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기다리는 편지와 소포를 전달하는 일이 너무 보람되고 항상 기뻐요. 우편물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매일 아침 시작되는 분주한 손놀림에 이어 오토바이를 타고 주민들을 위해 이 동네 저 동네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우편물이 있다면 어디라도 달려간다는 양산우체국의 김명숙(51), 곽선임(51), 최정련(47), 손진연(41), 최숙임(38) 집배원이 그 주인공.집배원이라면 흔히 남자를 떠올리기 일쑤지만 그들은 어느 남성들 못지않게 씩씩하게 맡은 바의 일을 척척해낸다. 매일 아침 8시까지 출근해 자신이 맡은 관할지역의 우편물을 우편번호별로 구분한 후 배달할 물량을 챙겨 오토바이나 차에 오르는 일이 다소 힘들지만 집배원이라는 직업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올해로 경력 11년차인 김명숙 씨는 “주민들이 기다리는 편지와 소포를 전하는 일이 너무 보람되고 항상 기쁘다”며 “무더운 여름 찬물 한잔 마시고 가라고 붙잡는 주민들을 통해서는 따뜻한 정을 느끼고 편지에 ‘집배원 아저씨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를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며 집배원이 천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0여년의 세월동안 세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단다.
손수 적은 편지들이 많았던 시절 편지를 기다리며, 집배원이 지나간다 치면 집 앞으로 뛰어나와 반겼지만 이제는 고지서와 광고물이 많아서 집배원을 반기는 주민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고 전한다.곽선임 씨는 “등기업무는 고객의 집으로 개별 방문해야 하는데 소포가 왔다고 벨을 누르면 문은 열어주지 않고 어디서 온거냐, 내용물이 뭐냐, 일일이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경계부터 하는 주민들을 보면 씁쓸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하지만 시골은 아직까지 인심이 후덕하다는 상·하북의 우편물을 담당하고 있는 최정련 씨는 “오래 일하다 보니 모두가 가족처럼 반갑게 여기고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된다며 밥 먹고 가라고 많이 붙잡으신다. 아직까지는 따뜻하고 훈훈한 정이 많이 넘친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꽃이 필 무렵 시간이 없다며 1년차인 막내 최숙임 씨부터 11년차인 김명숙 씨까지 서둘러 일어난다. 5명의 여성 집배원들은 오토바이와 차에 차곡차곡 우편물을 담고 그들을 기다리는 주민들을 향해 오늘도 행복하게 달려간다.
“그분들이 장래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늙을 텐데 젊었을 때 노인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장구가 나와 함께 하는 한 언제나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릴 거예요”봉사란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게 아니라 짬을 내서 해야 한다는 장형이(47)씨. 4년 전 우연히 국악전문가를 알게 되어 그분의 어려운 처지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장구를 강습 받게 된 그는 이젠 장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길을 걷고 있다.우리의 것이 좋다는 그는 1년 넘는 시간동안 치매노인을 돌보는 보호시설에서 노인들을 위해 장단을 치면서 민요를 부르고 장구를 가르쳐 왔다. 몇 달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 병원 치료를 받기 때문에 장구봉사를 잠시 쉬고 있지만 그 분들을 위해 장구를 연마하는 시간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 노인들에게 보다 더 쉽고 재미나게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현재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항상 자기발전을 해야 한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매주 평생교육원을 통해 장구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얼마 전 보호시설에 계시던 할머니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는데 너무 반가워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게 된 계기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장구가 좋고 원래 어르신들을 좋아한다”며 “그분들이 장래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늙을 텐데 젊었을 때 노인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장구를 배우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이 컸다는 그는 “항상 갈 때마다 사탕과 과자를 쥐어주시고 고이 모은 용돈을 한 푼 건네주시던 노인 분들을 얼른 찾아뵙고 싶다”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노인 분들에게 인사의 말을 건넨다.“할머님, 할아버님, 저 장구는 꾸준히 배우고 있고요. 곧 찾아뵐 테니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어렵게 생활했던 어머니가 생각나서 점심식사를 대접하게 됐다는 이 씨는 종업원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뜻을 따라줘 즐겁게 봉사하고 있다고 한다. 4년째 동네 어르신 초청
무료 점심 제공특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일상에 쫓기는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이웃 가운데는 작지만 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 있다.범어초등학교 옆 장수녹각삼계탕을 운영하는 이태건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 씨가 동네 어르신들과 불우한 이웃들을 상대로 점심식사를 대접한 것이 벌써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5월 어버이날을 맞아 주공1차 어르신 63명을 초청해 삼계탕을 대접했고, 인근에 위치한 장애우 복지시설인 (사)무궁애학원에 삼계탕 80그릇을 배달하는 등 봉사의 손길을 늦추지 않고 있다. “범어는 태어나고 자란 곳입니다.