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찍은 사진을 보다가 생각한 일이다. 어떤 장면이 담겨있었는데 언제 어느 곳에서 찍은 것인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그 사진과 관련된 다른 사진을 찾아보고서야 그 장면과 관련한 일이 되살아났다. 며칠 전 수업시간에 자기소개서를 봐달라는 학생이 있었다.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를 지원하게 된 동기를 적는 항목이었는데 고흐가 말한 ‘나는 그림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후 나는 내 꿈을 그린다’는 말을 인용하고 있었다. 이 말을 어떻게 인용하게 됐는지 물었더니 명언 집을 보다가 마음에 들어서라고 한다. 고흐가 이 말을 언제 어떤 상황에서 했는지 알면 의미가 분명하게 다가올 것 같으니 고흐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는 권유를 했다. 그 말을 한 사람의 삶 중 어떤 상황 속에서 한 말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과 생활하다 보면 학생의 단면만 보고 판단하다가 대화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긴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엎드려 자는 학생이 있다. 수업에 들어가는 교사마다 이 학생을 깨워 수업에 참여시키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얼마 뒤 복도에서 그 학생을 만나 이유를 물었더니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됐다. 집안 사정의 어려움으로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수업시간에 자게 된다고 말했다. 그 후로 그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며 다른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수업이라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만나다 보니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한 진정한 만남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누군가가 연속극인 학교생활을 단막극처럼 보고 말하든가, 정지된 하나의 장면만 보며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들으면 힘이 빠진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옳지 않음을 알게 되는 사례는 많다. 일찍 일어나 일찍 학교에 가서 자습하고 밤늦도록 공부하는 것은 학생에게는 당연하다고 어른은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그 생각에 다 동의하지는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에게 더 중요한 일이 있음에도 공부하는 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차라리 억압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만나 대화하는 일이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입학이나 취직과 관련지어 강변하더라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진 게 오래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해보지만 아이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배경을 잘 모르는 것이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근본 원인이 아닐까. 교사란 ‘사이’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정과 학교 ‘사이의 존재’ 말이다. 가정 배경과 학교의 교육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 안내하는 것이 교사다. 사회에서도 교사를 이해하기 위해 ‘사이의 존재’라는 배경에서 교사를 바라봤으면 한다.
현대 사회 리더십 유형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로 서번트 리더십(머슴 또는 종의 리더십)이다. 현대인의 개인주의 성향이 점점 강화될수록 리더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역량을 어떻게 하면 최대화하고 극대화해 조직 목표를 성취하고 나아가 그 조직의 목적에 충실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21세기를 알리는 벽두에 포천지는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사우스웨스터 항공, 인텔, 휴렛 팩커드 등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경영철학으로서 바로 이 서번트 리더십을 제1순위에 내놓았다. 이것은 곧 서번트 리더십이 21세기 미래를 이끌어 가는 가장 중요한 경영철학이 될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서번트 리더십의 모티브가 된 것은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작품인 ‘동방순례’다. 내용을 보면 주인공 레오(Leo)는 동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순례 단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 순례가 시작되고 레오는 순례단에서 중요한 인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레오가 사라지자 순례단은 큰 혼돈에 빠지고 여행은 중단된다. 여기서 레오의 영향력이 나타난다. 순례단의 충직한 일꾼이던 레오의 중요성이 그가 사라지자 문제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후에 순례단을 후원하는 교단과 함께 레오를 찾는데 거기서 만난 레오는 그저 심부름꾼이 아닌 교단의 책임자인 동시에 정신적 지도자이며 훌륭한 리더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지도자로서의 종(Servant as a Leader)’이라는 개념을 알 수 있다. 서번트 리더십을 이루는 6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인 ‘경청’은 부하에 대한 존중과 수용적인 태도로, 그를 이해하기 위해 능동적인 경청을 해야 부하가 바라는 욕구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공감’이다. 이해심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감정인데, 리더가 부하의 감정을 이해하고 부하의 필요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치유’다. 리더가 부하를 이끌어 가면서 보살펴야 할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넷째는 ‘관리력’. 리더로서 부하를 위해 자원을 관리하고 봉사해야 하는 덕목이다. 