군보다 열 배나 됐고 병사는 수적인 열세에 겁을 먹고 있었다. 싸움터로 가던 도중 그는 갑자기 작은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고 장수와 병사가 그를 보자 대왕은 손에 동전 하나를 들고 말했다. “자 이제 기도가 끝났다. 신께서 내게 계시를 주셨다. 이 동전을 던져서 우리의 운명을 예측하려고 한다. 이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면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고, 뒤가 나오면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비장한 표정으로 동전을 하늘 높이 던졌다. 군사들 앞에 떨어진 동전은 앞면이 위로 올라와 있었다. “앞면이다. 우리가 이긴다!” 기쁜 함성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들은 열 배나 되는 적을 격파했다.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한 장교가 말했다. “운명이란 무서운 것입니다. 저희가 열 배가 되는 적을 이겼으니 말입니다” 대왕이 말했다. “사실은 동전은 다 앞면이었는걸!” 언더우드 4세 원한광 박사가 증조할아버지인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연세대에서 국제대학원장을 끝으로 한국을 떠날 때, 그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던졌다. 한국 사람은 엄살이 심하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었던 33년 동안 매년 경제가 어렵다고 불평하더라는 것이다. ‘작년에는 좋았는데 올해는 어렵다. 내년에는 더 힘들다’ 라고 했지, ‘지금 잘 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잘 될 거다’라고 말하는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은 파워에 비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했다.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한국의 대학은 다 문 닫을 것처럼 이야기하고, 문화가 개방되면 일본 만화로 아이들이 일본 정신에 의해 변질될 것으로 우려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새우’가 아니라 ‘고래’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인데 자신감이 없다. 세계를 다니다 보면 한국처럼 강점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 왜 우리의 놀라운 강점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을까? 한국인에겐 ‘오기’만 있고 ‘진정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을 왜소하게 생각하고 패배주의에 빠진다. 수출대국, 한류 열풍 등 플러스 요인을 내면적 자긍심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조그만 어려움이 닥쳐도 염려에 사로잡히고 자신감을 잃어버리며 쉽게 좌절한다. 우리의 강점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우리의 강점이 빛을 발하게 하는 자신감이 필요한 때다. 다이안 제닝스의 ‘자수성가한 여자들; 미국기업을 휩쓴 12명의 여걸(女傑)’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성공한 여성이 한결 같이 지니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확고한 자신감이다. 그것은 사무실에 들어가는 순간 드러나는 행동방식에서부터 유머감각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하는 모든 일에 스며들어 있다. 이들이 표출하는 자신감은 다른 사람의 반감을 사는 오만이나 자기중심적인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것은 확신과 안정이라는 차분한 의미를 지닌 부드럽고 겸손한 자신감인 것이다” 세상은 기죽지 않는 자의 편이다.
상점 곳곳에 세워진 트리와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캐럴로만 느꼈던 크리스마스가 그릇 위에도 앉아있다. 이때가 되면 한 해가 간다는 아쉬움보다 크리스마스로 인한 설렘이 더 커진다.
안전보건공단에서 최근 3년간 폭설ㆍ한파와 관련해 서비스업(운수, 창고, 통신업 포함)재해를 분석한 결과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던 2011년 겨울에는 폭설ㆍ한파 관련 재해자가 2010년 겨울보다 679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2012년 12월에는 강수량이 261%, 2월에는 149%가 증가해 폭설ㆍ한파 관련 재해자가 1천481명으로 늘었다. 이는 기온변동 폭이 크고 강수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에서는 12월에 946명(63.9% )에 이르는 재해가 발생했으며, 지역별 분포는 경기지역 580명(39.2%), 서울지역 391명(26.4%)이 증가해 서울ㆍ경기지역에서만 971명이 증가했다. 이는 전국 증가 재해자의 65.6%를 점유하는 비중이다. 한편 재해증가자의 70%는 50세 이상 근로자층이며, 재해발생이 특히 많은 시간은 오전 7~11시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체의 균형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소에 한쪽 다리로 서 있거나 발끝으로 서 있는 운동이 좋다. 균형감각을 키우는 것과 더불어 빙판이나 눈길을 걸을 때는 가급적 보폭을 작게 하고 발을 바닥에 질질 끄는 식으로 걸으며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 자세가 안정된다. 또 경사진 빙판길을 걸을 때는 측면으로 걸어야 안전하고, 주변 상황을 천천히 살피면서 이동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젖은 나뭇잎을 주의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으면 균형감을 찾기 어려우니 가급적 손을 넣지 않도록 한다. 눈이 올 때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집 앞이나 점포 앞의 눈을 치우는 것이다. 눈을 쓸거나 치울 때는 체인이나 모래주머니, 삽 등의 설해 대비용 안전장구를 준비한 후 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급적 어린이나 노약자는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눈 치우는 작업 시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동차나 대문, 지붕, 비닐하우스 위의 눈은 수시로 치우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집 주변 빙판 길에는 모래 또는 염화칼슘 등을 뿌려서 미끄럼 사고를 예방하도록 한다.