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특별히 해드릴 것은 없고 그저 점심 한 그릇 대접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습니다”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어렵게 생활했던 어머니가 생각나서 점심식사를 대접하게 됐다는 이 씨는 종업원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뜻을 따라줘 즐겁게 봉사하고 있다고 한다. “부끄럽지만 베푸는 생활을 하다보면 얻는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장사도 더 잘되는 것 같고… 앞으로도 수입이 느는 만큼 더 많이 베풀 생각입니다. 하하” 쑥스러운 듯 인터뷰에 응하는 이 씨의 모습에서 푸근한 사람의 향기가 느껴진다.이 씨는 앞으로 소년·소녀가장 등 정말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봉사를 펼치기 위해 시청 사회복지과 등 관계기관과 연계한 활동을 펼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막연히 ‘점심을 대접하니까 먹으러 오라’고 하면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나이인 아이들은 형편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점심무료 쿠폰 등을 발행해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올 수 있도록 배려할 생각입니다”‘서로 나누며 사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정’이라고 말하는 이 씨는 창간 3주년을 맞은 본지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지역의 풀뿌리 언론인 양산시민신문의 창간 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지역민의 가려운 곳을 찾아 시원하게 긁어주는 신문으로, 지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신문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합니다”
수없이 배우고 외웠지만 항상 문화재를 설명하고 난 후에는 ‘좀 더 많이 알려줄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우리 고장의 문화재에 대해 누구보다 애착을 가지고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양산을 사랑하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당찬 여성이 있다. 문화관광해설사 이옥희(47)씨는 5년째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지역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동료 이형분(47), 김윤숙(44), 이헌선(51) 문화관광해설자와 함께 고장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과 주민, 청소년들에게 지역의 사적지와 민속문화, 무형문화, 천연기념물 등의 문화재 및 유적에 대해 상세한 설명으로 안내를 하면서 지역 역사와 문화에 대해 보다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오랜 세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자칫 잊혀 가거나 미처 몰랐던 문화재에 숨을 불어 넣어 생생하고 재미있게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한 법. 그는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있다”며 말문을 연다.
진주전문대에서 가야권문화와 사찰 및 불교문화 등에 대한 1년의 교육을 받고 문화관광해설사가 되었다는 그는 통학시간만 해도 왕복 4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오로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양산을 좀 더 알리고 싶다는 일념하나로 다녔다고 한다.이 씨는 “지금 우리 지역에 문화관광해설사가 4명인데 모두다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활동하고 있다”며 “수없이 배우고 외웠지만 항상 문화재를 설명하고 난 후에는 ‘좀 더 많이 알려줄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또한 설명을 들은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화재를 한번이라도 더 쳐다볼 때 정말 가슴 속에 끝도 없는 기쁨과 보람이 피어난다고. 그는 “우리 지역은 150여점이 넘는 문화재가 있어 곳곳에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전통사찰과 국보, 보물, 기념물, 가야용신제 등 설명을 하려면 끝도 없다”며 양산을 자랑한다.언제나 조상들의 생활상,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알려주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게 봉사활동의 큰 목적 중의 하나라는 그가 바로 양산의 얼굴이 아닐까.
이들은 단순히 통행료를 받는 것이 아니다. 양산을 찾으면 가장 먼저 만나는 ‘양산의 얼굴’이자 양산의 구석구석을 안내해주는 ‘관광가이드’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큰 사무실로 옮겨서 좋겠는데요. 축하해요~”지난해 11월 양산 톨게이트가 상북면으로 이전하고 난 후 여직원들이 단골(?) 운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인사라고 한다. 지난해 여름, 본지가 만났던 한국도로공사 양산영업소 여직원들은 여전히 밝은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친절과 미소를 전하기 위해 매일같이 업무시작 30분간 전 ‘서비스 워밍업’을 하고 있는 모습은 1년 전이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단순히 통행료를 받는 것이 아니다. 양산을 찾으면 가장 먼저 만나는 ‘양산의 얼굴’이자 양산의 구석구석을 안내해주는 ‘관광가이드’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에피소드도 각양각색이다. 박혜숙(43) 씨는 양산 톨게이트를 이전하고 정말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번호가 눈에 익은 자동차가 있었어요. 물론 매일같이 지나가는 자동차라 그러려니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날 운전자가 돈을 건네며 제 손뼉을 ‘짝’하고 치더라구요. 자세히 보니 25년전 중학교 때 가정선생님이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선생님을 찾은 것보다 더 감동적이지 않나요?(웃음)”6년 동안 일해 온 박순자(48) 씨는 베테랑답게 미소 전도사의 역할까지 하곤 했다.
“젊은 여성분인데 이쁜 용모와는 다르게 언제나 굳은 표정으로 톨게이트를 지나가더라구요. 그 사람에게 미소를 찾아주고 싶어 매일같이 말을 건네고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죠. 1년이 지나니까 정말 표정이 달라졌어요. 이젠 먼저 인사하고 어제는 사탕 한봉지 까지 건네주던걸요?”양산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양산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이들은 오늘처럼 내일도 변함없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길 것이다.