다섯 번째는 ‘성장’이다. 이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개인 성장과 함께 정신적 성숙과 전문분야에서 발전을 위한 기회와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형성’이다. 조직구성원이 서로 존중하며 봉사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저서 ‘미래경영’에서 지식시대에서는 기업 내 상사와 부하의 구분이 없으며 지시와 감독의 경영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리더가 부하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부하를 이끈다는 기존의 리더십과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시대야말로 리더가 부하를 위해 헌신하며 부하의 리더십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서번트 리더십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어부들의 타령에 구성진 하늘이 박자를 맞추면 멸치에겐 허공도 축복이다 갈매기는 먹잇감 쫓아 분주하고 흥얼거리는 노랫말로 어부는 노동을 잊는다 그물은 언제나 아버지의 무게로 휘청거리지만 만선의 닻이 항구에 머물면 바닷가는 온통 은빛 비늘이다 어둠과 빛이 뒤섞여 혼신의 힘으로 지켜온 공간 얼어붙은 바다에 몸이 묶일 때 즐거운 어부들의 비명 들리고 예고 없이 하늘 열리는 소리에 무심한 별들만 쏟아져 내렸지 하늘은 눈망울조차 청명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소주 한 잔으로 달아오른 마음들에게 연탄불에서 이리저리 뒤척였지 그럭저럭 몸은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다가 낯선 바다에서 잠이 들겠지
지극한 도의 말씀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다. 능견난사문(能見難思門, 능히 생각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문)으로 들어가면 통도사 선실이다. 보광전이라 일컬어지는 무쌍선원(無雙禪院)은 전국각지 선객의 요람이다. 영축산 산줄기가 곧바로 쭉 내려서서 백운암에서 비로암으로, 다시 극락암에서 자장암으로 뻗어 한 마장 숨을 가다듬다 보면 불현듯 통도사가 보인다. 능히 맑고 푸른 하늘을 감싸 안은 해동 제일 도량이다. 용화전 앞 미륵봉발탑이 있고 그 오른쪽에 개산조 자장율사의 진영이 모셔진 개산조당, 그 앞섶에 세존비각이 동그마니 서 있다. 세존비각을 지나면 금강계단이라 불리는 적멸보궁이 사자와 같은 위용을 뽐내고 있다. 금강계단이라 함은 ‘나뉠 수 없는’, ‘분리되지 않는 단단함’ 등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불멸의 지계정신을 말한다. 처음으로 영축산문을 여신 자장율사는 ‘단 하루를 살지언정 계를 파하고 100년을 살기 원치 않는다’는 서슬 퍼런 강단을 보였고 이에 선덕여왕은 애꿎은 비련 가득한 심사를 접어야 했으니 근 1천400년 전 일이다. 적멸보궁(寂滅寶宮) 사리탑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모셔진 영탑이다. 나는 선재 동자처럼 도를 구하고 보현보살의 행원으로 중생을 제도하리라.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 할지라도 나의 원은 다하지 아니하며 허공계가 다하더라도 나의 원은 다하지 아니하리라! 정석이 통도사 불교전문강원에 다니던 22세의 서원(誓願)이다. 젊은 수좌의 불같이 끓어오르는 대발심(大發心)은 경이로운 것이다. 대발심! 크고 원만한 깨달음의 마음을 내는 것. 일찍이 온 세계의 큰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그의 제자 수보리의 미진한 의심에 벼락같은 말씀을 남긴다. “그런 말 하지 마라. 여래가 열반에 드신 후 500세에도 계를 받아 지니고 복을 닦는 자가 있어 이러한 말과 경전에 능히 신심을 내어 이것을 진실하게 여기리라.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이나 셋, 넷, 다섯 부처님께만 선근(온갖 선(善)을 낳는 근본)을 심었을 뿐만 아니라 한량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여러 선근을 심은 사람이니 이 말씀을 듣고 한 생각에 청정한 믿음을 낸다” 진실한 믿음을 내는 사람에 대한 평이다. 정석은 이미 약관의 나이를 갓 넘은 청년기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깨달을 향해 가는 존재임을 자각한다. 이를 불가에서는 보살(菩薩, 깨달은 존재)이라 말한다. 인간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누고자 하며(허공), 소유할 수 없는 업을 공유하고자(衆生業, 중생업) 하는 번뇌 가득한 존재이다. 정석은 평범함을 넘어선 비범한 출발을 알리고 있다. 무풍한송길 솔바람에 날아간 그의 번뇌는 흔적이 없다. 오직 비상하려는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만이 밝게 타오를 뿐이었다. 봄비는 달항아릴 생각한다 안개가 피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달항아린 봄비를 생각한다 구름이 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스승에게서 편지가 왔다 따뜻한 그리움이 피어났다
17세기 청교도 정신이 지배하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세일럼이라는 마을에 사는 젊은 유부녀 헤스 터프린은 그 마을 목사인 아서 딤스테일과의 불륜으로 펄이라는 딸을 낳는다. 이 일로 인해 터프린은 가슴에 간통(adultery)의 머리글자인 A로 낙인을 새기는 형을 당하고 평생을 살아간다. 1850년 미국 작가 너새닐얼 호손의 ‘주홍글씨’에 나오는 이야기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 우리나라에도 17세기 미국에서 행해졌던 ‘주홍글씨’형이 있다. 바로 성폭력범죄 형벌에 관한 이야기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성폭력범죄를 저지르고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지정되어 30일 이내에 담당 경찰서에 자신에 관한 모든 정보를 신고해 등록해야 한다. 등록한 정보가 변경되면 20일 이내에 또 신고해야 하고 아무 일이 없어도 1년에 한 번씩 경찰서에 출석해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것도 무려 20년 동안이나 말이다. 물론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이 얼마나 치욕스럽고 번잡한 일인가. 경찰청은 성폭력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이달부터 전국 74개 경찰서에 성폭력 전담 수사팀을 신설했고 우리 양산경찰서에서도 지난 18일부터 발대식을 하고 본격적인 수사업무를 시작했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속에서 아니면 길에서 그냥 앞서 지나가는 여성의 뒤태가 아름답다고 여성의 엉덩이를 손으로 툭 치는 것쯤 가볍게 생각하다가는 20년 동안 경찰서에 출석하게 되는 주홍글씨를 새길 수 있다. 그때 가서 후회해봐도 소용없으니 한 번 더 몸가짐을 바로해야 한다.