달포 전에 예민한 인상의 한 중년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피부가 하얗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보기 드문 미인이었지만 입술색은 어두웠으며, 좁은 어깨를 웅크리고 앉아 짜증이 나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의 주소증은 ‘수족냉증’이었다. 온몸이 시리고 관절이 아픈데 특히 손발이 너무 차서 악수하기도 민망할 정도며, 심지어 여름에도 양말을 신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다. 본래 몸이 찬 체질인데다 어혈로 인한 한랭성 순환장애가 있으며, 갱년기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동도 하나의 원인이 돼 수족냉증이 심해진 것이라 판단됐다. 따라서 체내어혈을 제거하고 기혈순환을 도우면서 속을 따뜻하게 해 주는 한약을 처방했다. 물론 수족냉증이 혈액순환장애나 호르몬의 변화로만 생기는 것은 아니며, 자율신경계의 이상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특정 질환(레이노증후군, 척추디스크, 수근관증후군, 말초신경염 등)의 한 증상으로서 수족냉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체계적인 검사와 진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손발이 차지는 원인을 혈액순환장애, 기허, 비위허, 신양허, 혈허 등으로 구분하고, 환자의 체질과 병리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변증을 통해 한약, 침, 뜸, 봉침, 약침, 추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민간에서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손발이 차다고 해 무조건 더운 성질의 약초를 달여서 마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소음인의 경우는 복부도 차갑고 손발을 비롯한 전신이 냉하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인삼이나 계피, 생강 등이 좋은 약이다. 하지만 소양인의 경우 열의 편중에 의해 가슴과 머리에는 열이 많고 손발은 차가워지기 쉬운데, 이럴 때 손발이 차다고 뜨거운 약을 먹으면 상체로는 열이 나고 손발은 더 차게 돼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상체의 열을 내려주는 치료를 통해 전신의 열을 조절함으로써 저절로 손발이 따뜻해지게 해야 한다. 며칠 전 길거리에서 “원장님!”하고 부르며 누군가 손을 내미는데 엉겁결에 손을 마주 쥐며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그때 그녀였다. “손이 많이 따뜻해졌죠? 이제 손에서 땀도 좀 나요” 자랑스레 말하곤 밝게 웃으며 뒤돌아 뛰어가는 그녀의 등 뒤로 가느다란 겨울 햇살이 반짝인다. 올해는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이 되리라는 기상예보도 있는데, 그녀의 겨울이 따뜻하길 기원해본다.
무서리 내린 지붕마다 겨울이 하얗게 깊어갑니다. 푸른 날들을 구가하던 마지막 달력 한 장, 마지막 잎새처럼 쓸쓸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인디언 부족들처럼 무소유의 달, 침묵하는 달, 나뭇가지가 뚝 부러지는 달입니다. 바야흐로 세모입니다. 나도 누군가의 그리움 앞에 서 있는 한 잎 마지막 잎새인지도 모릅니다. 간밤엔 바람이 많이 불었나 봅니다. 밤새 추위에 쫓겨 다니던 가랑잎들이 구석진 곳에 몰려 서로의 몸을 포개고 슬픔을 위무합니다. 더 이상 내려놓을 것도 없는 나목들은 아물지 않는 생채기 하나 쯤 그렇게 품고 사는 게 그들의 생이라는 듯 겨울 앞에 묵연히 서 있습니다. 봄을 향해 겨울의 심연을 건너가는 가난한 영혼은 슬픔입니다. 평산동 작은 숲속 음악공원에도 겨울이 깊어갑니다. 별빛처럼 쏟아지던 음악회의 잔향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숲속 벤치는 온기가 그립습니다. 슬픈 노숙의 그림자가 실루엣처럼 어른거리는 벤치에 앉으면 나는 고독한 도시의 섬이 됩니다. 측백나무 사이를 빠져나온 노란 달빛이 굽낮은 걸음으로 교교히 지나갑니다. 술집에서 나온 여자가 자존심처럼 구겨진 종이컵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갑니다. 숲은 키 큰 나무들의 연애로 술렁거립니다. 그리운 칸델라 불빛처럼 시린 가로등 아래 고요히 깊어가는, 아린 서정적 정경은 추위에 떨고 있는 사유의 깃을 세우는 페이소스입니다. 겨울밤 집으로 가는 길은 쓸쓸합니다. 희미한 골목길은 바람소리조차 빈 술병처럼 속빈 울음을 웁니다. 세모의 거리는 모두가 가난한 사랑입니다. 구세군 종소리가 인파를 헤치고 사랑을 외칩니다. 불구의 사내는 온 몸으로 지하철 바닥을 쓸며 흘러간 유행가로 사랑을 부릅니다.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를…. 눈 덮인 가로수, 눈 덮인 전봇대, 눈 덮인 예배당. 어릴 적 소년의 눈 내리는 날의 캐럴은 그리도 가슴 설렜는지, 그리도 따뜻했는지. 이제 그 신성한 새벽이 다시 와서, 멀리 청탑의 종소리가 잠든 나를 깨우면, 나는 이 낯선 도회의 언덕 창을 열고 가슴속 두 손을 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의 찬가에 기도드릴 것입니다. 가난한 영혼의 슬픔을 위하여, 오 메리 크리스마스.
