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처 놓는 굵은 밧줄에 밧줄을 잘 타는 어느 한 소인이 이제는 그 밧줄이 자기 줄인 것 알고 더 이상 줄을 탈 수 없으니 그만 그 밧줄에서 떨어져 죽었다네 그 마지막 한 마디는 짧은 괴성이 그 줄의 주인들에 원망의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태풍이 되어 불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말이없고 옛 주인들은 입만 살아 시치미를
입산 출가해 절 집안에서 지낸 지 어언 30여년이 돼 가고 있다. 계(戒, 불교에 귀의한 자가 지켜야 할 규칙)를 받고 나서 여러 사찰에 머물며 공부하고 있었지만, 주소만큼은 통도사로 적(籍)을 두고 한 번도 옮겨 보지 않았다. 출가 전에는 강원도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경상도 양산시민이라 할 수 있겠다.
원동매화축제가 다가온다. 반가움과 함께 걱정이 앞선다. 취재 때문이다. 올해도 행사장에서 시내까지 도로가 꽉 막힐 게 불 보듯 훤하다. 그렇다고 취재를 안 할 수도 없고…. 지난해는 배달하는 후배 오토바이를 빌려 취재에 나섰다. 평소 차로 30분이면 가던 곳을 1시간 훌쩍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오토바이도 그 정도인데 자가용은 오죽할까. 최소 4시간이다. 꽃구경 나왔다가 본의 아니게 앞 차 번호판만 외우고 돌아서야 할 정도다.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를 예방하거나 면역 높이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소아에게 녹용을 매년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부모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허약체질을 보충해 주는 데 있어서 녹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중 하나가 두부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한 사람은 콩물이 넘치지 않도록 불 조절을 해주고 한 사람은 바닥에 눋지 않도록 잘 저어 주며 짧은 시간에 이 과정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월에는 두부를 만들어 먹는 일이 유독 많아 부부의 손발 맞추기 분업도 속도를 내어야 한다. 함께 살아온 시간이 알맞은 間(간)을 아는 것일까, 말보다 서로의 눈빛과 행동이 다음 동작을 알려 주고 그것을 정확하게 받아 낸다. 척척 잘 맞은 손발의 간이 뽀얗게 엉기어 구수하고 단단한 맛이다.
VDT란 컴퓨터, 워크스테이션, CRT(음극관 표시기), 디스플레이 등 브라운관이 장착된 표시장치 전반을 말한다. 장기간에 걸쳐 VDT 작업을 하다 보면 VDT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자외선, 방사선 등으로 인해 눈의 피로와 따끔거림, 어깨 뭉침 등 육체 장애와 가슴이 답답하고 오랜 시간 하면 구토를 하는 등 심리 장해가 발생한다.
국민연금공단 양산지사(지사장 박하정)는 농ㆍ어업인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돕기 위해 농ㆍ어업인 연금보험료 국고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농ㆍ어업에 종사하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와 지역임의계속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며,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의 1/2 금액을 지원한다. 국고보조금은 대상자가 내는 월 보험료가 8만1천900원 이상일 때 월 4만950원, 월 보험료가 8만1천900원 미만일 때 보험료의 1/2 금액으로 하며, 연간 최대 49만1천4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이. 스물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나이이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나이다. 아직 스물을 맞이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성인으로 자신의 생각과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이며, 스물을 넘긴 이들에게는 그 희망의 흔적이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주기도 한다.
모과 꽃이 피는 아침 귀밑머리 하얀 누이가 함박웃음 짓는다
선거철만 되면 늘 어리둥절하다. 내가 살던 곳이 이렇게 문제가 많았던가 되돌아보게 된다. 새로운 일꾼이 되기를 희망하는 후보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존 정치인들은 부도덕하고, 행정은 제 역할을 못 해 풀지 못한 현안이 산적한 듯 보인다. 특히, 국회의원 예비후보 17명이 난립한 양산시는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들은 본인은 해법을 알고 있으며, 당선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누가됐든 선거가 끝나기만 하면 천지가 개벽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고사성어에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있다. 四(넉 사), 面(얼굴 면), 楚(초나라 초), 歌(노래 가)이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라는 뜻으로, 적에게 포위되거나 몹시 어려운 일을 당해 극복할 방법이 전혀 없는 곤경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는 말이 있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궁지(窮地)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럴 때 많은 사람이 삶의 의지를 꺾어 버리고 자포자기해 버린다. 그 극단이 자살이다. OECD ‘건강 통계 2015’에 따르면 한국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1위다. OECD 회원국 평균 12.0명보다 2.5배가량 높고, 19.4명으로 2위인 헝가리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다. 자살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 그룹인 터키 2.6명, 그리스 4.2명, 멕시코는 5명, 이탈리아 6.3명에 비하면 5~10배 정도 높다.