7년 연속 500만 관중이 몰리고 있는 스포츠가 프로야구다. IMF 사태로 모두가 힘들어할 때 야구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박찬호 선수의 활약은 국민에게 위안을 줬고, 지금은 류현진과 추신수, 그리고 일본에 진출한 이대호 선수가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으로 야구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로 성장했다. 그 결과 야구선수가 되려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일반인도 취미생활로 야구경기를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 양산만 해도 야구협회가 주관하는 사회인야구가 6개 리그에 90개팀이 참가해 주말마다 대전을 치르고 있다. 양산시리틀야구단이 전국대회를 제패하는 등 양산 야구 열기는 취미생활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양산 야구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원동중학교 야구부 때문이다. 면 전체 인구가 3천명이 조금 넘을 뿐인 원동면의 유일한 중학교, 원동중은 45년 전통이 무색하게 재학생이 줄어들기 시작해 폐교 위기에 봉착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인구 탓이기도 하지만 남아있는 아이도 교통 발달로 도시 중학교로 나가는 바람에 신입생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다. 원동면 유일의 중학교 문을 닫게 할 수는 없다는 주민 바람은 야구부 창단이라는 묘수를 두게 됐는데 이것이 희한하게 맞아떨어졌다. 이웃 부산은 국내 제2의 도시이면서 구도(球都)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야구팬이 많은 곳이다. 학교 야구도 오랫동안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인근 울산시와 경남 일부 지역에서 야구를 하던 초등생이 진학하기에는 중ㆍ고등학교 야구부가 부족한 실정이다. 자연히 중도탈락하거나 아예 야구부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에 착안한 원동중학교는 양산시와 교육청, 야구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2011년 3월 야구단을 창단했다. 기숙사가 마련되고 전교생이 모두 야구를 취미생활로 가졌다. 야구를 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갖춰지니 입소문을 듣고 인근 지역에서 희망자가 몰려들었다. 대부분 한 번 좌절을 경험했던 아이들인지라 투지가 넘쳤다. 원동중 야구부는 창단 2년 만에 대형사 고를 쳤다.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그것도 전통의 강호 부산 대동중학교를 결승에서 물리쳤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국대회 우승은 대번에 전국의 관심을 끌게 됐다. 중앙 매스컴이 앞을 다퉈 시골 원동중을 찾았다. 인간승리 드라마로 구성된 다큐멘터리가 방송을 타면서 선수들은 일약 스타가 됐다. 공부와 운동을 철저히 겸비하는 학교와 신념으로 선수를 지도하는 코치진과 부모 이야기가 전국에 퍼져 나갔다. 그들은 작은 영웅이 됐고 올해 다시 전 국대회를 2연패하면서 지난해 우승이 반짝하는 일과성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양산시는 원동중 야구부 성장과 함께 숙제를 안게 됐다. 지역에 고교 야구부가 없어 원동중 야구선수들은 3학년 2학기가 되면 다른 도시로 미리 전학을 가야 할 형편에 놓인 것이다. 어차피 중학교 야구부를 창단해 인재를 육성시켰으니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연계하는 선수 수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야구인의 소망이었다. 지난해부터 애를 써 온 결과 올해 안에 물금고에 야구부를 창단한다는 계획이 결실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양산에서 야구가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구장이 없어 학교 운동장을 빌리거나 심지어는 자동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공터에서 시합하기도 했다. 지금은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호포리의 황산문화체육공원과 물금구장, 부산대 부지 등 대여섯개 구장에서 매 주말 사회인야구가 열리고 있다. 현대는 레저시대다. 먹고살기에 바둥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생각하는 웰빙시대인 것이다. 삶의 질 향상은 시대 소명이 됐고, 달리 말하면 지역발전 패러다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은 대도시 인접환경과 기상조건이 좋아 스포츠 단체 전지 훈련장으로서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양산운동장에서 축구경기가 열려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제대로 된 야구장이 있다면 프로야구도 유치할 수 있다. 이미 몇몇 도시는 스포츠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도 못 할 게 없다. 건강도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양산이 아닌가. 레포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미국의 토니 캄폴로 박사는 95세 이상 어르신 50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를 했다. ‘만일 여러분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살겠습니까? 3가지만 기록해 주십시오’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답은 ‘날마다 반성하면서 살겠다’였다. 다음이 ‘용기 있게 살겠다’는 것이었고 세 번째로 많은 대답은 ‘죽은 후에도 남을 만한 일을 하겠다’였다. 세상을 살면서 보람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을 되돌아보는 아쉬움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들 대답은 인생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 준다. 어쩌면 우리는 후회 없는 미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욕구는 지금의 나를 채우기에만 바쁘다. 진정 내 인생을 풍성하게 채우는 것은 다른 많은 사람이 나를 기억해 줄 수 있는 일, 사랑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미국 제35대 대통령인 존 에프 케네디(J. F. Kennedy, 1917~1963)는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 4가지 역사적인 질문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첫째, 당신은 진정 용감하게 살았는가? 둘째, 당신은 얼마나 지혜로운 삶을 살았는가? 셋째, 당신은 매일 매일 성실하게 살았는가? 넷째, 당신은 무엇에 당신 자신을 헌신했는가? 만약에 우리가 죽음 앞에 섰다면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프랑스에는 ‘알버트’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한 두 사람이 있다. 먼저 알버트 까뮈(Albert Camus, 1913~1960)는 ‘이방인’, ‘시지프스의 신화’, ‘반항적인 인간’, ‘오해’, ‘계엄령’ 등 수준 높은 작품을 썼고 1957년에는 ‘전락’이란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다음은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965)다. 이 사람은 신학자요, 철학자요, 음악가요, 의사였다. 그는 프랑스 식민지인 가봉에 건너가 원시림 속에 병원을 세우고 흑인의 벗이 돼 사랑과 헌신의 봉사로 1952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과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상에 남긴 것은 서로 다르다. 까뮈는 노벨 문학상 상금으로 파리 근교에 좋은 별장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여생을 즐기며 편안히 살던 중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슈바이처는 노벨 평화상 상금으로 아프리카 밀림 지대에 나병 환자를 위한 병원과 수용소를 세우고 그곳에서 일생을 봉사했다. 두 사람은 지금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별장과 병원은 아직도 남아있다. 까뮈의 명성과 재능에 비해 그가 남긴 별장은 어쩐지 아쉬움과 애석함을 느끼게 한다. 반면 슈바이처가 남긴 병원과 행적은 많은 사람을 감동케 하고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한다. 링컨은 평소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죽음 뒤에 있을 평가를 이렇게 기대했다고 한다. “저 사람은 잡초는 뽑고, 꽃은 심다 간 사람이다” 내 삶이 끝나는 날, 난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결국 용국은 세간을 떠나 1907년 6월 9일 통도사 성해 화상(聖海 和尙)을 은사로 삭발 득도하고 그해 10월 30일 청호 화상(淸湖 和尙)으로부터 사미계(沙彌戒)를 받는다. 