양산시가 초등학생들의 영어교육 활성화를 위해 특수시책으로 추진한 거점 영어체험센터가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양산시가 매년 지원하던 운영비를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는 거점 영어체험학교를 운영 중인 양산초 등 3개 학교에 대해서 내년부터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원어민 보조교사 1인에 대한 비용만 지급하기로 했다. 지역 내 59개 학교 가운데 57개 학교에 원어민 보조교사가 배치돼 있음을 이유로 내린 결정이다. 5년 전인 2008년, 지역의 낙후된 초등학교를 선정해 거점 영어체험센터를 설치한 뒤 인근 학교를 포함해 실생활 중심의 영어교육을 시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발표됐다. 원도심의 중심학교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주변의 슬럼화로 취학아동 수가 급감하던 양산초와 역시 쇠퇴일로에 있던 하북초가 1차로 대상학교로 선정됐다. 이어서 웅상지역의 거점학교로 천성산 아래 신명초가 선정돼 각각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시설공사를 완료했다. 또한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학교별로 원어민 교사 2명과 내국인 강사 1명의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 1억3천만원이 매년 지급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거점학교의 교사 감축은 물론 아까운 시설도 자기 학교 학생들을 위한 소극적 활동의 용도로 전락하게 됐다. 특히 양산초는 5개의 교실을 헐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실행해 왔던 만큼 그 충격은 작지 않다. 문제는, 시작할 때는 대단한 성과를 올릴 것처럼 홍보하다가도 막상 실적이 저조해 폐지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영 중인 학교나 교육당국과의 협의나 세밀한 심사분석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지를 결정한 처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2009년에 조성돼 시행된 지 겨우 4년에 지나지 않는 사업인데 왜 이렇게 조속하게 또 일방적으로 지원을 중단해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시의회에서도 이 점을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양산시는 사업 중단의 사유로 다른 대부분의 학교에서 원어민 보조교사가 운영되고 있음을 들었는데 이 또한 납득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거점 영어체험학교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2009년인데 이미 그 전 해부터 원어민 보조교사의 배치가 시작됐던 것이다. 순차적으로 전 학교에 원어민 보조교사의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기에 거점 영어체험학교도 추진된 것이다. 이는 거점 영어체험학교의 운영 목적이 단순히 학교별 원어민 보조교사의 책무와 관계없이 존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불과 4년 사이에 어떤 문제점이 발견됐기에 중단하게 됐을까. 적어도 예산사업의 효율성에 대한 심사분석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중단 사유가 새로 발생한 원인이 아닐진대 사업계획 수립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되어 시행됐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동안의 운영기간 중에 당초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요인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과 조치방안에 대해 교육당국과 충분한 교감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적어도 사업의 실패로 규정지어질 개연성이 있다면 다른 도시보다 더 많이 추진했던 이유도 해명해야 한다. 시 예산이 쌈짓돈이 아니지 않은가. 업자들 배불리려고 하지 않았다면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책임을 먼저 따져묻는 것이 일의 순서다. 시의회에서도 이런 점을 질타하고 나선 것으로 안다.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시설을 다른 활용방안의 모색도 없이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것은 조령모개(朝令暮改)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시설의 활용방안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학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당초 목적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방법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부 시의원의 생각이다. 양산시의 예산낭비 사례는 이 밖에도 또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산천 인도교다. 수십억원을 들여 운동장과 춘추원을 인도(人道)로 연결한 세칭 ‘학다리’는 자동승강시설까지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0명도 되지 않는 비효율의 극치로 원성을 들어왔다. 그에 비하면 거점 영어체험센터사업은 사업비 규모로 볼 때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 푼이라도 시민의 세금을 소중히 여긴다면 헛되이 쓰이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의 할 일이다. 굳이 선조들의 청백리 사상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세입의 징수와 세출의 집행을 신중히 하는 기강이 바로 설 때 공직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아마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한결같이 성공이나 행복을 원하고 실패와 좌절 그리고 불행을 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실의와 좌절에 빠져 실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개의 경우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믿고 있다. 