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마당 한구석 감나물 끝에 매달려 가을비를 담뿍 머금은 감이 홍시가 돼 제 빛깔을 내기 시작했다. 곱게 익은 붉은 홍시는 생기를 잃고 온통 갈색으로 변해가는 을씨년스러운 세상을 밝히는 가을의 마지막 등불이다.
아들아, 사람으로 태어나서 누구나 꼭 해야 할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 애비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제 먹을 곡식을 제 손으로 농사지어 ‘부끄럽지 않은 밥상’을 차리는 일이라고. 네가 며칠 전에 이 애비 마음을 알았는지 아니면 스스로 깨달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처럼 농부가 되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애비는 마흔여섯 해를 ‘보통 사람’처럼 도시에서 살았다. 남이 주는 월급을 받으며 오직 먹고살기 위해 큰 기쁨과 보람도 없이 그럭저럭 살았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할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살았다고 생각하니, 도시에서 살아온 지난 삶이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서로 속이고 서로 눈치 보며 서로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복잡한 도시에서 사는 것 자체가, 자연과 사람에게 죄가 되는 줄 미처 모르고 살았단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스승이 필요하지. 그 스승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만 한 스승이 어디 있겠느냐
배내골 사과축제가 펼쳐졌다. 청정한 공기와 맑은 물이 어우러진 배내골 원동 선리마을은 일명 사과마을이기도 하다. 특별히 사과작목반이 운영되면서 집단으로 계획적인 재배가 이루어지고 당국에서 지원하는 사과축제를 통해 바깥세상에도 알리는 기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사과축제를 다녀온 관광객들이나 행사진행에 참가한 시민들 사이에서 작은 불만의 소리가 배어 나온다.
마른 가지에 줄긋고 순한 죽음 기다리는 늙은 거미와 낮달 자국을 따라 푸르게 돋는 저녁별이 서로 스미지도 못하고 뭉개지도 못하고 한참 전생을 서성이듯이 들창 너머의 노을은 해안선을 밀어 폐선에게 건네주고 폐선은 다시 늙은 거미에게 곁을 내어주는데 미처 서녘에 오르지 못한 것들이 어제보다 시무룩하게 핀 해당화 그늘을 헤쳐 제 몸을 묻을 때
하늘이 맑고 높다.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펼쳐진다. 가을이다. 오늘도 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직장에 오랜 친구가 있었다. 고교 동창이라 대학 시절 학과는 달랐지만 자주 만나곤 했다. 서로 전공이 달라 같은 직장에 지원했는지도 몰랐었는데 출근 첫날 우연히 만났다. 너무나 반가웠고 서로 힘이 되어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친구인지라 결혼할 때 사회도 부탁했고, 친구 또한 흔쾌히 받아 주었다. 같은 직장에서 존재 자체가 훈훈하고 힘이 되는 동료이자 친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출근하고 점심시간 식당에서 간밤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다. 누구? 누구라고? 뭐? 어떻게. 그 친구다. 정신이 멍한 채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고교 모임의 총무에게서 문자가 한 통 온다. 그 친구의 장례식과 장지 등등. 기가 차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존재만으로도 항상 힘이 되었는데. 믿기지 않았다. 문자가 또 온다. 그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단다. 문자를 본 순간 주저앉았다가 한참 만에 일어났다. 어처구니가
1880년 여름 가가호호를 방문해서 이것저것을 파는 가난한 고학생 젊은이가 있었다. 그렇게 온종일 방문판매를 다니다, 저녁이 되었을 때에는 지쳤고, 배가 고팠다. 주머니에는 다임(10센트) 동전 하나밖에는 없었고, 그것으로는 적당한 것을 사 먹을 수도 없었다. 다음 집에 가서는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해야지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고, 그 집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예쁜 소녀가 나왔다. 젊은이는 부끄러워서 배고프다는 말을 못하고 다만 물 한 잔만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소녀는 이 사람이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알았고, 큰 컵에 우유 한 잔을 내왔다. 젊은이는 그 우유를 단숨에 마셨고, 새로운 힘이 나는 듯했다. 그리고는 얼마를 드려야 하냐고 물었다. 소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엄마는 친절을 베풀면서 돈을 받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젊은이는 이 말에 큰 깨우침을 얻었다. 공부하면서 학비를 마련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하워드 켈리는 우유 한 컵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싱그러움을 다하고 떨어지는, 생기를 잃고 밟혀 바스락거리는, 가벼운 바람에도 힘없이 바닥을 나뒹구는 낙엽 길이라고 할지라도 함께 걷는 길은 혼자의 길보다 아름답다.