고타마 싯다르타에게도 유사한 시련이 있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태자가 태어난 지 7일 만에 마야부인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어린 고타마는 어머니의 동생 마하 파자파티 슬하에서 성장한다. 어느 날 태자 싯다르타는 성문 밖에서 세상의 온갖 욕심을 떠난 평온한 출가 수행자의 모습을 보고 그들과 같이 될 것을 서원한다. 그리고 그 뒤 ‘내가 출가한 것은 병듦이 없고, 늙음이 없고, 죽음이 없고, 더러움이 없는, 가장 안온한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서’라고 그의 제자에게 밝혔다. 용국은 스승 성해 화상으로부터 정석(靖錫)이라는 법명을 받는다. “정석아! 정석아!” 정석은 그의 자애로운 스승으로부터 매일 이 이름으로 부름을 받는다. 성해 화상은 엄격하면서도 옹골찬 대쪽 기질의 선사이다. 안광(眼光)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이 좌중을 압도해 그와 대면한 사람은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마주한 듯 주눅이 들곤 한다. 그 성해 화상 밑에서 출가수행자의 길을 걷는다. 이를 득도(得度)라 하는데 ‘마음의 길을 얻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무풍한송(舞風寒松)길로 불리는 서늘한 물소리를 밟으며 연도(沿道, 큰길 가장자리)에 제멋대로 온몸을 꼬불꼬불 뒤틀며 빽빽이 서 있는 솔숲 사이를 걸으면 아무리 느긋하게 걸어도 일주문(一柱門)에서 경내 불이문(不二門)까지 30분이 채 안 걸린다. 군데군데 천 년을 넘게 오가는 사람을 지켜봤을 푸른 이끼로 온몸을 뒤덮은 바위도 이제는 의젓한 도통 군자의 모습이다. 정성이 깃들면 마음은 더 창연해지는 것인가. 솔바람이 그러하고 하늘이 또한 그러하다. 물길은 또 얼마나 많은 빛의 시간을 지나왔을까. 바람은 또 얼마나 많은 번뇌를 쓸어갔을까. 춤추는 바람! 하늘은 고통과 기쁨을 버무려 사람의 꽃을 피우는 조화옹이다. 정석은 푸른 바위 틈새에 덕지덕지 붙은 부처손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봤다. 넓게 퍼진 가지에 주렁주렁 자식이 딸린 아비처럼 부처손은 어둡고 쓸쓸해 보였다. 사람의 생각은 끝없이 피어나는 구름 같아서 언젠가는 비가 될 것이기에 정석은 의연히 금강문(金剛門)을 지나 통도사에 발을 내디뎠다. 정석은 일주문을 들어서며 아득히 오랜 생의 수업(修業)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에 들떠있었다. 구도의 환희로운 삶과 정든 친구를 멀리 떠나온 심경이 교차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장한 결의가 솟아올랐다. 마음 구석구석 깔리는 적막을 느끼며 안갯속을 걸어갔다. 안갯속에는 안개만 있는 게 아니므로 시나브로 봄비에 젖어 흐르는 풀꽃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초록은 구름이었다. 살빛을 감춘 초록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극락 선원에서 용국은 생애 최초의 스승을 뵈었다. 이제 극락은 청춘의 고뇌가 바쳐진 젊은 수행자 정석의 마음을 먹고 자라는 꽃이 될 것이었다. 아니 새벽 찬바람에 깨어나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 선사의 소리 없는 함성이 될 것이었다. 고타마를 위시한 대선사의 출가 기연(機緣)은 대부분 엇비슷한 데가 있는데 이 또한 지중한 인연의 신비로운 이야기다. 경허문하에는 세 달이 있다고 전해진다 만공은 허공에 가득한 달처럼 무애 자재한 삶을 살았다 혜월은 바람의 화신처럼 지혜의 씨를 뿌렸다 수월은 숨겨진 달처럼 아름다웠다 우주는 그만큼 넉넉한 복락을 누렸다
통도사는 나에게 눈물은 흘리지 말라 한다 그런 눈물 있으면 얼른 떨구어 무릇 한 송이 피우거나 층층나무 둥근 잎 노랗게 물들이라 한다 자장암 계곡 물 마르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그 물에 떠가던 흰 별꽃 어느 빛깔 열매 되어 구르고 있는지 아직 떨어지지 못하고 있는지 바람은 불고 있는지 알아보라 한다 통도사는 나에게 잊으라 한다 버리기도 내려놓기도 힘들면 그냥 잊으라 한다
▶국민연금 추납(추후납부)이 뭔가요? 추납(추후납부)은 휴ㆍ폐업 또는 실직 등으로 납부 예외를 신청한 가입자가 납부 예외 기간 동안 연금보험료를 추후에 내고자 하는 경우, 이를 낼 수 있도록 해 가입기간을 확대하는 제도입니다. 가입기간이 인정된 만큼 연금액도 늘어나게 됩니다. 추납을 신청하려면 추납 신청 현재 가입자 자격을 취득해 보험료를 내고 있어야 하며, 기존 납부 예외 기간이 있어야 합니다. 공적연금 가입자의 무소득배우자나 납부 이력이 없고 소득 없는 만 27세 미만 학생 또는 군인은 가입대상에서 제외돼 납부 예외 기간이 없어 추납신청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납부 예외 기간 유무 확인을 위해 반드시 가까운 지사에 연락해야 합니다. 추납을 신청하면 추납 보험료는 ‘추납 신청 월의 보험료☓추납 신청 월수’만큼 부과됩니다. 전액을 일시에 내거나 금액이 클 경우에는 나눠서 낼 수 있습니다. 추납 대상기간이 1년 미만이면 3회 나눠서 낼 수 있으며, 1년 이상 5년 미만은 12회, 5년 이상은 24회까지 분할 납부할 수 있습니다. ▶반납하면 유리한가요? 반납제도는 예전에 받았던 반환일시금에 이자를 더해 공단에 반납함으로써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복원해 연금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제도입니다. 국민연금은 연금액 산정 시 ‘소득대체율’이 반영됩니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40년으로 전제했을 때 본인 평균소득월액 대비 받게 되는 연금액의 비율을 말합니다. 지난 2008년 50%였던 소득대체율은 해마다 0.5%씩 감소해 2014년 현재 소득대체율은 47%입니다. 2028년 이후에는 40%가 될 것입니다. 소득대체율이 높은 예전 가입기간을 복원시키면 그만큼 연금수령액을 많이 늘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낸 보험료 대비 혜택이 많은 기간이니 반납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면 반납을 하시는 것이 가입자 입장에서는 유리합니다. 반납 전ㆍ후 예상연금액을 비교해보시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가까운 지사 또는 국민연금콜센터(국번 없이 1355)에 문의해 주십시오.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 주면 국민연금 내야 하나요?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주면 빌려준 사람이 국민연금을 내야 합니다. 명의 대여란 본인이 실제로 사업을 하지 않거나 법인 주주가 아닌데도 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 또는 법인 주주로 올릴 수 있도록 허락,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명의를 빌려 주면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납세 의무를 져야 하고 법인이 내지 못한 세금은 명의 대여자가 대신 내야 하며 예금ㆍ부동산 등 재산이 압류 또는 공매되는 것은 물론 대출금 변제 요구와 신용카드 사용정지, 출국 규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부담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인구는 약 741만명이다. 그 가운데 임금근로자, 즉 월급쟁이는 325만명 정도며,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후준비가 미흡한 생계형이라고 한다. 당장 내년인 2015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60세에 진입해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인 은퇴시대가 열린다. 노후생활은 제일 기본적인 것이 돈과 건강이라 할 수 있는데, 안 그래도 퇴직 후 노후준비가 부족한 많은 이들에게 ‘건강보험료’는 또 다른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건강보험료 예를 찾아보자. 60대 남성 ‘갑’은 5인 가구로 배우자 1명, 자녀 3명, 연금 월 140만원, 주택과표 2억1천420만원,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2014년 4월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소득이 줄었는데도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현행 부과체계에서 ‘갑’은 직장에 다닐 적에는 월 500만원 수입으로 월 14만9천750원(본인부담 기준)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었지만,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소득은 훨씬 줄었음에도 직장가입자일 때보다 월 5만1천480원이 증가한 월 20만1천230원의 지역보험료를 부담하게 됐다. 모든 국민이 동일 보험집단으로 구성돼 있고, 보험혜택을 받는 기준 또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에도 보험료 부과기준은 지역과 직장, 피부양자 등으로 구분돼 7가지 부담유형으로 나뉘어 어쩔 수 없다는 공단측의 설명이지만, 이런 납득하기 힘든 불공평한 시스템이 있다면 분명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오만과 가나, 에티오피아 등 개발도상국에 전수되고, 우리나라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많은 나라가 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공단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수록 우리 국민도 납득하지 못하는 제도적 약점이 있다면 조속히 개선하고, 정상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통이란 말 그대로 머리가 아픈 증상이다. 