가람에 위치한 용화사를 찾았다. 봄바람 타고 향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닿은 오봉산 숲 속에는 숨어있듯 매화가 만개해 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하둘남(물금읍) 사진ㆍ글 제공
설 연휴 친척들이 모였을 때 절대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이 “대학은 어디로 가기로 했니?”, “취직은 어디에 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라고 하는데 고3 시험을 마친 둘째 조카 얼굴을 보는 순간 입시 결과를 묻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없었고 결국 금기의 선을 넘고야 말았다. 순간 온 집안에 싸늘한 분위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역에서 제법 잘 나가는 공대에 다니는 첫째 조카가 비장한 얼굴로 휴학과 함께 9급 공무원 고시에 매진하겠다는 선언을 한지 1년이 지난 현재 상황을 물어 보면서 나에게 겨울왕국 엘사공주의 얼리기 마법이 존재하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해빙기는 한자로 풀이하면 얼음이 녹아 풀리는 때를 뜻한다. 이 시기에는 겨울철 얼어있던 땅이 봄기운에 녹기 시작하면서 머금고 있는 수분량이 늘어 공사장, 축대, 옹벽 등이 약해진다. 구체적인 정의나 기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해마다 2~4월을 전후로 기상 상황과 지역 여건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정하고 있다. 기온이 0℃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지표면 사이에 남아있는 수분이 얼어붙어 토양이 부풀어 오르는 ‘배부름 현상’이 발생했다가, 해빙기가 되면서 동결됐던 지반이 융해돼 침하하면서 시설물 구조를 약화시켜 균열이 발생하고 붕괴되기 때문에 해빙기가 특히 위험한 시기다.
40년 이상 양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필자 입장에서 지금 양산을 바라보는 소회는 남다르다. 역동, 허브, 요충, 발전 등의 용어로 상징되는 양산 근대사처럼 지역을 구성하는 시민 정체성 또한 다양하다. 대대로 고장을 지켜온 토박이에서부터 경제활동을 위해 정착하게 된 타지민과 그 후손들, 대도시에 생활 근거를 두고 있지만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이전해 온 젊은 세대와 은퇴 후 전원생활을 구가하는 노년층 등 30만을 돌파한 상태에 상주인구 분포는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구조는 지방자치시대에 다양한 욕구를 분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웅상에서 나고 자랐다. 어느 동네건 마찬가지겠지만 어릴 적 냇가에서 빨래하고 멱감고 들로 산으로 나물도 캐러 다녔다. 큰 산이 있어 계곡이 많고 저수지도 많아 친구들과 떼지어 놀러 다니기에 더 없이 좋았다. 언제부턴가 공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공장지역과 주택지역이 맞닿아 있어 이제는 창을 열면 공장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가 산을 대신하게 됐다. 특히 이런 새벽에 뿌연 연기가 옆으로 길게 늘어지는 모습을 볼 때면 저 연기 성분이 뭘까, 저 공장들은 위험한 화학물질을 취급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이 일곤 했다.
거친 껍질을 까고 나온 나무 눈이 늙은 햇살 잔소리에 초록 귀를 내민다. 마른 이끼이고 겨울 터널을 지나올 때 진통보다 더 힘든 적막한 그리움에 애태우던 질긴 마음 나이테 되어 스스로 낙원이었던 기억을 빼곡하게 담아 켜켜이 튼 아픈 살을 밤낮으로 벗겼다 언젠가 꽃이 될 그날을 떠올리며 뿌옇게 늘어진 한나절 꿈 모두 적어 가슴에 품고 충혈된 해를 따라 왔던 길을 향해 연초록으로 분주한 몸 바람으로 일어설 때 꽃 비 흥건한 굽은 토담 위로 낯익은 적목련 삼월을 불어낸다.