Q1. 부당청구 장기요양기관 신고포상금제도란 무엇인가요? A1. 장기요양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종사하였던 사람(이하 종사자), 수급자와 그 가족, 그 외 일반인이 장기요양기관의 허위ㆍ부당청구행위를 신고할 경우 현지조사 등 확인을 거쳐 그 신고내용 또는 증거자료와 직접 관련이 있는 부당금액을 기준으로 포상금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Q2. 부당청구 장기요양기관 신고포상금제도가 실제 시행되고는 있나요? A2.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0월 18일 ‘2011년도 제3차 장기요양포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장기요양급여비용을 허위ㆍ부당하게 청구한 장기요양기관을 신고한 내부종사자와 수급자(가족) 등 30명에게 모두 8천134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하여 신고자 1인당 평균 포상금 271만원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얼마 전 나는 TV 뉴스를 보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었다. 가게에서 팔 채소를 사러 새벽 장을 보러 갔던 분이 건널목을 건너다 뺑소니 사고를 당해 길바닥에 쓰러졌다. 그런데 지나가던 행인들이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고 사방으로 흩어진 1만원권 지폐를 줍는 데만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 빨리 병원으로 옮겼으면 살 수 있었을 것이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뺑소니 차량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안타까웠다. 요즘은 만약 길에서 다른 사람이 강도를 만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 옆집에 도둑이나 강도가 들면 자기 집 문을 꼭꼭 걸어 잠그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강도나 도둑에게 덤비는 것도 위험하고, 112에 신고를 해 주면 나중에 목격자 진술 등 여러 가지 불편하고 피곤한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나에게 닥치지 말란 법이 있는가? 실제로 일어났던 다음과 같은 사건을 본다면 어떤 사람도 자기 일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의 일에 그렇게 무관심하지 못할 것이다.
1903년 개화기 서울에 황성YMCA를 결성하면서 시작된 우리나라에서의 기독교청년운동은 올해로 100년을 훌쩍 넘어섰다. YMCA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1919년 2.8독립선언과 3.1만세운동에 참가하였고, 1925년 농림부를 설치해 농촌계몽운동에 적극 나섬으로써 식민통치하에서의 국민정신운동에 힘을 쏟았다. 해방직후의 혼란기를 거쳐 1976년 ‘한국YMCA 목적문’을 제정해 운동의 이념을 새롭게 정립하였다. 이후 1990년대를 거치면서 청소년운동을 넘어서 시민운동, 환경운동, 시민권익보호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참여민주주의와 사회적 정의에 기초하여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시민 리더십을 육성하고 주민의 참여와 자치역량을 키우는 시민정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69) 국가원수가 지난달 20일 그의 고향 시르테에서 비참하게 최후를 맞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마지막에는 살려 달라고 목숨을 구걸했다고 한다. 독재자 카다피의 최후가 그 어느 독재자들보다 처참했던 것은 42년간 억눌려 살아온 시민들의 깊은 ‘한’ 때문이었다. 세계 최장의 철권통치도 올 초부터 들불처럼 번진 ‘재스민혁명’에 덧없이 쓰러졌다. 23년 동안 독재정치에 시달리던 튀니지에서 지난 1월 시작된 재스민혁명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면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아랍의 봄’을 불러왔다. 철옹성 같던 아랍의 독재정권도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카다피의 말로는 체포 직후 피살된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22년간 루마니아를 철권통치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1989년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시도하다 평소 불만을 품고 있던 군이 차우셰스쿠를 향해 총을
산 봉우리에 올라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바람의 소리가 들린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몇몇 야구 경기장 바닥에 석면이 함유된 흙을 깔아서 야구선수와 관중들의 건강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석면에 노출되면 대개 10~30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mesothelioma)이나 폐암(lung cancer)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하게 되므로 석면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가능한 석면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 일상생활 주변에 석면을 함유한 물질(석면 슬레이트 지붕, 석면 함유 천장재 등)이 많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그러한 물질들의 해체, 제거작업은 전문적인 면허를 가진 사람이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주위에서 석면이 발견될 경우 고용노동부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알려서 전문적인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좋다.