두통을 분류하는 방법은 매우 많은데 그 중 보편적인 방법이 머리 자체에 문제가 없지만 나타나는 두통(일차성 두통)과 머리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두통(이차성 두통)으로 나누는 것이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혹시 머릿속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뇌 CT나 MRI, 뇌혈류검사, 안과검사, 정신과 검사, 이비인후과 검사 등을 모두 해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가 일차성 두통이다. 일차성 두통은 통계상 95%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일차성 두통은 대부분 진통제나 근이완제의 복용, 신경차단치료 등으로 치료하고 있지만 만성인 경우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차성 두통 환자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긴장성 두통과 경추성 두통이다. 긴장성 두통은 보통 긴장,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어깨나 목덜미, 얼굴, 머리부위 근육이 긴장돼 이로 인해 근육 사이로 지나가는 말초신경이 눌리게 돼 머리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인데 특히 턱관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경추성 두통은 목으로부터 야기되는 두통인데 일자목, 거북목같이 경추의 정렬이 바르지 못할 경우, 대후두 신경이나 소후두 신경 등의 경추신경으로부터 두통이 야기되는 것이다. 특히나 이런 일차성 두통들은 보통 두통뿐만 아니라 목 어깨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일차성 두통 치료는 우선 침 치료, 추나, 연부조직 이완요법, 감압요법, 약침 요법 등으로 턱관절과 일자목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두통이 대부분 빠르게 호전되며 그 후 맞춤 교정 운동 요법과 생활습관 교육을 통해 두통을 치료할 수 있다.
육군 전방 사단에서 선임병 집단 폭행으로 숨진 윤모 일병 사건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고 있다. 쓰나미 현상에 버금가는 군 내 엽기적인 가혹 행위가 연일 드러나면서 군인가족은 물론 입대를 앞둔 적령기 자식을 둔 부모도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후진국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비인간적인 후임병 괴롭히기 사례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으로 입에 담기도 힘든 지경이다. 학교폭력 서클의 대명사인 일진이 신입회원 군기잡기 수준을 넘어서 조직폭력단체의 신고식에서 나올 법한 비인간적인 가혹행위가 군대 내무반에서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다양한 현실 진단과 함께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교육의 역할론’이다.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윤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학교 인성교육과 인권교육 강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방지책을 주문한 데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교육당국자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과연 우리나라 교육이 ‘사람을 만드는’ 인성교육의 관점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글쎄요’다.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겉치레로 치러지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학교만 비난받아야 하는 걸까. 가정이나 사회의 책임은 없는가.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본다면 그 답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내 가정 내 자식만을 위하는 지독한 이기주의에 매몰돼 왔다. 핵가족시대의 멍에라지만 가정에서는 학교로, 학교는 가정에 그 책임을 전가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우리 아이의 인성교육은 무시되고 천대받아 왔다. 그 결과 어릴 때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터득하지 못한 채 인성이 부족한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우리 사회는 심각한 인성 부재 현상을 맞고 있다. 자기만 편하다면 타인이 불편한 것 쯤은 개의치 않는다. 조그만 자기방심이 주변을 오염시켜도 모른 채 한다. 기초질서 준수를 못난 행동으로 치부하는 소영웅 심리가 공중도덕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 그 예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양산의 도시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양산역과 이마트 주변 도로는 왕복 4~6차선으로 조성됐지만 불법주정차로 인해 2개 차선 이상은 하루종일 막혀 있다. 그럼에도 교통당국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상가 경제활동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모르지만 한산한 외곽도로에서의 주정차 단속에 비하면 느슨한 편이라 운전자들이 개의치 않고 있다. 건축 또는 토목공사 현장을 지나다 보면 인도나 차도에 공공연히 자재를 쌓아두거나 공사용 차량으로 인해 소통에 방해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행자가 불만을 터뜨려도 눈 하나 깜빡 않는다. 시에 민원을 넣어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고 오히려 깐깐하게 굴어 시민이 무안해진다. 일본 대도시에 가면 대형 건물을 짓고 있는 현장에서도 보행자가 불편을 느끼는 일은 전혀 없다. 건축부지 경계에 차단막을 치고는 현장 내에서 완벽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은 타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대로에 연한 횟집을 지나노라면, 심심찮게 수족관을 청소하거나 생선을 처리한 물을 하수구에 그대로 버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재활용처리장에서는 하루종일 냉장고나 세탁기 등 중고 가전제품을 인도에 내놓고 세제를 이용해 씻어내고 있다. 그 물은 당연히 빗물을 모으는 맨홀로 흘러들어간다. 그렇다고 시에서 단속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 모두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만연해서다. 세계인이 부러워 할 단기간의 경제성장에 반비례해서 우리 국민의 도덕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이요, 둘째는 교육의 부재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은 이 경우 딱 들어맞는다. 존경할 만한 사회지도자가 보이지 않고 본받을 만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쉽게 돈 번 자들이 그 연줄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폐해가 만만치 않다. 유일한 해결책은 교육이다.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 어른의 교육인데 그동안 모두 잊고 있었던 분야라 새로 세우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기초를 세워갈 일이다. 먼저 나부터 남을 배려하는 심성을 갖도록 노력해야겠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며 “아빠 왔다!”를 외치는 아빠, 그 말 한마디에 맨발로 달려와 안기는 아이. 서로를 성장하게 한 그들 대화를 책으로 엮었다. MBC ‘컬투의 베란다쇼’, SBS 라디오 ‘김창렬의 올드 스쿨’등의 작가인 저자는 아이와 대화를 마치 재미있는 방송 사연처럼 짧은 호흡으로 한 장면 한 장면 재치 있게 그려냈다. 이들의 대화는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태명을 불러주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와 함께 동화 한 편을 만들기까지, 아이와 나눴던 백 번의 대화는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육아 교훈까지 전하고 있다. 육아를 해본 부모에게는 공감의 웃음을, 아이와 만남을 준비하는 부모에게는 아빠 육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아이와 아빠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개성 있는 삽화는 읽는 재미에 보는 행복을 더해준다.