살기 좋은 남한이 북한보다 노인 복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지내기 편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비참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 북에서 넘어온 노병의 말이다. 전향 거부하다
3년전 팔순 나이로 탈북3년전 6.25전쟁 당시 중공군에 포로가 된 뒤 전향을 거부해 북한에서 국군포로로 살아오다 팔순의 나이로 탈북해 53년만에 육군 하사로 전역식을 가져 화제가 된 이재학(83) 옹.지금은 남한에 남아 있던 아들 이부건(57) 전 시의원과 함께 탈출 당시 극박했던 상황을 뒤로 하고 평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노환으로 인해 몸이 약해진 나머지 울산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병환이 있어 직접 인터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3년간 이 옹의 한국살이를 이 전 시의원을 통해 들어보았다. 아들 이 전 시의원은 “병도 병이지만 3년전 함께 탈북을 시도했지만 중국에서 체포되어 북으로 송환된 딸의 안부가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부친의 안부를 묻는 기자에게 이 옹의 근황을 전했다. 이 옹은 27세 나이로 1950년 12월 5일 입대해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3년 탈북 직전에 생존 사실이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무사히 탈북이 이루어져 가족의 품으로 안긴 이 옹은 고향에 돌아와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아들 이 전 시의원은 “탈북 환영식 때 한바탕 요란을 떨고 난 이후에 안부조차 묻는 사람이 드물다”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매년 6.25와 현충일이 돌아오면 호국의식을 되살리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정비해야 한다는 구호가 넘치지만 정작 50여년 동안 전향을 거부해온 유공자인 부친에 대해 관련 보훈단체에서조차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 전 시의원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잠시 반짝하는 관심보다 꾸준한 관심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관련 보훈단체 지도자나 지자체 지도자들이 1년 한 번 정도라도 안부를 물어보는 배려도 없어 아쉽다는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 옹은 경로당을 들르고는 깜짝 놀랐다는 말을 이 전 시의원은 전한다. 살기 좋은 남한이 북한보다 노인 복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지내기 편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비참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 북에서 넘어온 노병의 말이다. 또한 남한에서 인심이 각박한 현실에 부딪칠 때 마다 목숨을 걸고 넘어온 고향 땅이 세월에 변해버린 것을 안타까워하곤 했단다.
행복한 결말이라는 섣부른 판단과 함께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지워버렸던 진선이. 가려린 한 여중생은 또 다시 상처받으면 병마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진선이 투병,
아직 끝나지 않았다지난해 백혈병 진단을 받고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는 진선이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양산 곳곳에서는 ‘진선이 돕기’ 움직임이 우후죽순처럼 일었다. 학교와 시민단체 그리고 자치단체까지 나서 ‘진선이 1일 찻집’을 개최하는가 하면 학교 근처에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전세금을 지원해 주고, 학교 친구들은 스스로 모금활동에 들어가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한 생명을 살리자는 취지의 이같은 움직임은 결국 진선이를 학교 품으로 다시 돌아 갈 수 있게 만들었고 모두가 ‘해피앤딩’의 만족감을 안은 채 진선이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갔다. 하지만 진선이가 다시 아프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이 재발해 3개월의 통근치료를 받아오다 얼마전 울산대학교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소아과 박상규 담당의사는 담담하게 진선이의 상황을 설명했다.
“진선이는 지난해 이식수술 없이 항암치료만으로 거의 완치까지 갔었던 비교적 운이 좋았던 경우였어요. 하지만 현재 다시 재발한 상황으로 9월초 재대혈(조혈모세포)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이니 좀 더 지켜봐야겠는데요”진선이 가족의 마음은 오죽하랴? 진선이 할머니는 전화를 통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제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벼락이 어디있소? 기자 양반, 지금은 진선이 상태가 ‘좋다, 나쁘다’는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니까 진선이 인터뷰는 완치되면 합시더” 행복한 결말이라는 섣부른 판단과 함께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지워버렸던 진선이. 가녀린 한 여중생은 또 다시 상처받으며 병마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다음에 커서 꼭 영어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빨리 학교에 돌아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할 거예요’라며 해맑게 웃던 진선이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힘내라! 진선아
도롱뇽 소송 판결 이후
열린 공간 ‘초록’ 개설유량 측정 계속, 도롱뇽 소송 과정 정리, 기록지난 3년여간 ‘지율’이라는 이름은 환경과 개발이라는 가치의 충돌 사이에서 한시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6월 대법원이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구간에 대한 공사착공금지가처분신청, 일명 ‘도롱뇽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이 내린 뒤 잠시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진 이름, 지율.지율 스님은 최근 부산교대 근처에 가정집을 수리해 ‘열린 공간-초록’이라는 쉼터를 만들었다. 식당으로 사용해온 집을 개조한 ‘초록’은 도룡농 소송이 끝나고 난 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던 지율 스님의 바람이 이루어진 결과다. 지율은 ‘초록’에 대해 말하면서 먼저 “규모나 형식이 아닌 내용을 채우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관리자를 별도로 두지 않는 ‘초록’에서는 찾는 이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이웃 주민들의 반상회도 열고,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일부터 시민단체들이 회의를 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초록’은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다. 2년 8개월 동안 진행해 온 도룡농 소송은 비단 양산에 있는 천성산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새로운 고민을 대변하는 사건이었다. 물론 지율 스님은 그 고민의 가장 앞자리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뜻하지 않은 오해의 말들로 한 비구니의 상처도 커져갔다. 오랜 단식으로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면서 지난 5월 기자에게 던진 첫 마디가 “아픔과 잘 사귀었다”는 말이었다. 세상 모든 것과 소통하고자 하는 종교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지율의 심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인 셈이다. 지율 스님이 연 ‘열린 공간-초록’은 자연과 사람, 삼라만상 모든 것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율 스님은 ‘초록’을 만들고 경북 영덕에 마련해둔 거처를 오가며 ‘도롱뇽 소송’에 대한 과정을 정리한 뒤 세상에 알릴 계획이다. 천성산 뿐만 아니라 백두대간 모든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자연이 결국 우리에게 또 다른 소식을 시도할 것이라는 믿음이 지율 스님에게는 남아 있다. “불편한 것은 비참한 것이 아니다”