올 1월 12일, 부산을 떠나 32년 만에 다시 서울에 왔다. 원불교 교무들의 정기 인사에 따라 서울교구 구로교당으로 발령받은 것이다. 서울은 여고시절과 간사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해 늘 친숙한 도시였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부임 후, 며칠 되지 않아 삼성병원에서 수술받은 교도가 있어 문병을 갔다. 가는 도중 ‘강남구청’이란 표지판을 본 순간, 10대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설렜다. 익숙한 거리, 지명, 빌딩, 공기…. 마치 영사기를 뒤로 돌린 것처럼 되살아났다. 우리 DNA 속에 50억년 정보가 들어있다더니! 믿어졌다. 이 사실을 확장해 이해하면 50억년뿐 아니라 전생의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을 것이다. 이 생존 정보 중 가장 핵심 정보 중 하나가 ‘공존’이다. 미래학자들도 21세기 패러다임의 하나로 ‘공존’을 꼽는다. 이 단어는 미국 문화평론가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이미 사용했다. 제3의 물결은 정보 혁명을 통한 새로운 문명이다. 이는역사상 처음 인간성 넘치는 문명을 만들어내는 파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물결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공존’이다. 풀어 말하면, 모두 다 행복한 물결이다. 우리 DNA 속에는 ‘공존’이 있다. 이 실험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검증되고 있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오스틴 고등학술연구소장 할 푸소프와 그의 동료들은 “‘입자’란 단지 큰 에너지 망과 작은 에너지 매듭 사이 공간의 ‘연결의 추구’일 뿐”이라고 밝혔다. 당신과 당신 주위 모든 것은 서로 관계 맺고 있는 에너지 덩어리 집합일 뿐이다. 이는 양자물리학에서 ‘얽힘’(entanglement)이라 불린다. 과학적 증명으로 보나 성현들의 안목에서 보나 생명이란 근본적인 관계성, 각양각색의 영향력과 존재, 공동의 협력, 공존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물질’도 원래는 없다. ‘우리’와 ‘그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끊임없이 바뀌는 ‘우리’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세상을 함께 창조한다. 우주의 가장 기본적 부품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관계가 끊어지면 생명도 사라진다. 생명(삶)이란 고립된 물체가 아니라 유대관계 속, 물체들 사이의 공간, 입자들과 그 배후의 장 사이에서 마음 혹은 관계 교류의 존재방식이다. 우리 자신이 만들어진 방식이 바로 ‘공존’이다. ‘나’와 ‘너’는 전적으로 우리와 우주의 상호작용을 통해 빚어진 창조물이다. 그것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로서 말이다. 새롭게 다가오는 서울, 그리고 변화를 몰고 오는 환경 속에서 생각한다. 새로운 정신ㆍ생명문명 세계를 창조해가야 할 때 새로운 삶의 방식은 새로운 마인드를 원하고 있다. 내가 무한한 생명의 존재였다는 사실을 인식함하고 모두가 내 생명임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나(인간)를 포함해 이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상생ㆍ순환의 생명적 관계 회복이 절실한 때 나 혹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모두가 행복한 일상을 존재 방식으로 택할 때 우리 삶의 이야기는 행복해지고, 너그러워지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또한 우리가 직면한 많은 생명 위기들을 성공적으로 풀어내고 관계 맺는 모두를 평화롭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런 생각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설렌다.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내 욕심을 채우는 돈, 성공 이러한 것이 아니다.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답을 얻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생명의 경이와 기쁨, 무한한 충만감으로 가득 채워지는 자신을 만난다. 그런 나날들, 순간들을 축원한다.
지난 10여년간 박물관 업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박물관 숫자의 엄청난 증가를 들 수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지자체에서 건립한 공립박물관은 2004년 30여곳에서 2014년 326곳으로 거의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양적 증가에 비해 질적 증가를 이루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실례로 개관 이후 방치되다가 폐관에 이르는 박물관이 속출하면서 국고를 낭비했다는 혹평을 받으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 박물관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첫째, 박물관 설립목적이나 운영에 대한 기본계획이 설립돼 있지 않았다. 둘째, 박물관 운영에 있어 전문인력 활용이 미비하거나 없었고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고 시설공단 등에 위탁해 간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박물관 건립에 국고를 지원한 정부 책임도 있지만 건립만을 우선시하고 운영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지자체에 더 큰 문제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은 양산시립박물관 역시 건립 단계부터 심지어 개관을 앞두고 이와 같은 우려가 있었다. “전시할 유물이나 아이템은 있느냐”, 혹은 “전시행정의 표본이 될 것이다”라는 비아냥까지 있었다. 그러나 경남 18개 시군 건립 박물관 가운데 유일하게 전문직 관장이 임명됐고, 시에서 직영하는 사업소로 출발하면서 개관 이전 우려를 말끔히 청산했다. 여기에 경남 지자체 설립박물관 가운데 유일하게 박물관 최고 등급인 제1종 종합박물관에 이름을 올렸다. 양산시립박물관은 개관에 있어 3가지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첫 째가 전시 부분이다. 양산은 경남에서 가장 많은 지정문화재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그 위상이나 가치를 한 곳에 소개하거나 선보인 적이 없었다. 이에 박물관은 개관전시로 ‘양산의 보물’전을 준비해 50여점이 넘는 지정문화재를 전시했다. 또한 그해 가을 양산 지명 600주년을 기념해 1920년 일제에 의해 불법으로 발굴돼 반출됐던 양산 부부총 특별전시를 열어 양산시립박물관은 일약 전국적 박물관으로 발돋움했다. 이로써 박물관은 양산의 자랑이 됐다. 둘째가 박물관 교육과 문화행사 분야다. 