불쾌지수는 날씨에 따라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를 기온과 습도를 이용해 나타내는 수치다. 불쾌지수가 70 ~75인 경우에는 약 10%, 75~80인 경우에는 약 50%, 80 이상이면 대부분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불쾌지수로 인한 작업자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작업자가 작업에 꼭 필요한 행동 외 불필요한 동작을 피하는 것이다. 또 태양광선과 공기가 순환되지 않는 밀폐지역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발한 작용을 저해하는 밀착 의복이나 뜨거운 액체, 고열기계, 화염 등과 같은 열 발생원도 피해야 한다. 열이 주로 발생하는 곳에는 방열막을 설치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혹서기에 쾌적한 작업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주는 작업시간을 배정할 때 심한 고온 환경에서는 장시간 작업을 피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또 작업시간을 단축해 피로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휴식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쾌적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자연환기를 위해 창문과 출입문을 활짝 열어 두자. 열을 보유하는 흙이나 견고한 나무, 카펫으로 된 바닥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작업 공간 지붕을 설계할 때는 지붕 내 열을 발산할 수 있도록 지붕 재료와 건축방법에 신경쓰자. 밝은색은 심리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고 태양열을 반사하는 기능을 하므로 지붕이나 내부 벽은 되도록 밝은색을 사용한다. 고온에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위험물의 저장과 관리도 중요하다. 먼저 가스 등의 위험물 저장(보관)용기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밀폐용기 안에서 폭발성 혼합물이 생성되거나 폭발한계점에 들어가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 혹서기에는 순간적인 온도 상승으로 폭발성 위험물에 자연발화가 우려된다. 이를 피하려면 통풍이나 환기, 저장법 등을 고려해 열 축적을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지 애비 기일이라고/ 여편네와 새끼들을 끼고 아들이 왔다/ 해질녘 노을이 바람처럼 펄럭이는 굽이진 산길을 넘어/ 먼 길을 달려 와 상을 차린다/ 아들은 아직도 그 옛날 허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빈 들판을 가지고 있다/ 못난 애비 에미 탓에/ 어린 날 보리밥 입으로 우겨 넣으면서 울던 그 울음/ 감꽃처럼 하얗게 돋아나는 부스럼덩이 슬픔을/ 애비의 술안주로 차려놓고 싶어 먼 길을 달려왔다/ 산길을 흔들흔들 넘어오는 지 애비의 술잔에/ 술 한 잔 따르고 싶어/ 휑한 바다를 안고 출렁이며 왔을 게다/ 애썼다, 얘야. 색시 얻고 새끼들 맹글면/ 지 울타리 키우기도 불보듯 뻔헌 것인디/ 뼈만 남은 지 애비 무덤도 짐 되는 일이 되는 것인디/ 잊지 않고 달려와 줘 고맙다/ 마음 밖에 둘 일은 아니다만/ 나 죽거들랑 기일 땐 오지 말거라/ 기일이 되거들랑 / 아버지 어머니만 조용히 조용히 불러다오/ 살다 떠나는 일/ 너를 떠나지 못해 애달픈 일일 뿐이란다
올해는 동학혁명 120주년이란다. 우리겨레하나되기 양산지부에서 정읍으로 동학 관련 유적지를 돌아보는 역사기행을 마련해서 따라 나섰다. 출발지인 양산종합운동장에서 버스에 오르니 참가자들은 유아에서부터 대학생까지 학생으로 구성된 다양한 연령의 기행단이었다. 정읍으로 가는 버스 안, 보광고등학교 체육교사인 서상필 교사가 사회를 맡아 오늘 기행에 대해 안내했다. 동학혁명과 관련한 전체 설명은 개운중학교 역사 교사인 박한승 교사가 했는데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설명으로 아주 재미있었다. 현지 해설은 정읍 지역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박래철 교사가 전라도 특유의 구수함과 정겨움이 묻어나는 말투로 깊이 있는 해설을 했다. 처음 간 곳은 동학혁명 당시 사발통문을 돌려 결의를 했던 주산마을이었다. 주산마을 앞 기념비를 설명하면서 박래철 교사는 우리말로 쓰인 비문보다 영어로 번역된 말에 주목하라고 한다. 농민을 뜻하는 farmer(파머)와 peas ant(페즌트)를 구분해서 보라는 것이다. 농장주와 소작농을 뜻하는 이 둘 차이는 계급의식을 드러내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것으로 동학혁명 전체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언어적 문제였다. 그리고 마을회관 앞에 세워진 무명동학농민 위령탑을 보면서 그 당대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묵념을 했다. 점심은 조선 시대 마을을 재구성해 놓은 ‘송참봉 조선동네’라는 곳에서 먹었다. 어른들은 막걸리 한 잔과 나물로 이뤄진 반찬을 먹으며 옛 분위기에 젖어들었고 아이들은 그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놀았다. 점심을 먹은 일행은 동학군이 봉기했던 백산에 올랐다. 높이 40m밖에 안 되지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박래철 교사는 여기서도 기념탑 아래 새겨진 벽화 인물을 살찌게 표현해 당시 민중 이미지와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을 하면서 역사인식이 철저해야 함을 알려준다. 점심을 먹고 전봉준 고택과 만석보터, 이평면에 있는 말목장터를 지나 황토현으로 갔다. 황토현 전적지 기념탑을 둘러보며 동학혁명 역사적 의의를 살펴볼 수 있었다. 기념탑 아래에는 역대 정권에 따라 조성된 기념관이 있었고 길 건너에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기념관이 있었는데 시간 부족으로 기념관은 둘러보지 못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버스에 올랐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중년 어른이 함께한 역사기행은 각자가 받아들이는 의미도 깊었지만 서로 다른 세대가 하나의 역사적 문제를 가지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가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역사의 실제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에서 얻는 의미는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가치를 느끼게 하는 역사기행이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중년까지 백산에 함께 오르는 장면이 오랫동안 인상 깊게 느껴질 역사기행이었다.