지율 스님은 환경과 생태에 대한 고민이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다소의 불편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구도의 길 위에서 ‘소통’이라는 가치를 부여쥔 이 작은 승려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미래를 가늠하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보육교사 역시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연수기간이 필요하고 활력을 되찾는 휴식도 필요한데 4~5일의 방학도 갖지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방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체교사 인력 지원도 필요합니다”비영리 교사공동체
어린이집 운영“아이들에게 ‘자연’보다 더 좋은 선생님은 없어요”차별화된 바깥나들이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은 해맑은세상 어린이집은 교사공동체로 구성된 비영리 어린이집으로도 유명하다. 2001년 개원한 해맑은세상은 원장이 아닌 대표교사라는 이름으로 안미경 교사가 책임을 맡고 있다. “교사의 설명이나 책으로 배우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어요.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면서 생활속에서 알아가야 해요. 같은 체험이라도 아이들마다 모두 다르답니다. 이것이 바로 해맑은세상이 추구하는 교육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바깥나들이를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2년 전, 본지가 안 교사를 찾았을 때는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인 부산보육교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제 이 단체가 1년 전 전국보육노동조합으로 전환해 보육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공보육실현 요구를 뼈대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10만에 이르는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이 바닥을 친지 오래예요.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는 힘들어요. 결국 부모들도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없어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안 교사의 말처럼 실제 올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보육시설 종사자 직무 및 근로환경 실태분석’에 따르면 보육교사 하루 점심시간은 평균 11.1분, 휴식시간 평균 3.6분, 개인청결시간 평균 5.5분에 불과하며 이직을 생각하는 비율도 77.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유로 보육노조는 ‘8시간 노동보장, 145만원 임금보장, 국·공립시설 확충’ 을 목표로 여성가족부와 맞서고 있다. 안 교사는 “힘없는 사람을 대변하고 소외계층의 힘이 돼 주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양산시민신문을 지켜보는 독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꼭 기억하시구요”안 교사는 마지막으로 시설장이나 여성가족부나 보육교사나 모두가 공통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아이들의 밝은 미래’라고 강조한다.
꿈틀은 지역 내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공부방의 이름이다. 저소득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자녀들의 교육’임을 인식하고 양산자활후견기관 부설 청소년자립지원센터를 개설해 2004년 6월, 3명의 교사로 꿈틀이라는 작은 공부방이 열렸다. 꿈틀을 지키는 힘은
아이들의 밝은 미래"선생님처럼 될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되요?"2년 전, 못마땅한 표정으로 공부방에 들어와 어린 아이답지 않게 무뚝뚝하고 웃음도 없어 선생님들을 많이 당황하게 만들었던 한 아이가 얼마전 꿈틀 공부방 조은주 교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2년 만에 잔뜩 철이 든 아이의 모습에 조 교사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털어놨다. 꿈틀은 지역 내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공부방의 이름이다. 저소득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자녀들의 교육’임을 인식하고 양산자활후견기관 부설 청소년자립지원센터를 개설해 2004년 6월, 3명의 교사로 꿈틀이라는 작은 공부방이 열렸다. 2년이 갓 지난 꿈틀은 1년 전 본지가 찾았던 그 때보다 다소 열악한 환경이었다. “여전히 경제력이 힘들죠. 후원의 문제로 공부방을 이전할 때 무엇보다 아이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가장 마음 아팠어요”하지만 좁은 공부방으로 이전하고 나서도 아이들 수는 더 늘어나 지금은 더 이상 아이들을 받을 수 없는 상태이다. 게다가 지원 교사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 운영의 어려움이 더해가고 있는 실정. “지금도 꿈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단 알고 나면 마음으로나마 도와주시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분명 한계가 있어요”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꿋꿋이 꿈틀을 지킬 수 있는 힘은 바로 아이들에게서 나온다고 조 교사는 자신있게 말한다. “환경과 가난이 아이들에게 빼앗아 가는 것이 단지 ‘교육의 기회’만은 아니에요. 웃음과 여유와 희망도 함께 박탈해 가요. 하지만 꿈틀의 아이들은 이제 달라졌어요. 시선을 피하고, 미소가 없었던 아이가 이제 박장대소할 농담도 던지고 얼마나 해맑게 웃는데요. 도움의 손길을 의심했던 아이가 이제 자신이 먼저 친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니까요. 저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음)?”1년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조 교사의 모습에서 아이들의 밝은 미래가 비치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시간이었다.