편두통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혈관성 두통으로서 좌편측에서 잘 발생한다. 머리에는 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머리로의 혈행에 장애가 일어나면 혈관주위 신경에 흥분이 발생되어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두통과 함께 메스꺼움이나 구토증상 등이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편두통은 수주~수개월에 걸쳐 주기성을 띠며 나타난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증상은 더욱 심하게 일어난다. 신체의 통증 중 머리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가장 견디기 어렵다. 수지침요법에서는 상응 압통점에서 출혈시켜 피를 조금 빼준다. 웬만한 편두통은 상응부위 사혈로 해소되지만 만약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에는 상응점과 일치되는 기맥의 근혈을 상응점과 함께 사혈하면 증상해소가 빠르게 나타난다. 수지침요법에서는 수지침 팔찌나 음양석 팔찌도 통증이 나타나는 쪽 손목에 착용하면
새벽에 일어나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오전엔 세상 걱정 모두 내려놓고 땀 흘리며 나무를 심고 밭을 가꾸리라. 오후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닦고, 해가 지면 아이들을 만나 슬기로운 옛이야기 들려주고, 함께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리라. 짬을 내어 젊은이들과 어울려 지난날을 거울삼아 앞날을 이야기하고, 마음 나눌 벗을 만나 술 한잔 나누리라.
동북아시아에 자리 잡은 한국은 지형적으로 볼 때 그렇게 크지 않은 나라다. 하지만 반만년이라는 기나 긴 역사를 통해 한민족은 고유한 문화를 기반으로 이웃 나라들의 문화들과 상호 소통하고 융합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예전에는 동양과 서양의 교류가 그리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교류가 그렇게 활발한 것도 아니었으므로, 지역성과 폐쇄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동서가 활짝 열리고 고금이 만나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 문화 창조의 주역들은 새 시대를 맞아 수많은 문화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하여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전통적으로 형성되어 온 민족문화의 특성을 살리면서 현대문화를 수용하고 섭취하여 어떻게 새로운 한국문화를 형성하며 나아가야 할 것인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명쾌한 혹은 이해할 만한 답을 할 수 있기를 갈망하는 어른이 있다. 학교는 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이 제발 있기를 꿈꾸는 아이가 있다. 서로가 절박하지만 대놓고 묻거나 답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른은 화가 나고 아이는 뛰쳐나간다. Q. 고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학교에 안 가려고 한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시키는 대로 곧잘 공부를 했었고 머리가 나쁜 편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공부를 안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보니 학원도 자주 빠지고 성적이 곤두박질치더니 이젠 아예 손을 놓았다. 중학교는 겨우 졸업했지만 이대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는 졌지만 전국의 단체장 8곳에 당선자를 냈다는 것 때문에 당 지도부에서는 ‘비교적 선전했다’는 자평이 나온다는 소식에 일반 국민들은 아연할 뿐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과 회전문 인사, 퇴임후 관사 계획 파문으로 빚어진 국민의 실망감도 청와대 담장을 넘어가지 못하는 듯 하다.
빈 집터 늙은 감나무의 처진 어깨마다 그리움이 주렁주렁 무념無念의 세월 때 묻은 시간 속 어리는 얼굴 눈 비비고 바라보면 바람 타고 가는 그리움의 나뭇잎
최근에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공지영 소설을 영화로 만든 ‘도가니’를 보았다. 평소 작가에게 관심이 많았고 용기 있는 여류 소설가로, 여성의 질곡을 한몸에 집약시킨 그러나 당당히 여류작가로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는, 어쩌면 현대의 자존심 있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그러나 좀은 뻔뻔하다 싶게 용감한 작가의 영화 세 편과 몇 권의 책은 나에게 공감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한 인간으로 꿋꿋하게 자신의 아우라를 지켜나가라는 무소 뿔처럼 혼자서 가는 한 여인에게 무언의 기대와 박수를 보내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울음을 삼키며 그 영화를 보았다. 한마디로 충격의 도가니, 분노의 도가니, 통곡의 도가니, 무기력의 도가니, 천둥 같은 그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광란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8명의 관람객 모두가 숨을 죽이고 통곡을 삼키며 영화를 보았다. 혹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미쳐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