언제부턴가 살림살이의 편리함이 상상을 초월하는 문명 세계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름을 보내기가 더 짜증스러워졌다는 사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걸까. 현대인의 인내심이 오그라들었다는 건지 아니면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일기가 불순하게 되고 과거에는 없던 무더위와 장마가 불쾌지수를 높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인간의 어울림이라 할 삶마저도 순리로 풀어나가기보다는 자가당착의 해괴한 논리가 판을 치고 대형사건마다 음모론이 꼬리를 무는 바람에 많은 국민이 불신과 울화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참에 사회 지도층의 도덕심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그들이 누리는 명예와 부에 걸맞은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 이야기 초점이다. 프랑스 격언에서 출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용어는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초기 로마 시대 왕과 귀족이 보인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용어지만, 실제로 가장 뚜렷한 사례로 기억될 사건이 14세기 프랑스 작은 도시에서 있었다. ‘깔레의 시민들’이라는 로댕의 조각상으로도 유명한 이 사건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 때 일이다. 프랑스 북부 해안도시인 깔레는 영국의 집중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을 계속하다 결국은 영국 에드워드 3세에게 패해 고립된다. 영국 왕은 깔레 시민 모두를 죽이고 싶었지만 대신 해괴한 제안을 한다. 깔레 시민을 대신해 스스로 죽을 사람 6명을 요구한 것이다. 굴욕을 안겨주려고 내세운 제안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깔레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도시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티슈드가 먼저 자원해 나서자 시장이 뒤를 따랐고 또다시 부유한 상인과 그의 아들이 나서자 다른 시민 3명이 자원한 것이다. 7명의 깔레 시민이 영국 왕의 지시에 따라 목에 밧줄을 매고 죽음을 청했지만 1명을 제외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외스티슈드는 다음날 처형장에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을 제외하자고 한다. 다음날 외스티슈드가 나타나지 않자 의아해하면서 그의 집을 찾은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를 발견했다. 순교자 사기를 떨어뜨릴 것을 걱정해 먼저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안 영국 왕비가 왕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건의했고 이들은 모두 죽음을 면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최근 우리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시작된 애통한 비극을 접하면서 우리가 사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시민의식 실종과 부조리의 연결고리에 대한 실상을 생생하게 알게 됐다. 그와 함께 정부가 수행해야 할 사회 안전망 구성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실감하게 됐다. 더욱 국민을 화나게 하는 것은 사후 조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무능함, 당리당략이었다. 사고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별법 제정에 대해 타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는 국회의원 재ㆍ보선을 앞두고 세월호 사건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라고 다를 바 없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부구조 개편까지 포함한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있고, 검찰과 경찰은 ‘밥그릇 싸움’에 치우친 탓인지 유병언 일가의 검거를 둘러싸고 엇박자를 내면서 국민을 오히려 의혹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조그만 국토에 한쪽에는 국지성 호우와 천둥ㆍ번개가 몰아치고 있는가 하면 한쪽에는 한밤중 기온이 25℃를 넘는 열대야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제 곧 장마가 끝난다고 하지만 즐거운 여름휴가를 맞은 시민의 마음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불안정한 사회 현상에도 원인이 있지만, IMF 사태 이후 최악의 소비 위축을 보이고 있는 실물경기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처에서는 서민 주머니를 늘리는 정책을 모색해 내수를 촉진해보려고 하지만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그들의 소비 심리가 금방 풀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모두가 상식적인 생활자세로 돌아가 건전한 소비생활을 해 나가야 한다. 우리 조상은 어려운 때일수록 자신의 분수를 지키면서도 마음의 양식을 튼실하게 하는 여름나기 비법을 알고 실천해 왔다. 호화판 해외여행이나 과소비 피서가 아니라, 평소 잘하지 못했던 가족 간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책을 읽으며 심신을 닦는 ‘선비의 피서’를 실천했다는 말이다. 안분자족(安分自足)은 스스로를 풍요롭게 한다.