“단순한 학의 흉내가 아닌 내가 바로 학이 되는 춤을 추구합니다”
평생을 양산사찰학춤을 위해 살아온 학산(鶴山) 김덕명 선생은 양산의 자랑거리다. 올곧게 ‘춤’만을 바라보고, 고민해온 김 선생을 대가의 반열에 올리는 일은 새삼스런 일이다. 양산사찰학춤 명맥 잇는 풍류객“단순한 학의 흉내가 아닌 내가 바로 학이 되는 춤을 추구합니다”평생을 양산사찰학춤을 위해 살아온 학산(鶴山) 김덕명 선생은 양산의 자랑거리다. 올곧게 ‘춤’만을 바라보고, 고민해온 김 선생을 대가의 반열에 올리는 일은 새삼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산학춤을 제대로 이해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옅어져 가는 오늘날 선생의 학춤 또한 사람들의 관심거리 밖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욱 열광하는 양산학춤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은 선생의 마음을 심란케 한다. 지난 87년 일본 NHK가 세계의 춤으로 인정한 양산학춤. 지역에서는 지난해 겨우 선생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해 ‘양산전통예술보존회’를 만들어 문화재 지정을 추진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국적의 현란한 춤들과 어지러운 장식, 공연한 꾸밈새의 치우친 춤’들을 바라보는 팔순 대가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다. 옛 선비의 고고한 기운이 느껴지는 양산학춤을 시민들이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이 선생의 마음 한 구석을 늘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이 짧은 지난 날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시의 지원도 아쉽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통춤에 대한 관심은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신흥개발도시로 뿌리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멋드러진 전통문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산의 예맥과 정통성에 대한 자긍심을 찾기 힘들다는 선생의 말은 팔순이 지난 대가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잊혀져가는 옛 것을
되살리는 그릇의 대가 ‘도예가(陶藝家)’라는 명칭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릇을 만드는 기능과 도자기에 대한 연구와 이론이 겸비된 즉, 도자기를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명칭이다. 우리 고장에도 혼과 얼을 담아 손가락이 아닌 마음으로 도자기를 빗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도예가 신한균 선생이다. 그는 일제 감정기에 출생해 전쟁과 혼란의 시기를 거치면서도 오로지 사발에만 매달려 국내 도예계의 일인자 자리에 오른 신정희 선생의 아들이다. 가족보다 도자기가 우선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였으니 태어난 그 순간 도예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말이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연세대학교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던 그는 1989년부터 일본 동경동급미술화랑에서 매년 도예 개인전을 열고 있고, 이듬해인 1990년부터 한국사발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일본에 있는 우리사발 125점(2003년 현재)을 확인하는 활동을 펼쳤다. 1993년에는 한국공예대전 동상을 수상했고 1996년에는 함경도 회령유약을 국내 최초로 재현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1년에는 일본 NHK에서 신한균 작도과정을 일본전역에 생중계하기도.그는 또 지난해 ‘사기장 신한균의 한국사발 이야기’를 출간해 우리 그릇의 뿌리 찾기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 이 책은 대부분의 인문·예술 분야의 책이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과 달리 출간 10개월이 안된 시점에서 1만권 이상이 팔리는 등 돌풍을 일으켰으며, 일본 도예계의 요청으로 일본어로도 번역될 예정이다. “전승도예는 한국인의 마음으로 만들어지고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예술입니다. 그러기에 그 내면에는 한국인의 얼이 스며있고, 보이지 않는 따뜻한 숨결이 있습니다. 이런 숨결과 얼을 전승도예의 앞날에 끊이지 않고 흘러가야 할 것입니다”단지 그릇쟁이가 아니라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는 그의 삶은 단지 보기만 하는 도자기가 아닌 생활 속에서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드는 것으로 스스로 부여한 과제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최인배씨, 6년째
단지 앞 교통정리 “체력이 되는 그날까지 항상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것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즐거운 아침을 열어주는 일명 ‘호루라기 아저씨’인 대동황토방아파트 최인배(66) 경비대장의 말이다. 여전히 매일 아침 같은 시간, 아파트 상가 앞에서 주민들의 아침 출근과 등굣길 교통안전을 위해 호루라기와 수신호를 이용해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최 씨는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는 이 일이 그저 행복하다고 전한다.아파트 주민들 모두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경비초소를 관리하면서 교통정리를 한지도 어느덧 6년 째. 최 씨는 “엄마들이 마음을 놓지 못해 아이들 손을 잡고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고 처음에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파트 입구에서 교통정리를 해 서먹해 하는 주민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눈인사뿐만 아니라 출근할 때 손을 흔들어 주는 주민들도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봉사활동으로 시에서 ‘2003년 자랑스런 시민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가 양산에 둥지를 내린 지도 어느 덧 6년이다. 부산에서 30여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고 울산에서 6년을 살다가 양산으로 왔다는 그는 양산만큼 좋은 도시가 없다며, 지역에 대한 애착도 대단하다. “다른 도시는 복잡하고, 여유와 주민 간의 정도 애틋하지 않은데 양산은 공기도 좋고 사람들 사이에 정도 깊어서 이곳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그 만큼 정과 여유가 넘치는 도시다”며 지역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항상 건강을 유지한다는 그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 언제까지 경비대장일을 할 수 있을 진 모르지만 이 직업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내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매일 아침 봉사를 할 것이다”며 멋적은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에서 따스함이 전해진다.