성공한 사람은 그들이 고수해야 할 꿈 이외에는 아무것도 갖지 않았을 때도 자신의 가치, 곧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하며 확신에 차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갖고 있는 꿈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곧 꿈이 있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떠한 장애물도 성공하는 사람의 꿈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꿈의 실현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자기개발과 창조에 전력투구하면 성공한다는 이론이 된다. 그러므로 어느 일에 있어서 성공이란 또 하나의 인생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일라이어스 하우는 재봉틀을 발명했는데, 그것을 본 많은 여인은 몇 년 동안 그를 비웃었다. 바느질을 그렇게 빨리 해버리면 자신들의 늘어나는 여가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이냐고 걱정했다. 일라이어스 하우는 그가 발명한 재봉틀로 많은 옷을 만들어 내는데 공헌했으나 그의 삶은 너무 바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옷을 빌려 입고 일생을 살았다고 한다. 비록 자신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성공적인 삶, 대량의 생산품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성공적인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좌절하지 않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성공한 사람은 목표가 분명한 것을 보게 된다. 목표가 분명하지 못할 때 불분명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삶의 방향이 혼란스러워져 쓸데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하찮은 일에 신경을 쓰다가 실패하고 만다. 모든 단체마다 규약이나 정관이 있는데 그 목적은 그 단체를 이끌어 나가는 지침서가 된다. 사람에게는 삶의 목적과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목적이 불분명하면 삶의 방향이 희미할 수밖에 없고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그 사람의 생애는 건전하여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어느 국제적인 봉사단체는 지향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데 있어서 진실한가, 모두에게 공평한가,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모두에게 유익한가” 이것은 그 목적과 목표가 건전하고 순수해야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또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파스칼은 인간을 갈대에 빚대었는데 그것은 인간의 연약성을 나타내는 말로, 생각하는 갈대에 지나지 않는 인간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인 줄 안다. 한 번 삶의 목표가 정해지면 지속적으로 온갖 정열을 쏟아 성취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가능한 많이 나오게 되는 법이다. 결코 중단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끝까지 인내하며 노력하여 좋은 결실을 맺어야 한다. 많은 사람은 인생의 순간순간의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려고 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에 ‘이렇게 인생을 살지 않았어야 했는데’, ‘다시 태어나면 달리 살텐데’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서머셋 모옴의 ‘작가의 수첩’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노인을 견디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정신과 육체의 쇠퇴가 아니라 무거운 추억의 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때의 무거운 추억의 짐은 후회와 같은 개념일 것이다. 어두웠던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이 분명 일회적이라면 잘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잘 산다는 말은 성공적으로 인생을 살았다는 말인데, 성공하려면 꿈을 갖고 확신 있게 행동해야 하고, 목표설정이 분명해 지속적인 추진력으로 중단하지 말아야 하며, 마음에 성공적인 삶을 늘 그리고 용기와 결단을 통해 성숙해 나가야 하겠다. 삶의 궁극적이고 진정한 목적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행복이다. 성공은 이 목적, 즉 행복을 위한 수단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행복이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도 행복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도록 창조됐다. 세계인권선언, 마그나 카르타, 미국 독립선언문, 우리나라 헌법을 포함한 이 밖의 각국 헌법의 핵심은 모든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행복추구권’을 인정하고 보장하고 있다. 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에서는 “행복의 추구는 양도할 수 없는 분명한 사람의 권리이고 자명한 진리”라고 선언하고 있다. 또한 링컨은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려고 하는 만큼 행복해진다”고 했다. 그만큼 사람은 행복을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동물이며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인생에서 성공이 선택이라면 행복은 필수이다. 행복에 이르지 못하는 성공은 참다운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겠다.
회를 뜨고 가시만 남은 저 우럭 냉장고 속 얼음바다를 헤엄쳐 나와 냄비에서 아프게 끓고 있다 얼어붙은 뼈의 침묵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다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서, 끓는 냄비 속에서 섣부른 말들이 한참 끓고 나서야 뼛속에 남은 몇 점의 말이 맑게 풀린다 내 속에도 오래, 가시로 남은 말이 있었으니 오늘 마음의 냄비에 넣고 푹 끓여 속 깊은 바다에게 소주 한 잔 권하고 싶다 그때부터 두부와 양념이 소통하기 시작한다 독하고 매운 말이 순해진다 뾰족한 뼈들이 둥글어지며 화해를 청하는 시간 수다스러운 바다의 침묵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지상의 말들로 일히 소란스러워진다