밀양(密陽)은 어떤 곳인가? 충절(忠節)과 신의(信義)의 고장인 이곳은 부산과 대구 사이 교통 요지에 자리하고 있다. 큰 산만 둘러봐도 가지산, 고현산, 능동산, 재약산, 천황산, 취서산, 운문산 등 명산이 즐비하다. 큰 산에는 동량(棟樑, 승려, 한 나라 또는 한 시대의 중요한 임무를 맡을 만한 인물을 가리키기도 함)이 많은 법이다. “왜 산에 사느냐?” 어떤 사람이 육조 혜능에게 물었다. “동량이 되기 위해” 혜능이 거침없이 말했다. 산은 나무만이 아닌 사람과 자연의 정신 그리고 몸을 길러내는 수련장이다. 심심산골에는 물과 바람이 살고 있어 깊은 산이다. 물과 바람은 풍수(風水)를 이뤄 명산(名山)이 된다. 명산은 높고 낮은 것을 떠나 고을과 천지의 대자연과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터에 큰 인물이 아니 날 리 없다. 사명당(四溟堂) 유정(惟政)은 1544년(갑진년, 甲辰年) 10월 17일 밀양 무안면 고라리에서 태어났다. 유정은 조선 중기 이름난 스님이다. 본관은 풍천(豊川, 황해도 송화), 속명은 임응규, 호 송운(松雲), 법명은 유정, 아버지는 임수성이다. 13세에 황악산 직지사(直指寺) 신묵화상(信默和尙)에게 출가해 팔공산, 금강산, 청량산, 태백산 등지에서 수행했다. 1586년 옥천산(沃川山) 상동암(上東庵)에서 한 줄금 비에 무참히 꽃잎이 지는 모양을 보고 무상(無常)함을 느껴 따르던 문도를 모두 해산하고 오롯이 선에 몰두해 깨달음을 얻었다. 묘향산 청허당(淸虛堂) 휴정(休靜) 문하에서 공부하였고 왜란이 발발하자 의연히 떨쳐 승군을 모아 승병장(僧兵將)이 됐다. 이는 스승 휴정의 간곡한 격문 서신을 받고난 후다. 전라도 처영, 뇌묵, 희묵대사와 충청도 기허당(騎虛堂) 영규대사는 유명한 승병장이다. 유정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빛나는 공훈을 세웠는데 특히 평양성 전투와 의령에서 도원수 권율장군과 합세해 왜군을 물리친 일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당시 그가 수축(修築)한 산성은 팔공산성, 금오산성, 용기산성, 악견산성, 부산성, 남한산성 등이다. 적장 가토 기요마사와의 문답은 그의 뛰어난 재치와 용력(勇力)을 가늠케 한다. “조선의 보배는 무엇이오?” “우리나라의 보배는 바로 당신의 목이오!” 간담을 서늘케 하는 답변이다. 1604년 일본에 건너가 실권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강화(講和)를 맺고 귀국길에 조선의 백성 3천500명을 이끌고 돌아왔다. 1610년 8월 26일 해인사에서 대중을 모아 설법하고 결가부좌(結跏趺坐) 한 채 입적했다. 조정에서는 밀양 표충사(表忠祠)와 묘향산 수충사(酬忠祠) 두 곳에 사당을 지어 그의 높은 덕을 기렸다. 시호(諡號)는 자통홍제존자(慈通弘濟尊者)이다. 저서로는 사명당대사집(泗溟堂大師集) 7권과 분충서난록(奮忠紓難綠) 1권이 있다. 해인사 홍제암에 그의 부도와 석장비(石藏碑)가 있다. 해인사의 홍제존자비는 근 200년만의 고승비문이니 숭유배불(崇儒排佛)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승과(僧科)에 급제한 유정은 당시의 유학자 박순, 임제 등과 깊이 사귀었다. 임제는 서정과 재치가 뛰어난 문인으로 황진이와의 일화가 유명하다. 그의 문집 백호집(白湖集)에는 700여수의 한시가 수록돼 있다. 전국을 방랑하며 노래한 그의 성정과 기재를 율곡 이이, 허균, 양사언 등은 특별하게 여겼다. 다음은 유정이 조선국 수군통제사 이순신에게 보낸 시다. 남녘 지키는 절도대장군 征南節度大將軍(정남절도대장군) 거친 왜적 위태로운 바다 고요히 다스리네 威振蠻荒靜海氣(위진만황정해기) 때는 9월 9일 중양절 생신이라 節入生辰重九日(절입생신중구일) 달 밝은 밤 호가소리 진중 흔드네 月明歌吹動轅門(월명가취동원문) 이순신장군께 奉李水使(봉이수사)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토머스 스탠리 교수가 ‘부의 세습’에 대한 연구를 통해 최근 20년 동안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백만장자의 성장 과정과 기업 성장 내용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 재벌 80%가 중산층이나 노동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기업을 물려받거나 많은 유산을 물려받아 재벌이 된 사람은 고작 20%에 불과했다. 스탠리 교수는 이런 결과에 대해 “자수성가해 큰 재벌이 된 사람의 공통점은 부모로부터 물질적인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좋은 습관을 물려받았기에 재벌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들은 부모로부터 성실, 정직, 용기, 신앙 등과 같은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았고, 그들은 그것을 매우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습관은 이처럼 굉장히 중요하다. 흔히 하는 말로 ‘습관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습관은 우리를 성공과 축복의 길로 인도한다. 그러나 반대로 나쁜 습관은 성공의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축복된 삶을 어그러지게 하기도 한다.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고 말했다. 한 번 몸에 밴 습관은 그 쓰임새에 따라 흔적이 자신의 인품은 물론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습관은 오래되면 천성과 같이 된다. 그것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하나의 천성처럼 굳어져 고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습관은 분명히 후천적인 천성이나 곧 오래 계속되면 천성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삼세지습 지어팔십(三歲之習 至於八十,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이란 속담도 있다. 나쁜 습관은 쓸모없이 웃자란 가지와 같아서 나중에는 자신의 기둥을 쓰러뜨릴 수 있다. 그런데 나쁜 습관을 벗어 버리고 싶지만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티눈처럼 쉽게 버려지지 않아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 막 출발하려는 기차에 간디가 올라탔다. 그 순간 간디의 신발 한 짝이 벗겨져 플랫폼 바닥에 떨어졌다. 기차는 이미 플랫폼을 떠나고 있었기 때문에 간디는 그 신발을 주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간디는 얼른 나머지 신발 한 짝을 벗어 플랫폼에 떨어뜨렸다. 간디와 동행하던 사람들은 그의 그런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발을 떨어뜨린 이유를 묻는 한 승객의 질문에 간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신발 한 짝을 주웠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에게는 그것이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머지 한 짝마저 갖게 되지 않았습니까?” 계산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찰나적인 순발력을 가진 사랑…. 얼마나 숭고하게 사랑하는 습관이 몸에 베였으면 그런 순발력을 보일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