괭이 하나 낫 하나
등산길 고르기 20여년“내 나이가 88이라 지금도 팔팔하재”
지금도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오봉산을 오르는 장몽돌(88)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오봉산 지킴이’로 날마다 새벽녘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오봉산 등산길을 가꾸어왔다. 그러기를 20여년. 사실 산길을 고르는 일을 시작한 것은 수대째 물금 동중마을에 살아온 토박이로 할아버지 당신도 그냥 20여년 전부터 시작해온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렵던 시절 나무를 하러 산에 오른 젊은 날부터 사람들을 위해 등산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일을 시작한 터라 20여년의 세월이 할아버지가 ‘오봉산 지킴이’로 살아온 전부는 아니다. 아직도 팔팔하다며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지만 가는 세월은 어두운 귀를 할아버지에게 남겨주어 대화가 쉽지는 않다. 셋째 아들 장성찬(54)씨와 함께 물금 동중마을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6남매를 둔 자식 부자다. 아들 장씨는 “지난해 등산길 풀을 베다 더위를 심하게 타셨는지 1개월 가량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며 하루 하루 늙어가는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할아버지는 지난해 더위에 몸을 상하시고 제일 좋아하시던 맥주를 1년간 끊으셨단다. 다행히 몸이 회복되어 요즘엔 하루 1병씩 맥주를 아껴가며 즐기신다는 할아버지.
“예전에는 정상까지 손쉽게 오르내렸는데 이제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산 아래 체육공원까지만 가고 말재”할아버지는 부쩍 약해진 체력으로 산 정상에 오르기가 힘들다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산길 고르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직 하루에 턱걸이 대여섯번은 끄덕 없어”
나이 먹어 가는 일이 서러운 일임에도 당신을 바라보는 자식과 동네 이웃들에게 걱정 사지 않기 위해 노익장을 과시하는 할아버지. 좁은 어깨 너머로 보이는 오봉산이 또 다른 자식인양 넉넉한 미소로 화답하는 할아버지 모습에서 양산이 보다 넉넉한 도시로 갈 수 있는 희망을 엿본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시의원 나 선거구(상·하북, 동면)에 출마를 선언했던 한 후보가 시민운동에 전념하겠다며 출마를 포기해 눈길을 끌었다. 경제발전 위해
행정구역상 경계 허물어야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시의원 나 선거구(상·하북, 동면)에 출마를 선언했던 한 후보가 시민운동에 전념하겠다며 출마를 포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당시 “고속철 역사명 변경을 위한 시민운동의 목적을 달성키 위해 시의회 진출을 희망했으나 지역 내 후보 난립으로 인한 과다경쟁 등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 출마를 포기 한다”고 밝혀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 주인공이 바로 ‘경부고속철 울산역 이름 울산역(통도사) 결정 추진위원회’ 김진동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3년부터 고속철 ‘울산역’을 ‘울산역(통도사)’로 바꾸자며 청와대와 건교부, 양산시와 시의회에 건의하는 등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일에 사재를 털어가며 매달렸다.그 결과, 시의회가 역사명 변경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후 대시민 서명운동으로 발전하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울산역’에 ‘(통도사)’를 넣는 것은 지역이 서로 상생하는 지름길입니다. 일부 울산시민들이 울산역에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하는데, 이는 오히려 두 지역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김 위원장은 지금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허물어야 할 시기라며 이 문제가 경상남도 시장·군수협의회의 안건으로 상정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역사명 변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울산, 양산, 경상남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최근 김 위원장은 소공원 명칭 부여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통도사 삼문 앞에 조성된 소공원에 ‘땅바우’라는 명칭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름 없는 소공원에 양산 고유의 지명을 명칭으로 부여하자는 이 건의는 하북면의 검토를 거쳐 현재 시에 보고된 상태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제가 이름 없는 공원에 이름을 달아 생명력을 부여하듯 시민신문도 양산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신문이 됐으면 합니다”라며 창간 3주년을 맞은 본지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
13대째 원동 토박이이며, 원동매실과 용당딸기 신화의 살아있는 전설인 정진석 씨. 그는 농민들을 설득해 매실을 재배하게끔 유도해 연간 2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게 한 장본인이다.지역민 위한