양산대종 종각 상량식이 거행된 며칠 뒤 시청 프레스센터에서는 다소 특별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시민 자격으로 ‘양산대종 명칭사용 금지 및 사업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원동면 거주 이시일 씨가 법원 심리에 앞서 입장을 밝히는 회견을 한 것이다. 이 씨는 양산대종 건립계획이 일반에 알려진 직후부터 줄기차게 ‘양산대종’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자기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양산시 관계자들에게 항변해 왔으며, 시장 면담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양산대종이라 함은 시민의 정성을 모아 설치해야 하는 것이지 한 개인의 희사(喜捨)로 만든 종에 양산대종이라는 명칭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종 건립 과정에서 시민의견 수렴 없이 자문단의 형식적인 자문을 거쳐 일방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더욱 양산대종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씨의 가처분 신청에 따라 양산시는 어쩔 수 없이 담당 공무원을 출석시켜 법원의 심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심리에서 양산시는 수년 전 대종 문제를 토의했으나 시의회 반대 등으로 추진하지 못했으며, 다른 지자체의 경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개인의 자금으로 종을 제작하더라도 완공 후 양산시에 기부할 것이며, 기부자의 이름을 넣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씨의 반박은 다르다. 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정작 주체인 시민 의사는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름을 새겨 넣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국은 기증자의 이름이 남을 따름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쌍방의 주장은 나름 각각 일리가 있다 할 것인바, 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 씨의 다소 돌출적인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떠오른다. 이 씨는 정당 활동이나 선출직에 나선 적이 없고 특정 단체의 후원을 받아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번에 양산대종과 관련한 지역신문 광고 게재라든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비용 일체를 개인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씨는 어떤 실익을 보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그가 얻는 실리적 이익은 없다. 오히려 주변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노인으로 힐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비를 털어서 거대한 지방정치세력에 도전장을 내민 그의 행동은 어쩌면 이 시대 특히 우리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민정신의 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950년대 미국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흑인에 대한 차별정책이 만연돼 있었다. 학교나 공공시설은 물론이고 화장실과 버스 좌석까지도 흑백의 차별이 횡행하던 시기였다. 1955년 어느 날 로자 파크스라는 한 흑인 여성이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운전기사로부터 백인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말을 듣고도 이를 거부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로사는 경찰에 구금되지만 흑인인권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이 일은 당시로써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흑인이 노예처럼 인식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젊은 여성의 용기있는 행동이 사회의 편견을 바로잡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스페인의 국민작가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에 나오는 돈키호테는 세상의 부정과 비리를 척결하고 학대당하는 사람들을 구하고자 우직한 농부 산초를 시종으로 거느리고 거친 세상을 향해 나선다. 그들의 처지와 흡사한 비쩍 마른 말을 타고 나선 둘은 가는 곳마다 현실세계와 충돌하여 비통한 실패와 패배를 맛보지만 돈키호테의 용기와 고귀한 뜻은 조금도 꺾이지 않는다. 이렇듯 돈키호테가 주는 이미지는 흡사 우리 속담의 ‘계란으로 바위 치는 듯’ 한 무모함의 전형이지만 그 순수성만큼은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시일 씨의 법정 투쟁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지만, 이 일로 해서 양산시가 중요한 시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민의의 수렴과 공적 당위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양산대종 문제는 이미 시의회에서도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종 위치문제에서 시작해 지금은 종각 건립 예산의 확보과정에서 의회를 기만했다는 것이 이유다. 일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다. 권력이 있을 때 겸손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한의 남용은 법적인 제재 이전에 시민의 저항을 초래한다는 것이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통풍이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이 인체에서 대사되고 남은 산물인 요산의 혈중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 힘줄, 주위 조직에 침착되는 질병이다. 이 현상은 관절의 염증을 유발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재발성 발작을 일으킨다. 또 요산염 결정에 의한 통풍결절이 침착되면서 관절의 변형과 불구가 발생하게 된다. 관절의 이상 외에도 다양한 신장질환과 요산에 의해 콩팥에 돌이 생기는 콩팥돌증(신석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콩팥에서 요산 제거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여성보다 발병할 확률이 9~10배 정도 높고, 여성의 경우 폐경 이전까지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해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돼 남성보다 발병률이 적지만, 60대가 되면 남녀의 발병빈도는 거의 같아진다. 