최근 박물관 경향은 옛것을 전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박물관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박물관에서는 양산의 역사문화를 아우르는 박물관대학을 개설해 시민에게 인문학 강의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 밖에 어린이들이 지역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지역 문화재를 그려보는 ‘우리 문화재 빚고 그리기 대회’를 개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전에 없던 수준 높은 평생교육기관으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펼쳐지는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와 음악을 조합시킨 ‘양산역사 토크콘서트’는 어려운 역사와 신명나는 음악이 어우러진 한마당 축제가 되고 있다. 세 번째가 지역 문화재 확보와 활용이다. 이는 지역박물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대부분 지자체 박물관이 외면 받는 것은 문화재 확보에 실패해 전시품 질이 떨어지고 복제품 전시로 관람객 외면을 받는 가운데 관람객 급감과 폐관 수순을 밟는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만하다. 양산시립박물관은 시설과 인력을 갖춘 1종 종합박물관으로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보관청’으로 지정받았다. 이는 지역 문화재를 지역에서 보관할 수 있다는 것으로 개관 이후 지금까지 총 6천여점에 달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약 650점에 달하는 개인소장 문화재 기증이 줄을 이어 개관 이전에 유물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연초부터 지역출토 문화재에 대한 인수가 예정돼 있어 시립박물관은 ‘양산학(梁山學)’의 중심지로 양산의 역사문화를 보존하는 전당이 될 예정이다. 지자체 건립 공립박물관 존재 이유는 지역 역사적 정체성을 확보하고 열린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다하는 일이다. 또한 각종 사회교육과 문화행사를 기획해 보는 박물관에서 즐기는 박물관이 돼 시민이 함께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박물관개론서를 보면, 박물관을 구성하는 3대 구성요소로 3물(物)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곧 건물(建物), 유물(遺物), 인물(人物)을 말한다. 건물은 유물을 담아두기 위한 그릇이며 그 공간과 유물을 활용하고 즐기는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동참이 요구된다.
청소년들은 즐거운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면 고민이 많아진다. 겉으론 아무 고민이 없는 어린 아이처럼 웃으며 수업시간에 자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내 꿈은 정말 없는 걸까?’ 등 자신의 ‘꿈’에 대해 수도 없이 고민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멈춰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두드림 자립동기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대부분 ‘꿈’이 없거나 고민하는 친구들과 만나 6일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하루는 굉장히 들떠있지만 어느 날에는 집중하지 못하거나 프로그램에 너무나도 진지하게 참여해 본인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는 등 다양한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드림(가명) 양은 요리사에 관심이 생겼지만,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단순하게 호기심에 관심이 생긴 건지 고민이 된다며 털어놓았다. 이 고민을 토대로 프로그램 참여 기간 동안 요리사 직업에 대한 정보, 좋아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요리사 직업체험을 통해 호기심이 아닌 정말 진로목표로 삼고 싶다는 확고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이후 요리학원에 다니며 현재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 센터를 방문해 “꿈이 없어 속상했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꿈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고, 고민이 있을 때마다 잘 들어주시고 많은 정보도 알려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선생님!’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하기도 하다. 또 다른 친구 희망(가명)이는 헤어디자이너라는 꿈만 있을 뿐 지각이 잦고, 수업시간에 늘 잠만 자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겉 돌기만 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참여 이후 자신의 꿈을 꼭 이루겠다는 마음과 함께 학교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르는 것은 친구들에게 물어가며 공부하는 동시에 두드림 사회진입지원을 통해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버스를 타고 1시간 거리 학원을 오가며 현재 헤어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는 등 스스로도 놀랍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청소년이 위 친구처럼 단기간에 변화한다고 하기 힘들겠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게 청소년들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지며 작지만 많은 의미가 있는 ‘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 교사는 물론 지역사회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빨리 찾고 정하라며 재촉하기보다 청소년 스스로가 정말 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진정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많은 관심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불어넣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도 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며, 자세한 사항은 양산시청소년광장(www.yangsan.go.kr/teen) 또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www.kdr eam.or.kr) 프로그램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