멈추지 않는 활동 펼쳐 지난 1965년부터 꼬박 20년을 공직에 몸담았던 그는 1985년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원동농협 조합장에 출마해 1992년까지 3,4,5대 조합장을 역임하며 원동매실 신화를 창조했다. 원동농협 조합장이 된지 불과 1년 뒤, 1986년에 우르과이라운드가 체결되면서 농가에 큰 위기가 불어 닥쳤다. 이때 정 씨는 매실을 재배하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농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했으며, 본인이 솔선수범해 매실을 재배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매실 농사로 인한 연간 소득이 3억원에 이르게 됐습니다. 더욱이 드라마 ‘허준’이 방영된 이후 한해 수확이 10년 농사와 버금가는 소득을 올리게 됐지요” 또 단순 보따리 판매로 이어지던 원동딸기의 판로를 개척하고 딸기농가에 대량생산을 독려해 연간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한 것 역시 정 씨의 작품이다. 이로 인해 만성적인 경영부실조합이었던 원동농협이 단순 우량조합을 넘어 일약 봉사조합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원동매실과 원동딸기 신화를 이룩했던 정 씨는 현재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 씨는 1992년 조합장에서 은퇴한 이후 원동면사무소 옆에 행정사 사무실을 내고 주민들의 호적사무를 비롯해 등기신청, 측량신청, 산림형질 변경허가 등 각종 민원을 대행하는 업무를 하는 동시에 농사도 짓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월부터는 원동 영포마을 이장과 함께 화약고 반대 투쟁위원장을 맡으며 여전히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원동에서 태어났고 원동에서 자랐고 원동을 위해 일 해왔습니다. 어찌 원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만큼 농촌을 등지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지요조상대대로 살아왔던 땅에서 뜻있는 삶을 살고 있는 그는 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농촌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보건소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성인 비만 주부들을 대상으로 건강요리교실을 운영한다.보건소는 올바른 영양지식과 질환 치료 및 관리법 등을 인식시키고 체중조절에 대한 실천의지를 부여키 위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비만자 중 비만도 27%, 체지방 32% 이상인 여성으로 선착순 20명을 모집한다. 요리교실은 북부동 소재 양산요리직업전문학교에서 오는 19일부터 12월 12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동안 이뤄진다. 수업은 운동과 영양, 행동습관에 대한 전문지식과 실천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진행되며, 매주 3가지 다이어트식을 실습해 한 끼 식사로 대체하게 된다. 또한 체중조절을 위해 프로그램 신청과 동시에 첫 번째 체지방 검사를 실시하고 중간평가를 거쳐 프로그램 후 체지방 변화를 분석해 스스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줄 계획이다.보건소 김혜연 영양사는 "본인의 건강보다 가족의 건강을 더 챙겨야 하는 주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의 양양상태를 개선해 건강증진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요리교실에 대한 신청 및 문의는 보건소 건강증진담당(388-4114)으로 하면 된다.
웅상도서관이 '독서의 달'을 맞아 책 읽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자 인형극, 독서 권장 특강 등 한 달간 다채로운 행사를 실시한다. 심지현 독서지도 전문가가 진행하는 '책맛 글맛'은 14일부터 15일 양일간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초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뤄지며, 아동발달 단계에 따른 독서지도 방법, 문학치료 등을 알려준다. 인원은 선착순 50명으로 14일까지 모집한다.16일 오후 4시에는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의 저자 이상석(경남공고 교사)씨가 도서관을 찾아 중고교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상석의 독서하는 삶'을 강연한다.
인원은 50명으로 16일까지 선착순 모집한다. 한편 오는 30일에는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극단 <친구 친구>의 인형극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가 유쾌한 웃음을 전달할 계획이다. 인형극은 2회 공연으로 오후 2시 30분과 4시에 각각 이뤄지며, 5세 이하 아동은 부모 1인이 동반 관람할 수 있다. 관람인원은 회당 80명을 모집하며, 신청기간은 26일부터 30일까지다. 뿐만 아니라 독서퀴즈대회, 독서퍼즐대회, 작품전시회 등의 다채로운 행사도 많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달간 실시되는 독서퀴즈대회는 아동자료실에 비치된 도서를 읽고 응모함에 응모하면 되며, 독서퍼즐대회는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으며, 독서관련 퍼즐을 풀어 1층 로비에 마련된 응모함에 응모하면 된다. 또한 지난 5개월간 대출 반납 실적이 우수한 다독자 10명을 선정하여 각각 1만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부상으로 줄 계획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도서관 입구에서 풍선아트 작품을 즉석에서 제작해 도서관 방문자에서 증정하는 '풍선을 나눠드려요!'행사가 진행되며,, 도서관 문화교실 및 독서교실 수강생 작품을 전시하는 '문화교실 작품전시회'가 16일부터 30일까지 1층 로비에서 이뤄진다. 5일부터 10일까지 과월호 잡지가 필요한 시민들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발간된 소장 잡지를 무료로 배부하며, 권장도서목록도 함께 배부한다.자세한 문의는 웅상도서관(386-6603~4)으로 하면 된다.