통풍의 원인으로는 유전, 당뇨, 고혈압 등과 비만, 과체중,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 퓨린이 많은 음식을 즐겨먹는 식습관 등이 있다. 때로는 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인해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통풍의 가장 흔한 증상은 관절통이다. 가장 많이 침범되는 부위는 엄지발가락의 중족지관절 부위로 심하게 아프면서, 빨갛게 부어오르고 열이 난다. 급성 증상이 치료된 후 전혀 아프지 않다가 술을 많이 마시거나 과식, 과로, 수술, 입원 등의 통증 유발 요인이 있으면 다시 극심한 관절통이 생긴다. 환자 중 60%가 최초 발병 후 1년 이내에 다시 증상을 경험하고, 계속 진행되면 양쪽 발가락에 관절통이 생기기도 하고 발등, 발목, 뒤꿈치, 무릎, 팔꿈치, 손목, 손가락 등으로 이동하면서 관절통이 생긴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돼 관절 주위나 귀 등에 다양한 크기의 결절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관절이 파괴돼 기능을 잃거나 불구와 기형이 발생한다. 또한 이 시기가 되면 고혈압,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신장질환, 요로결석 등의 통풍의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통풍의 진단은 관절의 윤활액이나 주위 조직을 뽑아내 현미경을 통해 백혈구가 탐식하고 있는 바늘 모양의 요산결정을 확인하면 확진이 가능하다. 윤활액을 얻기 어려운 경우에는 임상적으로 급성 단관절염, 고요산혈증, 콜히친 치료에 대한 극적인 반응 등 세 가지를 만족하면 통풍으로 진단할 수 있다. 통풍을 치료하는 목적은 급성 통풍 발작을 빨리 종결시키고, 통풍성 관절염의 재발을 예방하며 신장과 관절, 다른 부위에 생기는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비만과 요산의 다량 섭취를 예방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원인 질환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급성 증상이 발병하면 진통소염제를 복용해 염증을 억제하고, 이 때 많은 양의 수분을 흡수해 요산의 배설을 촉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증상이 없는 고요산혈증은 치료할 필요가 없으나 급성 발병이 반복되거나 결절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혈중 요산치를 내리는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통풍은 단순한 관절염이 아니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인식함이 매우 중요하다 통풍에 좋은 음식으로는 알로에, 우유, 양배추, 옥수수 수염차, 수박 메밀, 계란 등이 있고, 통풍에 나쁜 음식으로는 맥주, 소금, 등푸른 생선(고등어, 꽁치, 멸치 등), 새우, 치즈, 버터, 말린 표고버섯, 육류와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이다. 통풍에는 이들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 인성지도부장이다. 학교마다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예전에는 학생주임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학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제대로(?) 살아가는 말썽쟁이에겐 염라대왕 같은 존재여서 학교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사람으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보통 체육교사가 맡는 경우가 많다. 훤칠한 키에 ‘츄리닝’입고 손에는 쳐다만 봐도 섬뜩한 지휘봉을 들고 교문에 떡 버티고 서면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학주’의 이미지가 완성된다. 학생주임이 다 그랬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학창시절 기억 속에는 그렇다. 위엄과 카리스마! 그것은 학생주임의 자존심 그 자체였다. 안타깝게도 나에겐 그런 카리스마가 없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 자리는 피하고 싶었다. 학생 전체 모임 할 때 앞에 나서서 질서를 잡는 것도, 사고치고 불려 와서도 턱쪼가리 치켜들고 적반하장으로 구는 녀석들 제압하는 것도 도무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 남교사가 귀한 공립 중학교에서 나의 오만 가지 핑계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이었고 나는 벌써 인성지도부장 1년차를 마감할 때가 다 돼간다. 사실 카리스마만 부족했던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선생인 나에겐 평범한 교사만큼의 교칙 확립 의지도 박약했다. ‘걸어 다니는 교칙’이어야 할 인성지도부장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방학이 끝나면 학생 중에 방학 때 했던 퍼머나 염색을 그대로 하고 학교에 오는 경우가 있다. 한 일주일 정도는 인성지도부에서 바쁘게 그 학생을 찾아내서 혼을 내고 당장 ‘원상 복귀’할 것을 지시한다. 그런데 어쩌면 좋은가? 내 눈에는 퍼머하고 염색한 머리가 밉지가 않다. ‘넌 퍼머하니까 인물 더 나네!’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꿀꺽 삼키고 ‘야 이 놈아, $$%%##’하고 호통을 쳐서 보냈다. 참 못할 짓이다. 이런 식이니 나에겐 인성지도부장 역할이 보람이기 보다는 고통에 가깝다. 난 규율과 질서로부터 좀 자유롭고 싶다. 학교가 정해놓은 규칙이 너무 많고 불편하다. 아이들을 마냥 어리게 보고 통제하려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난 좀 더 자유로운 학교 생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인성지도부’라는 명칭도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요즘엔 인성도 경쟁력이라고 외치면서 스펙보다는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악당이 공부를 못해서 세계평화를 위협했던가? 하지만 인성이라는 것을 예의 바르고 윗사람 말 잘 듣는 것쯤으로 치부하는 단순함 앞에서 좌절한다. 인성조차 숫자로 등급을 매겨서 입시 근거 자료로 평가하려는 고수들의 신통방통한 능력 앞에서 또 한 번 좌절한다. 도대체 인성이라는 게 뭘까? 한 사람의 인성을 지도한다는 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인성이라고 하는 것이 똑같이 생긴 교복 속에 구겨 넣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을 뿐이다. 누가 좀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세 명의 아들을 둔 아버지가 있었다. 연말이 되자 아버지는 세 아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왔구나. 