최근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오던 양산자활후견기관 부설 청소년 공부방 '꿈틀'에 희망의 빛이 비췄다. 든든한 후원자가 생긴 것이다. 국제로타리 3720지구 양산로타리클럽(회장 박기배)이 꿈틀(대표 조은주)과 지난달 24일 자매결연조인식을 가졌다.이 자리에서 양산로타리클럽은 학습 및 급식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고, 꿈틀은 양산로타리클럽과 함께 지역행사와 로타리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들은 또 지역사회의 어려운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꿈틀'은 지역 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공부방이다.
양산자활후견기관 관계자들은 저소득층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자녀의 교육이라는 생각에서 부설 청소년자립지원센터에 공부방을 마련한 것이다.2004년 6월, 3명의 교사가 모여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어려움 속에 작은 건물로 이사를 하고 공부방의 규모를 줄였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아이들은 점차 늘어났고 설상가상으로 지원 교사마저 점차 줄어들어 운영의 어려움은 더해갔다. 더욱이 최근에는 극심한 재정난으로 아이들의 급식마저 몇 달째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이러던 중 꿈틀에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양산로타리클럽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63뷔페에서 열린 자매결연조인식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꿈틀 조은주 대표는 "3개월간 급식이 중단되는 등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조인식을 계기로 지역에도 따뜻한 마음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가 키운 아이들은 반드시 지역을 위한 훌륭한 일꾼이 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양산로타리클럽 박기배 회장은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돼 기쁘다"며 "꿈틀의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해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한 매미소리 속에 본절 옆 느티나무 녹음(綠陰)은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여름의 끝에 다다른 것이다.낮에는 아직 등과 가슴팍에 땀이 흘러내릴 만큼 무덥지만 내일이면 구월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삼성반월교 밑을 흘러가는 통도천은 이미 여름이 아니다. 물빛이 한결 투명해졌고 무거워졌다. 본절을 감싸 안은 산언덕을 뒤덮은 깊은 녹음도 장(壯)할대로 장해서 생명을 길러내는 생령은 오히려 깊은 녹음에 가려 존재의 빛을 잃고 있다.가을의 붓질을 비켜 갈 단풍나무가 있을까. 이제 오래지 않아 가을은 깊은 어둠으로 죽어가는 초록들을 큰 붓으로 쓱쓱 닦아낸 다음 구석구석 남아 있는 티끌들 잔 붓으로 말끔히 닦아내고 마침내 마지막 단풍 하나마저 훌훌훌 털어낼 것이다. 잎으로 만난 것들 어느 하나 예외 없이 낙엽으로 다 헤어질 것이다.
삶과 죽음의 길은 / 여기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 나는 간다는 말도 /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 한 가지에 나고 / 가는 곳 모르겠구나. 아아, 극락에서 만나볼 나 / 도 닦아 기다리겠노라
-월명사의 '제망매가'전문
죽은 누이를 나(월명사)도 도를 닦아 미타찰(극락)에 가서 만날 것이라 한다. 월명사에게 있어 이승의 나는 하나의 나뭇잎 같은 존재이다. 그 존재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월명사는 '참나'를 통해 마침내 극락에서 누이를 또 만날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참나(眞我)'는 어디에 있는가. 나뭇잎이 나온 것은 나무의 가지 끝이다. 그렇다고 나뭇가지가 '참나'는 아닐 것이다. 그 궁극은 나뭇잎과 나뭇가지와 둥치, 뿌리까지 다 지닌 나무 자체일 것이다.그렇다면 나의 본질은 나뭇잎이 아니라 생명나무 그 자체이다. 잎은 어쩌면 생명나무로 하여금 하늘을 담는 것을 가리는 것일 수도 있다. 잎을 훌훌 다 벗어버린 겨울나무가 되어야 가지 속까지 하늘을 가져오는 본질 그 자체로 자신을 응시할 수 있게 된다.초록 벗겨나가는 머리 안타까워할 것도 아니요, 떨어지는 잎사귀 지우고 성글어가는 생명 안타까워할 것 아니다. 지는 잎 미련 없이 벗어버리는 가을나무에서 배울 일이다.
이 숲의 주인이 누군지 알 것 같네. / 그는 집이 마을에 있으니 나 여기 서서 숲이 눈으로 쌓이는 걸 / 지켜보고 있음을 모를 테지.내 조랑말은 이상하다 생각하겠네. /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 가까운 농가도 없는데 멈춰 선 것을, / 연중 가장 어두운 이 저녁에. (중략)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네. 그러나 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으니,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여정. /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여정.
-프로스트의 '눈 오는 저녁 숲 가에 멈춰 서서' 가운데
눈 오는 밤, 적막한 숲 가에 서서 시인은 어둡고, 깊고, 아름다운 숲으로 상징되는 '인생'을 느끼며, 잠으로 상징되는 '죽음'이 오기 전에 남은 인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누구도 가을의 붓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초록은 닦여 나갈 것이요, 백발은 마침내 낙엽으로 흩날릴 것이다.
이제 가을 들어서려는 문턱일 뿐이다. 마침내 모든 것 다 떨어버려야 하는 겨울은 아직 몇 굽이 저쪽이다. 겨울을 견디고 새봄을 맞기 위해서라도 남은 삶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여정이 있다.
문학철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