그 동안 너희는 어떻게 한 해를 보냈는지 이야기해 보자” 먼저 맏아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한 해 동안 사업이 부진해서 많은 돈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런 일이라면 우울해할 필요 없다. 네가 잃은 돈은 회복이 될 테니 자신감을 잃지 마라! 대신 경험을 얻었잖느냐” 둘째가 말을 이었다. “저는 연초에 직장 상사의 미움을 사서 힘들게 근무하고 있지요” 아버지는 마찬가지로 여유 있게 위로했다. “살다 보면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단다. 걱정하지 마라. 오해가 언젠가는 풀릴 것이야” 마지막으로 셋째 아들이 말했다. “저의 경우 1년 동안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연초에 계획은 많이 세웠는데 아직까지 실패가 두려워서 실행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이제까지의 부드러운 표정을 감췄다. 몹시 안타까워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고 할 말이 없구나. 무엇보다도 값지고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사용하다니! 너는 아무것도 행하지 않고 정말 한 해를 시간낭비하며 잘못 보냈구나!” 미국 ‘헌팅턴 프레스’ 신문사 건물 입구에는 3개의 동상이 나란히 서 있는데 하나는 사람이 지구본을 껴안고 미소를 짓고 있고, 다른 하나는 지구본 위에 거만한 표정으로 서 있고, 나머지 하나는 사람이 지구본 밑에 깔려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동상 밑에 설명이 있다. “지구본은 흘러가는 시간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지구본을 껴안고 있는 모습은 시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며, 지구본 위에 거만하게 서 있는 모습은 시간의 귀중함을 비웃는 것이고, 지구본 밑에 깔려 있는 모습은 시간을 무시하다 실패의 나락에 떨어져 고통당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우리 신문사는 항상 흐르는 시간 속에서 최후의 신문을 만들고자 이동상을 세웠습니다” 시간은 소중하다. 시간은 물질보다 귀하다. 잃어버린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찾을 수 없다. 아무리 힘쓴 다 해도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 없다. 그러기에 사도 바울은 통해 “너희가 어떻게 행할 것을 자세히 주의하여 오직 지혜 있는 자처럼 세월을 아끼라”고 했다. ‘아끼라’는 말의 ‘redeem’ 뜻은 ‘값을 지불하고 시간을 사서 내 것으로 만들라’는 의미다. 많은 성인들은 세월이 빠르게 지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여러 가지 표현을 했다. 어떤 이는 ‘세월은 유수와 같다’, 즉 흘러가는 물과 같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세월은 촌음(寸陰)과 같다’라고, 성경에서는 ‘들에 피는 꽃’ 혹은 ‘안개와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세월은 빨리 지나가는 것이고 붙잡아 둘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생의 모습을 조명해 보면서 세월을 아끼며 산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유대인은 13세가 되는 성인식 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잘 쓰라는 뜻으로 손목시계를 선물한다고 한다. 미련한 자는 인생을 그저 막연하게 살지만 지혜로운 자는 세월을 아끼며 살아간다.
Q1. 보장구는 누구나 대여가 가능한가요? A1. 보장구 무료대여사업은 전 국민이 대상이므로 건강보험가입자는 물론, 의료급여대상자 또는 국가유공자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Q2. 보장구 대여품목은 어떤 것이 있나요? A2. 휠체어(기본형ㆍ기능형ㆍ아동형), 지팡이(4발ㆍ외발), 보행기(지그재그ㆍgoalㆍ바퀴), 목발(나무ㆍ알미늄), 목욕의자 등이 있습니다. Q3. 어디에서 신청할 수 있나요? A3. 사전에 시행지사를 알아보시고 직접 방문 신청하거나, 건강보험콜센터(1577-1000)혹은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www.nhic.or.kr)에서 대여 신청과 예약이 가능합니다. Q4. 안 쓰는 보장구가 있는데 기증할 수 있나요? A4. 네. 사업시행 지사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묶여 있는 배는 가득찬 바닷물에도 떠나지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 갑갑한 밧줄에서 벗어나 거친 항해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
대부분의 사람은 흔히 특별한 날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로또복권의 인기가 전보다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박을 꿈꾸는 로또 마니아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꽉 막힌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당장 큰돈 투자하지 않고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은 확률이 아무리 낮다 해도 뿌리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다.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밤새워가며 머리를 짜내는 사람을 보면서 차라리 그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인 일에 투자하라고 충고한 적이 있는데 소귀에 경 읽기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어떤 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기적 같은 역전이나 대박을 꿈꾼다.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러울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막상 기적이 일어나도 행복해지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복권당첨자의 후일담을 조사한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대박의 꿈을 이룬 대부분의 복권당첨자는 이혼하거나 돈 문제로 가정파탄을 겪었다고 한다. 복권 당첨 전보다 더 불행해지는 경우가 오히려 많았다는 기사를 보고 나 역시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굴레처럼 나를 옭아매고 있다고 느껴지고 한없이 자신의 삶이 누추하게 느껴질 때, 나는 오래전 읽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곤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삶이 불만인 한 젊은이가 있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견딜 수 없었던 젊은이는 기적을 보고 싶었다. 그는 어느 날 날마다 기적을 일으킨다는 도인이 ‘도중도’라는 외딴 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젊은이는 그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포구에 이르렀는데 때마침 바다에는 폭풍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젊은이는 여인숙을 찾아갔는데 도중도에 산다는 한 노인과 합숙해야 하는 방을 하나 구할 수 있었다. 젊은이는 지루하고 답답해서 낮잠을 한숨 늘어지게 잤다. 노인을 찾아보니 노인은 개울가에서 속것이며 양말 등속을 빨고 있었다. “날씨가 나쁜데 무슨 빨래를 합니까?” “빨래는 바람에 더 잘 마르는 걸요” 젊은이는 선술집에 가서 술에 젖어 돌아왔다. 노인은 윗목의 씨고구마 동이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것은 주인네가 할 일이 아닙니까?” “누가 하든 우리의 생명을 늘리는 일인걸요” 노인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드디어 사흘 만에 날이 갰다. 여인숙을 나서며 노인은 젊은이에게 왜 섬에 가려는지 물었다. 젊은이는 날마다 기적을 행하고 있다는 도인을 만나러 간다고 대답했다. 노인은 선창 쪽으로 발을 옮겨 놓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는 이미 기적을 보았소이다. 어디서나 지금에 최선을 다해 의롭게 살면 그날이 곧 기적의 새날이요, 그렇지 못하면 반복의 묵은 날입니다. 이번에 나와 함께 지낸 사흘이 당신이 보고자 한 그 도력의 전부이니 따로 더 볼 것이 없습니다. 그만 돌아가시구려” 우리에게 주어진 매일의 삶을 날마다 새로운 기대와 사랑을 가지고 산다면 우리의 전 생애가 기적처럼 새로운 인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매일의 삶을 마지못해 되는 대로 살아버린다면 인생은 지겨운 반복의 묵은 날일 뿐이다. 결국, 기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당첨 확률 없는 로또에 목매달기보다는 확실하게 내가 만들 수 있는 기적을 오늘 내 삶에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쉬운 일상탈출의 길이 아닐까. 왜 사람은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에 더 집착하는 것일까. 가끔 풀밭에 나가면 너도나도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내 책갈피에도 어렵게 찾아낸 ‘행운’의 네잎 클로버가 곱게 말려 꽂혀 있다. 하지만 지천에 널려 있어 우습게 생각했던 세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네잎 클로버 찾는 일이 시들해졌다. 지천에 널려있는 소중한 ‘행복’은 외면하고 뜻밖의 ‘행운’ 찾기에만 골몰하는 일이 왠지 어리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행복’을 무심히 짓밟고 있는 것이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바로 내 발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섬뜩함을 잊을 수 없다. 오늘 이 순간, 지금 이 자리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기적은 이미 일어난 것이다. 오늘 하루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활짝 웃어줄 수만 있다면 기적은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저 내가 만들 수 있는 기적을 만들며 살고 싶다. 내가 매일 만드는 작은 기적들이 나에게, 가족에게, 세상에 로또복권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여섯 살 아이가 찰흙놀이 하고 있다 지그시 웃는 입술 갸웃갸웃 눈 붙이고 모서리 꼭꼭 눌러서 각을 지워 버린다 이마에 맺힌 땀은 흙바람 문지르고 요리조리 동그랗게 할머니 얼굴이라 닮아서 하늘 푸석한 코끝마저 시리다 반쯤 든 햇볕 따라 손등 그늘 만지다가 두리뭉실 숙인 고개 다소곳 접는 간극 동짓날 열한 시 무렵 감실 나온 부처다
듀크 대학과 예일 대학의 인구 통계연구사 세 사람이 30세를 대상으로 5천명 이상에게 조사해본 바, 평균 99.9세까지 생존한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1990년대 초 영국 과학 전문잡지 ‘네이처’에서 서유럽 사람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료기술의 진보에 따라 평균여명(平均餘命)이 연장되면, 60세 이상인 사람의 인구 비율이 2050년까지 현재의 곱절인 20%가 되고, 2100년까지는 27%나 된다고 내다봤다. 또 2030년까지 85세 이상 인구가 현대의 곱절 이상인 900만명이 될 것이라고 미국의 국세 조사국은 예측하고 있다. 2030년에 80대가 될 사람은 건강에 관한 지식의 혜택을 가장 젊은 시기에 받지 못한 사람이다. 담배의 위험성, 식품의 지방과다, 운동부족 등 건강을 해치는 요인의 정보는 1950년 이후 30년 동안 현재보다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 20년 후인 2050년에 85세 이상이 될 사람은 현재 30대 중반이다. 그들은 성장기에 건강 촉진과 질병 예방에 관한 정보에 많이 맞닥뜨렸기 때문에 85세 이상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왜 수명이라면 85세를 상한선(上限線)으로 삼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신뢰할 만한 학자에 의하면, 현재 신생아의 평균여명은 100세로 돼 있다. 그들이 낙관적인 까닭은 100세까지인 생존을 방해하는 위험성이 높고, 사망률이 높은 수많은 질병을 치료ㆍ예방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 십년 사이에 현대의 건강 유지법 뿐 아니라 더욱 연구가 진행돼서 장래의 건강법에 활용하게 된다면, 100세까지의 수명은 매우 평범한 것이 될 것이다. 듀크 대학과 예일대학의 인구 통계 연구사 세 사람이 ‘현재와 장래의 건강상황이 장수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 하는 조사법을 개발했다. 1950년부터 1984년까지 건강에 관한 연구 대상자 5천명 이상에게 그 조사법을 해당시켜봤다. 그랬더니 대상자의 혈압, 콜레스테롤, 그밖의 요인에 있어서 표준적인 30세 대상자인 경우, 놀랍게도 평균 99.9세까지 생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예측은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심장병을 원인으로 사망한 비율은 1958년부터 1992년까지 71%나 줄었으며, 뇌졸중이나 혈관계의 질병으로 사망한 비율도 극도로 감소됐다. 특히 건강면에서 과거 20년 동안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식사 방법이다. 대체로 우리는 과식을 많이했고 운동을 생활화한 사람도 드물었다. 게다가 담배는 또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